미국 인권단체 변호사 “대규모 구금 사태 재발 충분히 가능···‘특별비자’ 논의 해야”

강한들 기자 2025. 9. 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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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권단체인 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미국 시민 자유 연맹)에서 이민 문제, 이주민 인권을 다루고 있는 김상엽 미국 변호사가 지난 1월 미국 뉴햄프셔주 연방법원에 낸 위헌 소송 공판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변호사 제공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은 갑작스러운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이번 단속으로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300여명이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구금된 한국인들을 자진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와 같은 ‘대규모 구금’은 이례적 사건일까. 미국 인권단체인 ACLU(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미국 시민 자유 연맹) 소속 김상엽 미국 변호사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김 변호사는 ACLU 뉴햄프셔 지부에서 8년째 이주민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출생시민권(미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등의 자녀도 시민권을 주는 정책) 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집단 소송 사건 변호인단이기도 하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앞으로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가 충분히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특별 비자’ 등의 방안을 한국 정부가 검토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ICE가 지난 4일 각 개인이 가진 체류자격과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일괄적’으로 가뒀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 이민법은 ‘B-1 비자’를 가진 사람은 건설 현장에서 감독과 기술 훈련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술 훈련을 목적으로 B-1 비자를 받아 미국에 온 이들도 구금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한국에서 출장을 와서 회의하거나, 감독을 했던 분들까지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쟁점을 따져서 체포하기보다는 일괄 체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체포 과정에서 쇠사슬 등 장비를 사용하고, 영상을 촬영해 공개한 점에 대해서도 “과도한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갈무리

이런 과도한 조치의 배경에는 ‘2기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이 있다. 김 변호사는 ICE가 최근 “구금자 수를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미국 전역에서 하루 약 3000명을 체포·추방’을 목표로 제시한 뒤 실적 하위 10%에 들면 ICE 지역 사무소 책임자를 해고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체류자격 관련 재판 도중 보석으로 풀려난 사람을 다시 체포하고, 사문화된 ‘적군 추방’ 법을 이용해 절차 없이 추방하는 일 등이 벌어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단속’이 앞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월 이민 단속 강화 정책에 4년간 1700억달러(약 236조 3340억원)를 쏟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엄청난 예산을 국회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이민법 집행을 줄일 이유가 없고, 백악관의 체포·추방 성과 압박도 매우 심한 상태”라며 “부족한 단속 인력도 군 병력을 동원해 충원하고 있어 ‘대규모 구금’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는 미국 정부와 ‘특별 비자’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늘어나면 한국인 출장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일부 기업의 출장 관행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이 ‘전문가 비자’가 잘 나오지 않아서라면, 이민법을 준수하면서 투자도 원활히 될 수 있도록 ‘특별 비자’ 논의를 양국 정부가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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