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유출은 ‘유죄’, 첨단기술 공개는 ‘무죄’
퇴사하며 산업기술 파일 복사해 유출한 혐의
‘첨단기술’ 단정은 어렵다며 해당 부분은 ‘무죄’

회사를 그만두면서 산업기술을 복사해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산업기술을 유출한 혐의는 유죄 판단을 받았지만, 당시 공개한 자료가 ‘첨단기술’이란 점은 단정하긴 어렵다며 해당 부분은 무죄 판단을 내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단독 심학식 부장판사는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16년 12월 6일 경기도 수원 B 회사에서 퇴사하기 전 업무용 PC에 있던 42개 파일을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복사해 들고 나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이듬해 2월 7일 부산 부산진구 집에서 C 씨 요청을 받고 해당 파일을 보내준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2015년 10월부터 B 회사 연구소에서 연구와 개발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었다.
B 회사는 주요 생산품이 영상 전송용 ‘능동형 광케이블(AOC)’인 법인으로 2013~2015년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는 사업을 통해 AOC와 관련한 기술을 개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영상 전송용 AOC 기술’을 첨단기술로 지정해 산업기술로 보호 중이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파일을 복사한 건 맞지만 이익을 얻거나 B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실제로 이익을 얻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업무상 배임 혐의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B 회사는 국가 지원금을 제외하고 5억 원 이상을 투입했고, 수년간 노력 끝에 기술 2건을 특허로 등록했다”며 “해당 기술을 유출한 이후에도 지속적 연구를 통해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첨단기술 인정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정보를 유출한 것만으로도 피해자 회사에 손해를 가하고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금전적 이익을 얻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는 비밀 유지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산업기술을 유출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산업기술을 무단으로 유출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다만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첨단기술을 공개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파일을 갖고 갈 때는 기술을 수정, 보완해 성능을 향상시킨 단계였다”며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첨단기술 인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A 씨가 유출한 자료는 산업발전법 제2조 제2항에 따라 첨단기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정도의 기술이라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