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3인칭으로 관점 바꿔보기…‘지금’은 누구나 처음이니까

2025. 9.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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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이 나이 먹고 난 아직도 왜 이 모양이지?’ 싶을 때가 있다. 탈 날 줄 알면서도 과욕을 부릴 때, 괜히 어깃장을 놓을 때,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 낼 때 등등이 그렇다. 반대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이깨나 먹고 왜 저래?’ 하게 된다. 결국 나나 남이나, 그놈의 나이(!)가 문제인 거다.

여기에는 나이와 인격적인 성숙은 정비례해야 한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렇던가? 솔직히 필자만 해도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나란 인간의 꼬락서니는 늘 ‘거기서 거기’다. 기껏해야 ‘부어라 마셔라~’ 하던 술을 못 마시게 된 정도일 뿐, 여전히 비슷한 일로 화가 나고 상처받으며, 비슷하게 행동하고 후회와 자책을 하곤 한다.

(일러스트 프리픽)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로 이런 면을 타인, 특히 원망이나 서운함으로 기억되는 누군가에게 적용해보면 상대에 대한 ‘아량’ 정도는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 인격 전반의 성숙은 못 이룰지언정 말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그래, 저이는 ‘저 나이 먹고 왜 저리 유치하게 구나?’ 싶기만 했는데 말이야. 나이 든다고 서운할 일조차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엄마 나이가 지금 나보다도 어렸네.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 같은 태도는 일명 ‘관점 취하기(perspective taking)’이다. 어떤 현상을 1인칭 관점에서 벗어나, 3인칭 관점으로 돌려 생각해보는 인지능력을 의미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상상하고 이해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 용서를 할 수 있게 된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혹은 지속되는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줄이는 씨앗인 셈이다. 희망적인 것은, 누구든 물만 잘 주면 충분히 이 씨앗을 잘 키울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녀)가 당시 그렇게 행동했던 연령대, 시대, 문화, 상황 등을 의식적으로 헤아려보도록 한다. 더 가능하다면 그에게 직접 당시 상황에 대해 들어보고 ‘나라면 어땠을까?’를 적극적으로 상상해보는 것이 좋다.

지금. 그러니까 이 ‘나이’는 누구나 처음이다. 게다가 어떤 ‘나이’가 된다 한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내가 누군가를 향해 날카롭게 ‘나잇값’을 따지게 될 때, 혹은 과거 어떤 사람의 언행으로 여전히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면, ‘관점 취하기’를 취해보길 추천한다. 그에 대한 낙낙한 관대함이 발휘되는 것은 물론, 나의 묵은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거양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스로 곱씹게 되는 흑역사, 또는 자꾸만 후회되고 자책하게 되는 일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나와 유사한 행위를 했다면 뭐라고 생각했을까?’와 같은 방식으로 ‘관점 취하기’를 해보는 거다. 그럼 보통 답은 나온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따뜻한 아량이.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저자)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6호(25.09.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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