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에 주려던 공로상 시상식 돌연 취소, 트럼프 입김? 눈치?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동문회가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에게 공로상을 주기로 했다가 시상식을 돌연 취소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7일(현지시각) 마크 비거 웨스트포인트 동문회장이 지난 5일 교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예정됐던 ‘실바누스 세이어’ 상 시상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실바누스 세이어 상은 웨스트포인트 초기 발전에 기여한 실바누스 세이어(1785~1872) 대령을 기려 제정됐으며 ‘의무, 명예, 조국’이라는 웨스트포인트의 강령을 몸소 실천한 미국 시민에게 주는 상이다. 동문회는 앞서 톰 행크스를 이 상의 수상자로 선정하고 오는 25일 시상식과 퍼레이드를 열 계획이었다.
비거는 “이번 결정은 웨스트포인트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 육군 장교 양성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시상식 취소 경위를 설명했다. 다만 톰 행크스의 수상 자체가 철회된 것인지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시상식을 취소한 웨스트포인트 동문회의 결정은 톰 행크스를 수상자로 선정한 몇 달 전 분위기와 극명히 대비된다. 웨스트포인트 동문회는 지난 6월 톰 행크스를 실바누스 세이어 상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그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 ‘포레스트 검프’ 등과 같은 작품에서 군인 역할을 맡았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과 같은 제2차 세계대전 관련 드라마들을 제작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톰 행크스는 워싱턴 디시(D.C.) 2차 세계대전 기념비 건립, ‘5성 장군 출신’ 아이젠하워 대통령 기념비 조성 지원, 뉴올리언스 국립 2차 세계대전 박물관 설립 기금 모금 활동 등에도 기여했다.
전직 재향군인부 장관이자, 웨스트포인트 동문회 이사회 의장인 로버트 맥도널드는 톰 행크스를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톰 행크스는 미국 군인과 국가 기관의 긍정적 이미지를 위해, 그리고 참전 용사와 그 가족들을 위해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톰 행크스도 “웨스트포인트로부터 이런 인정을 받는 것은 나를 겸허하게 만들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톰 행크스의 정치 성향과 이번 시상식 취소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민주당 지지 이력이 수상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톰 행크스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 상대였던 조 바이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공개된 백악관 홍보 영상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자신의 정적으로 여겨지는 인사들을 겨냥한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다”고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웨스트포인트는 급속히 보수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프로그램 축소를 지시함에 따라 웨스트포인트 내 소수자 동아리들이 대거 해체됐다.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의 항의로 조지 부시 정권과 바이든 정권을 모두 거친 웨스트포인트 출신 사이버 보안 전문가의 교수 임용이 취소되는가 하면, 남북 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장군의 초상화가 캠퍼스 도서관에 걸리기도 했다.
웨스트포인트 졸업생이자 국방 전문가로 활동하는 제이슨 뎀프시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톰 행크스의 수상이 사관학교 본연의 임무에 방해된다는 비판은 들은 적이 없으며, 대부분 동문과 생도들은 그의 수상을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웨스트포인트 지도부가 불편해할 사안을 동문회가 떠안은 것 같다”며 “군에는 긍정적이나, 특정 정치세력의 우선순위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 인물이 겪는 일의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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