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항암제 ADC, 기존 치료 안듣는 폐암환자서 효과 입증

박정연 기자 2025. 9. 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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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브렌, 오시머티닙 병용요법에선 환자 전원 종양 줄어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가 개발 중인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이자-브렌(iza-bren)이 단독·병용 요법 모두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폐암을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개발 중인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이자-브렌(iza-bren)이 단독·병용 요법 모두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인 임상 결과가 국제학회에서 공개됐다.

서양인보다 동양인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어 아시아 환자의 새로운 치료 선택지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8일 학계에 따르면 6일부터 9일(현지시간)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2025 세계폐암학회(WCLC)'에선 이자-브렌의 임상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이자-브렌은 EGFR 변이를 표적하는 동시에 HER3 단백질을 함께 겨냥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ADC라 불리는 차세대 항암제 형태다. ADC는 암세포만 골라 붙는 항체에 강력한 세포 독성 약물을 연결해 일종의 ‘미사일’처럼 암세포 안으로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자-브렌은 여기에 ‘토포이소머라제 I 억제제’라는 세포 분열 억제 약물을 실어 정상세포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더 강력하고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전략을 쓴다.

중국 연구진은 이자-브렌 단독요법을 투여한 결과 종양이 줄고 치료 효과가 1년 이상 유지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웬펑 팡 중국 중산대암센터 교수 연구팀은 3세대 표적치료제(TKI) 치료를 받은 뒤 병이 다시 진행된 폐암 환자 171명을 대상으로 이자-브렌 단독요법의 1/2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아직 항암 화학요법을 받지 않은 50명에게 3주에 두 번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66%에서 종양 크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치료 효과가 일정 기간 이상 유지됐다. 암이 다시 커지기까지 걸린 기간은 중앙값 12.5개월로 기존 치료 후 평균보다 긴 편으로 나타났다. 치료 효과가 유지된 기간도 평균 13.7개월로 확인됐다. 치료 시작 1년 후에도 10명 중 8명 이상이 생존했다.

부작용은 주로 빈혈, 백혈구·호중구 감소, 혈소판 감소 등 혈액 관련 이상반응이었으나 대부분 조절 가능했다. 치료 관련 사망은 없었으며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1.2%에 불과해 안전성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팡 교수는 “이자-브렌은 EGFR 변이 폐암에서 새로운 단독 치료 옵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에서 3상 임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오시머티닙 병용요법, 1차 치료에서 종양 감소율 100%

보다 이른 치료 단계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2상 시험에서는 이자-브렌을 3세대 EGFR 표적치료제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과 함께 투여했다.

페이 저우 상하이동방병원 교수 연구팀은 EGFR 변이가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54명을 대상으로 여러 용량을 시험했다. 이 중 1킬로그램(kg) 당 2.5(밀리그램)mg 용량으로 치료받은 40명은 모든 환자에서 종양 크기가 줄어 100% 반응률을 보였다.

대부분은 치료 효과가 일정 기간 이상 유지됐으며 치료 시작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90% 이상이 암이 다시 자라지 않았다. 추적 관찰 기간이 아직 길지 않아 생존 기간과 치료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부작용으로는 빈혈, 백혈구·호중구 감소 같은 혈액 검사 수치 변화가 많았다. 구역질, 식욕 저하, 피부 발진 같은 증상도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약물 용량을 조절하거나 보조 치료로 관리가 가능했다. 치료를 완전히 중단한 환자는 10명 중 1명 정도였다.

저우 교수는 “이자-브렌과 오시머티닙 병용은 EGFR 변이 폐암의 첫 치료 단계에서 매우 유망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두 연구가 이자-브렌이 기존 치료 실패 환자뿐 아니라 초기 치료 단계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본다. 1차 치료에서 100% 종양 반응률이라는 기록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WCLC를 개최한 국제폐암학회(IASLC) 측은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결과들은 폐암 환자의 생존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며 전 세계 연구자들이 후속 임상시험과 장기 생존 데이터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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