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향한 20년의 그리움, 부부의 책으로 피어나다

이윤희 2025. 9. 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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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의 슬픈추억’을 펴낸 김한섭 작가. 광주/이윤희기자·flyhigh@kyeongin.com


‘되돌아가고싶은 날들’을 펴낸 석순옥 작가. 광주/이윤희기자·flyhigh@kyeongin.com


20여 년 전 아들을 가슴에 묻은 김한섭·석순옥씨 부부는 지난 7일 오후 광주시문화예술의전당 맹사성홀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출판기념회 제목은 ‘그리움은 여전히 여기에-책과 음악이 함께하는 시간여행’이다.

두 사람은 같은 상처를 품고 다른 방식으로 글을 써왔다. 김씨는 ‘목욕탕의 슬픈 추억’을, 석씨는 ‘되돌아가고 싶은 날들’을 펴냈다. 각각의 책에는 아들을 잃은 부모만이 적을 수 있는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견딜 수밖에 없었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았다.

김씨는 무대에 올라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억장이 무너진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다. 그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으로 늘 마음이 아팠다. 이번에 책을 통해 ‘당연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아들인 정현씨는 2005년 군 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런 비보는 한 집안의 시간을 멈추게 했고 부부는 글로 다시 아들을 불러냈다. 김씨는 2006년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편지’로 등단했고 10주기에 맞춰 ‘정현아 고마워!’를 펴냈다.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책을 내며 아들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아내 석씨는 “엄마의 글을 보고 그리움고 일상을 엿보다가 언젠가 다시 만날 그때 금방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부부는 긴 세월을 공직에서 보냈다. 김씨는 38년 7개월간, 석씨 역시 23년간 같은 길을 걸었다.

출판기념회에는 방세환 광주시장과 허경행 광주시의회 의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배우 전원주씨 등 내외빈이 참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부의 마음을 환하게 해준 것은 정현장학금의 수혜 학생들이 자리한 순간이었다. 정현장학금은 아들이 떠난 뒤 받은 순직위로금 2천만원으로 시작됐다. 부부는 이를 아들이 다니던 경기대에 장학금으로 기탁했고 2026년에는 퇴직금까지 보탰다. 오는 2033년까지 이어질 이 약속은 ‘그리움’을 ‘나눔’으로 바꾼 세월의 증표다.

광주/이윤희 기자 flyhig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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