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숙주" 동남아서 걸리는 '이 병' 확산 위험…1급 감염병 됐다

박정렬 기자 2025. 9. 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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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년 쯔쯔가무시증 월별 환자 현황/그래픽=윤선정

동남아와 인도에서 유행하는 니파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은 '1급 감염병'으로 신규 지정됐다. 기후변화와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감염병이 언제, 어떻게 유행할지 모르는 상황에 방역 당국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상기후에 영향을 받는 모기나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유행 양상도 온도·습도 변화와 맞물려 급변하고 있다. 정부는 감시 지표를 확대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감염병 등 건강 문제를 조기 대응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8일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밝혔다. 1급 감염병은 1~4급으로 구분되는 법정 감염병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 1급 감염병이 새로 지정되는 건 2020년 코로나19 이후 5년 만이다.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되면 4~14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과 근육통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뇌염으로 발작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감염 시 치명률(특정 질환의 사망률)이 40∼75%에 달하지만, 아직 백신이 없다. 박쥐가 숙주로, 돼지 등 동물이나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한 인수공통감염병인데, 최근 기후 변화로 서식지가 북쪽과 고지대 등으로 넓어지면서 감염 확산 위험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나파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제1급 감염병 지정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상 기후에 영향을 받는 감염병/그래픽=윤선정


이상 기후에 영향을 받는 감염병은 많다. 얼룩날개모기가 전파하는 말라리아는 갈수록 더 빨리, 더 오래 유행하는 양상을 띤다. 올해도 '말라리아 모기' 밀도가 한 여름인 7월보다 8월에 더 높게 나와 방역 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질병청의 '말라리아 매개모기 주간 검출 현황'에 따르면 34주차(8월 17~23일) 모기 검출수는 7.9개체로 7월 초(7.2~7.3개체)나 평년(6.5개체)보다 높았다.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려 발생하는 일본뇌염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0월에 환자가 가장 많았다.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쯔쯔가무시증은 추석을 맞아 벌초·성묘할 때 주의해야 할 감염병으로 꼽혀왔다. 털진드기가 유충에서 성충이 되는 초가을(9~11월)에 활동량이 많아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기후 등을 이유로 지난해에는 겨울인 12월에만 1169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발병 지도'가 달라질 조짐이다. 김종희 질병청 인수공통감염병관리과장은 "쯔쯔가무시증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데 코로나19 이후 국민들의 활동·이동량이 늘어난 것이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참진드기가 옮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서식지 북상으로 인해 전국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좀처럼 줄지 않는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식중독균 배양분리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온도가 높으면 미생물이 성장하기 쉬워 살모넬라균·병원성대장균 등 세균으로 인한 식중독이 기승을 부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는 살모넬라 식중독 발생 건수가 58건으로 1위를 기록했다.

해수 온도가 오를 때 발병률이 상승하는 비브리오 패혈증도 여름에만 주의해야 할 병이 아니게 됐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가을까지 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최근 5년 평균치와 비교해 1~8월은 환자가 80% 수준으로 적었는데 오히려 9월 1.6배, 10월은 2.7배 환자 발생률이 더 높았다. 질병청은 "오염된 어패류를 날로 먹거나 상처 난 피부에 바닷물이 접촉해 감염될 수 있다"며 "특히 만성 간질환자는 감염 시 패혈성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질병청은 기후 위기에 따른 질병의 유형, 추이 등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기후보건영향평가를 내년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1차 사업에서 3개 영역, 31개 지표를 평가했던 데서 6억원을 투입해 4개 영역, 60여개 지표로 연구 범위를 확대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국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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