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사용과 귀 건강] 귀 잘못 막으면 귀 먹는다

차상호 2025. 9. 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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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필수템이지만 귀지 배출 막아 청력 떨어뜨려 난청·이명·외이도염 유발… 노이즈 캔슬링도 위험 상황 맞는 이어폰 착용하고 음량·사용시간 조절을
현대인에게 이어폰은 생활필수품이다. 출퇴근길 또는 운동 중 음악 감상, 온라인 회의, 인터넷 강의 등 이어폰이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장시간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 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서지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어폰은 편리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난청, 이명, 외이도염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귀지 배출 막는 이어폰… 상황에 맞는 이어폰 착용·음량과 사용 시간 조절해야= 귀지는 외이도에서 떨어져 나온 상피세포와 분비샘에서 나온 분비물이 혼합돼 생성된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노폐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귀지는 외이도를 보호하고 윤활 작용을 하며, 라이소자임 같은 항균 성분이 있어 세균 감염을 막아주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귀지는 자연스럽게 밖으로 이동해 배출되는데, 이어폰이나 보청기처럼 귀를 막는 도구를 오래 사용하면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귀지가 쌓여 귀지전(귀지 막힘, 이구폐색)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소리 전달이 막혀 청력이 떨어지고, 고막 자극이나 압력 변화로 귀가 꽉 찬 듯한 불편감과 통증, 이명, 어지러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귀 안의 통풍이 잘 안 되면서 세균 감염 위험이 높아져 외이도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보청기나 이어폰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사용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차음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통풍이 좋은 오픈형 이어폰을 쓰면 괜찮지 않을까? 오픈형 이어폰은 통기성이 좋아 귀지 막힘이나 외이도염 예방에는 유리하다. 그러나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볼륨을 높이게 되어 소음성 난청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결국 이어폰의 종류보다는 귀의 해부학적 구조,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적절한 이어폰을 선택하고, 음량과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볼륨 높일수록 청각 세포 손상… 노이즈 캔슬링도 장시간 사용 금물= 시끄러운 환경에서 볼륨을 높이는 행동은 특히 위험하다. 흔히 ‘내이(달팽이관)’라고 불리는 기관은 약 35㎜ 길이의 나선형 구조로, 그 안의 기저막(얇은 막) 위에는 소리를 감지하는 ‘코르티 기관’이 있다. 이곳에는 유모세포와 지지세포가 있으며 기저막이 진동하면 유모세포가 자극되고, 그 신호가 청각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돼 소리를 인식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갑작스러운 큰 소음에 노출되면, 그 정도에 따라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인 내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시역치변동(Temporory Threshold Shift, TTS)은 짧은 시간 내 중등도의 소음 노출에 의한 난청으로, 수 시간에서 수일 안에 회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높은 강도의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유모세포와 주변 조직이 영구적으로 손상돼 영구역치변동(Permanent Threshold Shift, PTS), 회복할 수 없는 난청이 발생하게 된다.

외부 소음을 차단해 작은 볼륨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이즈 캔슬링은 장점이 많다. 하지만 장시간 사용할 경우, 오히려 이명이나 청각과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명은 외부 소리가 없음에도 귀에서 의미 없는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다. 보통 주변이 조용할수록 더 크게 들리는 특징이 있다. 청각과민증은 평소에는 불편하지 않은 일상 소리에도 귀가 과도하게 예민해져, 정상적인 소리를 크게 혹은 고통스럽게 느끼는 현상이다.

이러한 이명이나 청각과민증 치료에는 소리 치료법이 쓰인다. 예를 들어 빗소리, 파도 소리처럼 편안하게 들리는 분홍색 잡음(pink noise) 같은 일정한 소리를 낮은 강도에서 점차 높여주며 귀가 다양한 소리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은 뇌의 자율신경계 균형을 되찾고, 이명 신호를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다시 말해 소리에 익숙해지는 습관화를 유도해 이명을 덜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청각과민증 환자는 환경음을 비롯한 외부 소리에 대한 민감도 증가로 인해 소리를 피하려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이명 환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리 발생기를 활용한 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 장시간 사용을 피하고 필요할 때는 주변 소리 허용 모드를 병행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어폰 안전 사용 수칙=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이어폰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최대 볼륨의 60% 미만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또 장기간 사용하지 않고, 하루 사용 시간 60분 이내로 제한하도록 권장한다. 단, 직업 특성상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경우 1~2시간 사용 후 10~20분 정도 휴식하는 것이 좋다. 특히 조금이라도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이어폰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겠다.

서지원 교수는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는 돌발성 난청을 의심할 수 있고, 이명이 지속된다면 청력 저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귀에 물이 찬 듯한 먹먹함은 메니에르병이나 이관(콧구멍 속과 고막 안쪽의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 기능 장애의 신호일 수 있고, 청력 저하와 어지럼증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메니에르병의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특히 한쪽 귀에만 갑작스러운 증상이 생기거나 반복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하다”며 “이어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이지만, 귀 건강을 지키려면 볼륨을 낮추고 사용 시간을 줄이며 귀에 충분한 휴식을 주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이비인후과 서지원 교수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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