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상대방 특정해 성희롱…대법 “계정 차단됐어도 처벌”

김은경 기자 2025. 9. 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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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소셜미디어(SNS)에서 상대방을 겨냥해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올렸다면, 계정이 차단돼 피해자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5월 트위터(현 X)에 피해자 B씨 계정을 언급하며 ‘성고문을 하겠다’는 취지로 비속어가 섞인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트위터에서 이처럼 특정 사용자를 언급하는 ‘멘션’ 기능을 활용하면 상대방에게 게시글 알림이 전달된다. 하지만 B씨는 사전에 A씨 계정을 차단해놓은 상태여서 글 올린 당시에는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나중에 A씨 계정을 직접 검색해 들어가 자신을 겨냥한 모욕적 글을 올린 것을 확인한 뒤 고소했다.

재판에서는 A씨의 게시글이 B씨에게 ‘도달’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성폭력처벌법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그림 등을 상대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2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A씨 계정을 차단했기 때문에 알림이 전달되지 않았고, 스스로 A씨 계정을 검색해서 글을 일부러 찾기 전에는 인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문제의 글이 피해자에게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 계정을 검색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문제의 게시글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상대방에게 전송해 글을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실제로 이를 확인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도달’했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SNS 계정에 글을 쓴 것과 달리, B씨를 겨냥해 쓴 글을 ‘멘션’ 기능을 활용해 게시했기 때문에 B씨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볼 수 있다”며 “그 이후 B씨가 무슨 이유에서든 A씨 트위터 계정을 검색해 게시글을 보게 됐다 하더라도, 이는 범죄 성립 이후 사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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