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美구금자 중 희망자만 귀국…조현 장관, 방미해 비자쿼터 요구"

정부가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의 조기 귀국을 위해 전세기 투입과 관련한 세부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 행정부와 현지 행정 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해 8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문제가 된 비자(사증) 체계도 논의될지 주목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미 양국은 서울과 워싱턴 각급 채널을 통해 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추진하고,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이 전세기로 조기에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미 조지아주 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을 단속하며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 300여명이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한 시설에 구금됐다.
이 당국자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현지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우리 국민을 빠른 시일 내 일괄 귀국시킬 계획"이라며 "수백 명의 우리 국민이 타지에 구금된 이번 상황이 잘 마무리돼 모든 분이 귀국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총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세부 협의에 대해선 "구금된 이들에 대한 신원확인 등 절차가 있고, 가장 중요한 건 한국으로 귀국할 때의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며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현지에서 ICE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사 접견을 희망한 우리 국민 250여명에 대한 면담이 이뤄졌다"며 "한미 간에는 우리 국민 전원을 귀국시키는 방안과 전세기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구금된 국민 중 자진출국을 원하지 않는 이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300여명 중 몇 명이 자진출국을 희망했는지 파악할 때까진 시간이 걸린다"며 "정부의 방침은 '전원 귀국'이지만, 개인이 법적인 쟁점을 다투겠다면 그 의사에 따라 (미국에서 개인이) 절차를 밟는 게 맞다"고 답했다.
구금된 이들이 전세기를 이용해 자진출국할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현재로선 오는 10일 전세기가 동원돼 자진출국 형태로 귀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기 운항 비용은 기업이 부담한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7시4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경유해 워싱턴 D.C.에는 8일(현지시간) 밤에 도착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장관의 방미는 우리 국민의 석방과 귀국 추진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 행정부 고위인사와 만나 (관련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미국의 비자 체계가 지목된다. 국내 기업이 미국 법인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E(상사 주재원이나 투자사 직원), H(임시 근로자), L(일반 주재원) 비자 등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주재원(L1·E2) 비자 취득 조건은 극히 까다롭고 제한적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H-1B 비자가 존재하지만, H-1B 취득은 기본적으로 추첨제(lottery)다.
미국 현지 인력만으론 새로운 생산라인 구축이 어렵고, 국내에서 기술자를 파견하기 위해 정식 비자를 받으려면 수개월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공사 기한 등을 맞추기 위해 'ESTA'(전자여행허가제·미국의 사증 면제 프로그램)나 단기상용(B1) 비자를 활용해 왔다. 이번에 구금된 이들 중 대부분 단기 체류 목적의 무비자로 입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부터 미국에 한국인을 위한 별도 전문직 종사자 비자 쿼터 설정을 요구해 왔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증가하면서 비자 발급에 대한 애로사항은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 계속하고 있다. 양국 정상을 포함해 장관 이하 각급에서도 면담할 때마다 미측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현 장관 방미 일정에서도 관련 요구를 할 것이며, 이번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현지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사안을 확인 중"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별도의 조직 등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된 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경제단체, 기업 등과 긴급간담회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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