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필] 강릉 가뭄이 우리의 기후변화 대처에 주는 메시지

강릉지역이 최악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릉지역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3%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고, 9월 6일부터 저수조 100톤 이상을 보유한 공동주택 113곳과 대형 숙박시설 10곳 등 대수용가에 대한 제한급수를 시행한다는 발표도 있다. 공동주택 113곳의 총 세대수는 4만 5천 세대에 이른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 급수구역 전체에 대해 시간제 제한급수와 격일제 급수가 시행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너무 안타까운 사연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예외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가뭄이지만 홍수로 인한 어려움도 거의 매년 나타난다.
물론, 정부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아픔과 함께하고 있다. 적지 않은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될 수 없다.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며 말을 아끼기는 하지만 비상수단의 각종 조치는 미리 준비하는 것에 비하여 몇 배나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과거 부족했던 것에 대한 비난보다는 앞으로 더 선진적 접근을 구체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첫째는, 물의 속성을 다시 제대로 살펴보는 일이다. 강릉과 같은 심한 가뭄이나 큰 홍수는 매일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연간 한, 두 번, 수년 또는 수십 년 만에 한 번씩 일어나는데, 그 파장은 매우 크다.
이를 사전에 제대로 대비해야 하는데 대비가 쉽지 않고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수반되어 용두사미가 되기 쉽다. 더군다나 우리들은 쉽게 잊어버릴 때가 많고 평상시 모습에 골몰하여 위와 같은 재해보다 하천 활용, 오염, 생태 등에만 초점을 맞추기가 쉽다.
주민 친화적 하천활용이나 오염, 환경, 생태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물의 여러 얼굴을 재대로 인식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거나 간과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재해나 기후변화와 같은 미래에 닥칠 문제를 고민하는 청개구리와 같은 심정의 전문가들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물의 속성을 간과하지 말고 좀 더 넓은 안목과 대안 제시를 통하여 사전대비가 철저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둘째는, 기후변화 문제를 반드시 고려한 계획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 적응의 가장 큰 분야가 물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을 살펴보면 몇십 년 만에 처음, 관측이래 최대, 최고, 심각이라는 표현이 쉽지 않게 발견된다. 이런 현상은 기후변화로 인하여 온도가 상승하고 증발산량이 증대되어 강우량과 강우패턴이 과거와 크게 바뀌는 데 기인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그동안의 관행이나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요구한다. 그동안 각종 물 관리 계획이나 운영에 과거 수십 년의 자료를 확률로 분석하여 사용해 왔지만, 이것이 더 이상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증가된 강우량에 따라 땅속 수십 년 동안 구축해 놓은 수천, 수만 km의 관로를 다 바꿀 수도 없다. 수원을 갑자기 늘릴 수도 없고 대안 마련도 쉽지 않다.
이제는 생각의 혁신과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물 문제 해결모색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선진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연지형과 연계하는 리질리언스 개념, LID, 스마트 관리와 같은 새로운 접근 방법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는 기후변화를 충분히 고려한 제도 변경, 경직된 공직기관이 책임성 강화와 능동적 역할이 가능하도록 바뀌고, 충분한 보상과 아울러 합리적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주민들의 참여와 협의도 가능해야 하고, 제대로 된 선진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되어 기후변화 적응 선진국으로 우뚝 서야 한다.
셋째, 실명제 강화도 필요하다. 물에 대한 역할과 변화에 대한 충분한 내용 파악 없이 본인의 아집으로 어떤 지시를 하는 경우도 제법 많고, 충분한 대안 검토 없이 무조건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 물 부족 문제 해결 대안 없이 무조건 댐은 불가하다는 주장도 있다. 재난은 간과하고 환경이나 생태계 보전만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나, 환경은 간과하고 재난만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무책임한 행정이나 주장이 단순한 주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목숨과 재산을 빼앗기도 하고, 아까운 시민들의 세금을 크게 낭비하기도 한다. 이제는 정치가, 지자체장, 실행책임자, 실무담당자, 전문가, NGO들이 그 자리에서 충분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책임성 있는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자리만 지키거나 오히려 문제만 남겼는지를 폭넓게 또한 후세에 알려야 한다. 시민들을 위해서 정치가 있고, 공직자가 있으며, 전문가와 NGO들도 존중받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임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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