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폐업 학원 가라고?"…경기교육청 372억 지원 사업 도마에
[EBS 뉴스12]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400억 가까운 예산을 들려 고3 학생들의 운전면허 시험을 지원하는 사업이 논란인데요.
그런데 EBS 취재 결과 교육청이 안내한 면허시험장 중 일부는 이미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교사 8천여 명은 이 같은 상황을 규탄하는 서명을 도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서진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의 한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장.
웃자란 잡초가 사람 키만큼 자라있고, 입구는 자물쇠로 잠겨 출입이 통제돼 있습니다.
"(혹시 운전면허 학원인가요?)"
"저희 학원이 폐업을 해서 지금 안 해요."
이곳은 경기도교육청이 지난달, 고3 학생들에게 운전면허 취득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사회진출 역량개발 지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안내했던 학원입니다.
하지만 이미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학원이 있던 화성 동부 지역은 18개 고등학교, 4~5천 명의 고3 학생이 몰려 있는데, 실제로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학원은 단 한 곳뿐입니다.
학생 1명당 30만 원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교육청이 기관의 기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3학년 부장교사 / 경기 화성 A고등학교
"6월에 폐업했으면 한번 확인은 해 보고서 올렸어야 했고 그 수많은 애들이 동시에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11월부터 1월까지 몰아서 다 해야 돼요. 수능 끝난 시점에…."
결국 화성 동부, 동탄신도시 지역 고등학교 재학생들은 차로 30분 거리의 또다른 학원에 다녀야 하는데, 이마저도 포화가 우려됩니다.
인터뷰: 경기 B고등학교 교사
"애들이 가서 만약에 운전면허 연수를 받다가 다치거나 거기서 가다가 일탈 행동을 하거나 이러면 책임 소재가 어디로 오냐면
싹 다 학교로 오고. 학부모들 민원이 엄청나게 들어오거든요."
경기도교육청이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고3 학생 12만여 명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모두 372억 원.
업체 계약부터 결산까지, 모두 정시전형이 채 끝나기 전인 내년 2월까지 마쳐야 합니다.
당장 수시 원서 상담을 하고, 수능을 목전에 둔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기교사노조가 규탄 서명을 모집했는데, 지난 4일부터 사흘간 8천여 명의 교사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인터뷰: 송수연 위원장 / 경기교사노조
"지금 학교에서 할 경우 고3 담임 선생님들이 사실 입시 지도나 수시 원서 접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경기도청에 청년 사업으로 또 예산이 배정돼 있어서 사실 반드시 고3을 고등학교에서 할 이유가 없거든요."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지난해부터 관련 예산이 편성돼 사업을 멈출 순 없다는 입장.
도교육청 관계자는 EBS와의 통화에서, "도의회 요구로 교육청이 시작하게 된 사업"이라며 "면허 시험뿐 아니라 한국사나 토익 자격증 등에도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산 자체를 반납하겠다는 학교마저 등장하면서, 학교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