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안 나고 덜 해로워” 착각이었다…전자담배, 니코틴 중독 더 심각
가향담배도 판매증가, 2023년 흡연율 '역주행'
일반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롭다’는 인식 속에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흡연자가 늘고 있지만, 실상은 더 심각한 니코틴 의존도에 빠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국 만 20∼69세 흡연자 800명(궐련 단독 400명, 궐련형 전자담배 단독 100명, 액상형 전자담배 단독 100명, 다중사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상 후 5분 이내에 담배를 피운다’고 답한 비율은 액상형 전자담배 단독 사용자가 30.0%로 가장 높았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26.0%인 반면 일반 담배 사용자는 18.5%에 그쳤다. 잠에서 깨자마자 니코틴을 찾을 만큼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 전자담배 사용자 그룹에서 더 많다는 의미다.
하루 흡연량 분석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일반 담배 사용자는 ‘하루 11∼20개비’가 45.8%였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51.0%가 이 범위에 속해 더 많은 양을 소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금연클리닉 등에서 사용하는 표준 평가 도구(파거스트롬 테스트 등)로는 신종담배 사용자들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개비 담배로 소비하는 궐련과 달리 전자담배는 사용 횟수나 시간, 니코틴 용액의 농도 등 고려할 변수가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신종담배 판매율 증가와 사용 행태 변화로 기존 일반 담배 중심의 평가 도구만으로는 효과적인 금연 지원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신종담배 사용자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 평가지표를 개발해 현장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반 궐련형 담배 자리 메운 전자담배…‘유사니코틴’ 확산 우려도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형 담배 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 대한금연학회가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담배 제품 국내 유통시장 조사 및 흡연행태 심층 분석 연구(2024년)’ 보고서를 보면, 국내 담배 시장은 ‘전통의 하락’과 ‘신흥의 부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는 담배업계 마케팅과 달리,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연구로 다시 확인되면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맛과 향’을 입힌 가향 담배의 확산세는 더욱 가파르다. 2013년 전체 담배 판매량의 9.8%에 불과했던 가향 담배 비중은 2023년 46.7%로 급증했고, 작년 상반기에는 48.0%에 달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냄새 저감 기술과 캡슐 등을 활용한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흡연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특히 젊은 층과 여성을 유인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성인의 궐련 흡연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지만, 023년 조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성인 남녀 모두 흡연율이 전년 대비 동반 상승했다. 특히 50∼59세 남성과 20∼29세 여성의 궐련 흡연율이 전년보다 각각 9.6%포인트, 6.3%포인트 급증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궐련의 인기는 장기적으로는 하락세이지만, 2023년에 특정 연령층에서는 오히려 궐련 흡연이 다시 늘어나는 우려스럽고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여성 흡연자는 남성보다 한 번에 사들이는 담배 구매량이 더 많은 경향을 보였고 20대는 액상형 전자담배, 30대는 궐련형 전자담배, 60대 이상은 궐련의 비중이 높은 연령별 선호도 차이를 보였다.
최근 청소년들의 ‘흡연 관문’으로 지적된 ‘합성 니코틴’과 ‘니코틴 파우치’, ‘유사니코틴’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서비스(SNS)나 온라인을 통해 ‘무(無)니코틴’ 혹은 ‘노(No)니코틴’이라는 이름으로 합성 니코틴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구글 트렌드와 SNS 분석 결과 니코틴 파우치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니코틴은 니코틴과 다른 분자 구조를 가지면서도 유사한 생리적 효과를 내며, 무한한 분자 변형이 가능해 기존 법안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새로운 담배 제품의 출현은 기존 흡연자에게는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들고, 비흡연자에게는 흡연을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니코틴 유사물질은 기존 니코틴보다 중독성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만큼 시장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강력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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