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곳] 인문학과 치유의 공간, 울진 ‘금강송 에코리움’

김형소 기자 2025. 9. 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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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서가 테라리움·청년 인문교실 등 프로그램 호응…숲에서 성찰과 회복 경험
금강송 에코리움, 자연·인문학 결합한 치유 공간…지역 정체성·공동체 자긍심 확산
▲ 금강송 에코리움 테마전시관 전경

울진 금강송숲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원시림의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곧게 뻗은 금강송의 줄기는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마치 한 편의 거대한 서사시처럼 숲을 이뤘다.

이 숲의 품 안에 자리한 금강송 에코리움과 지관서가는 최근 들어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단순히 자연을 감상하는 곳을 넘어, 인문학과 자연 치유가 만나는 '숲 속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 울진금강송숲 지관서가에서 운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있다.

△작은 테라리움 속에 담는 숲의 울림

지난 8월 20일, 지관서가에서는 '내 손안의 금강송 숲'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프로그램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빈 유리병이나 작은 용기를 준비해 와서 직접 미니 테라리움을 만들었다. 흙을 담고, 이끼와 식물을 배치하는 손길 속에서 어느새 금강송 숲의 한 조각이 손안에 재현됐다.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람은 조경가 김혜진이다. '초록의 파랑' 대표로 활동하며, RTBT Alliance와 fox, the green 등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그는 이번 체험을 단순한 원예 활동이 아닌 인문학적 성찰의 시간으로 기획했다.

작은 유리병 속에 담긴 숲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자연을 보전하고 함께 살아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무엇보다 버려진 용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원 재활용과 지속 가능한 생활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했다.

▲ 지관서가 내부 모습

△청년들에게 주는 인문학의 쉼표

숲이 주는 치유의 힘은 청년 세대에게도 전해진다. 지난 7월 15일, 울진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재)지관과 함께 '청년 인문 교실'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총 5000만 원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강좌가 아니다. 사회 필수직업군으로 불리는 교사, 간호사, 해양경찰, 소방관부터, 고립·은둔의 위험에 놓인 청년들까지 다양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타인을 돌보는 역할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틈이 부족하거나,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청년 인문 교실은 그런 청년들에게 삶을 성찰할 기회와 심리적 회복의 시간을 제공한다.

8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질 청년인문교실은 지관서가를 거점으로 진행된다. 숲 속의 한 공간에서 열리는 강의와 대화, 체험은 참가자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지관서가 내부 전경

△숲 속에서 찾는 치유와 성찰

울진 금강송 숲을 거닐다 보면 누구나 느낀다. 이곳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늦추고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금강송 에코리움이 인문학과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지금, 이곳은 주민과 청년, 그리고 방문객 모두에게 '숲 속 인문학 플랫폼'으로 다가오고 있다.

작은 테라리움 속 숲에서 혹은 지관서가의 한 강연장에서 우리는 금강송의 푸르름처럼 오래도록 지속될 지혜와 위로를 만나게 된다.

금강송 에코리움이 열어 가는 이 길은 울진이 품은 자연의 힘과 인문학적 성찰이 결합할 때 어떤 새로운 문화적 지평이 열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