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지아 주지사 “韓 기업 투자 환영”...다음 날 “현대차·LG 불법 단속 지원”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5. 9.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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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지난 3월 26일 조지아주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근로자 300여명이 무더기 구금된 사태가 벌어지기 하루 전날,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는 또 다른 한국 기업의 대규모 현지 투자를 환영하며 “조지아 경제의 성장 동력”이라고 치켜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켐프 주지사는 정작 하루 뒤에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기습 단속에 적극 협조했다”는 성명을 내며 정반대 태도를 보였다. 미국이 한국 기업에 대규모 현지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취업비자 발급 등 후속 지원에는 소극적인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 3일, 한국의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 ‘JS링크’가 약 2억 2300만달러(약 3100억원)를 투자해 조지아주 콜럼버스시(市)에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했다. 켐프 주지사는 “항공우주, 모빌리티, 에너지와 같은 산업에서 조지아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첨단 제조업을 성장시킬 기회”라며 한국 기업 투자를 높이 평가했다. 조지아주는 해당 기업이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콜럼버스에 약 1만 2000㎡(약 3650평) 규모의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520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며 환영 일색의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뒤인 4일, ICE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구금하자, 켐프 주지사는 이번에는 “주(州) 공공안전부가 ICE와 협력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했다”며 단속을 정당화했다. 그는 “조지아에서는 모든 주 및 연방 이민법을 포함한 법을 항상 집행할 것”이라며, 하루 전까지 강조했던 ‘한국 투자 환영’과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켐프 주지사는 지난 3월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서는 “이 역사적 투자는 10년 전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경제적 성공”이라며 “근면성실한 조지아 주민들에게 훌륭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고도 했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압박하면서도, 정작 현장에 필요한 기술 인력에 대한 취업 비자 발급은 엄격히 제한하는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번에 구금된 근로자 상당수는 정식 취업비자가 아닌 전자여행허가(ESTA)나 단기 상용 비자(B1)를 이용해 공사에 투입됐다. 기업들은 “숙련된 현지 인력이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호소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불법 노동자로 낙인찍혀 대거 구금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재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제조업 재건’을 명분으로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요구하면서, 필수 인력에 대한 비자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이번 사태를 두고 “트럼프의 두 핵심 정책인 불법 이민 단속과 미국 제조업 재건이 충돌한 뜻밖의 장소”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금 사태 직후 인사 책임 임원을 급파하고,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차도 비상대응팀을 꾸리고 협력업체 비자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투자 유치에는 적극적이면서도 정작 필요한 비자를 내주지 않는 미국의 태도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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