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놓쳤지만… 흥행 향해 달려간다

이민경 기자 2025. 9.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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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관객 감소에 허덕이는 한국영화계를 부활시킬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이는 박 감독의 전작으로, 지난 2022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의 사전 판매기록(192개국)을 뛰어넘은 수치다.

박 감독과 함께 내년 3월 열리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 오스카상 사냥에 나서는 배급사 CJ ENM은 '어쩔수가없다'의 북미권 배급사 네온(NEON)과 유럽 등 글로벌 배급사 무비(MUBI)와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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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수가없다’ 베니스 수상불발
글로벌 화두를 한국적으로 풀어
세계가 인정하는 ‘K-영화 공식’
북미·英·佛 등 200여개국 계약
韓영화 부활 물꼬 터줄지 이목
배급사 CJ ENM, 오스카 사냥
레이스 초반 ‘네트워크 풀가동’
번역자 달시파켓 ‘말맛’도 백미
‘모가지’ → ‘네 목을 매우 쳐라’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 불발을 뒤로한 채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을 향한 레이스에 돌입한다. 한국에선 오는 17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된 뒤 24일 개봉한다. 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관객 감소에 허덕이는 한국영화계를 부활시킬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어쩔수가없다’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밤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시상식에서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무관에 그쳤다. 박 감독은 시상식 후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비록 영화제 수상의 ‘영광’은 놓쳤지만, 영화제 기간 내내 쏟아진 호평을 바탕으로 흥행이라는 ‘실리’를 얼마나 챙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단 해외 판매 상황은 순조롭다. 7일 CJ ENM과 모호필름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북미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200여 개국에 판매가 확정됐다. 이는 박 감독의 전작으로, 지난 2022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의 사전 판매기록(192개국)을 뛰어넘은 수치다. 이미 사전판매 수익으로 마케팅·홍보 등의 비용을 제외한 순 제작비는 충당됐다고 CJ ENM 측은 설명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주인공 유만수(이병헌)가 수십 년을 헌신한 제지회사에서 실직하고 난 뒤 그의 재취업을 가로막는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술의 진보에 밀려난 잉여노동력, 가장의 실직에 따른 한 가정의 붕괴라는 서사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아울러 박 감독은 이미 너무나 단단해져 버린 사회의 수직적 구조화를 못내 인정하면서, 대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실직자들끼리의 수평 투쟁을 끄집어내 훨씬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박 감독은 당초 영화를 미국에서 제작한 ‘미국 영화’로 만들려고 추진했으나 거듭된 투자 불발로 결국은 ‘한국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됐다. 가든 바비큐 메뉴로 장어를 구워 먹고,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아버지의 권총이 만수의 무기가 되는 한국인만의 서사로 흥미를 돋운다. 그뿐인가, 1980년대 한국 가요 ‘고추잠자리’(조용필)·‘불 좀 켜주세요’(배따라기)·‘그래 걷자’(김창완)와 한국의 가을 정취가 만연한 미장센이 합쳐지면서 글로벌 관객들에게 이국적인 색채로 다가간다.

박 감독의 전작 ‘아가씨’ 등을 비롯해 ‘기생충’의 영어 자막을 번역한 달시 파켓의 ‘말맛’은 이번에도 관람 포인트다. 만수가 “미국에서는 해고를 도끼질한다 그런다면서요? 한국에선 뭐라 그러는지 아세요? 너 모가지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버전의 예고편을 통해 공개됐다. 파켓은 “너 모가지야!”를 “Off with your head!”(네놈 목을 매우 쳐라!)로 해결했다.

박 감독과 함께 내년 3월 열리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 오스카상 사냥에 나서는 배급사 CJ ENM은 ‘어쩔수가없다’의 북미권 배급사 네온(NEON)과 유럽 등 글로벌 배급사 무비(MUBI)와 협력한다. 두 곳 모두 박 감독의 작품을 담당했던 경험이 있는 곳들로, 각각 ‘올드보이’(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와 ‘헤어질 결심’(칸영화제 최우수감독상)으로 영화제 수상의 기억도 공유한다.

오스카는 상업영화로서의 대중성과 흥행요소도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CJ ENM은 ‘어쩔수가없다’의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수상작을 결정하는 아카데미 회원들과의 스킨십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어쩔수가없다’는 한국에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17일)으로 첫선을 보인 후 24일 개봉한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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