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기대… ‘재처리·농축’ 국가정책부터 세워야[기고]

2025. 9.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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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최근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개정의 핵심은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을 위한 ‘재처리’와 핵연료 자체 생산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다. 이는 우리나라 원전 연료 수급을 안정화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협상에 앞서 우리는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과연 우리는 농축과 재처리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단순히 권한 요구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 권한을 책임 있게 행사할 역량과 의지가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 역시 농축과 재처리의 전제조건 중 하나로 ‘국내 법령과 인허가 요건 준수’를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는 농축과 재처리에 관한 인허가 제도도, 명확한 국가 정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과 동시에 다음 세 가지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첫째, 국가 차원의 통합된 핵연료주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연구를,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처분을 각각 담당하는 등 정책이 분절되어 있었다. 이는 같은 배를 타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는 것과 같다. 이제는 우라늄 확보와 농축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 재처리 후 핵물질 활용,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까지 아우르는 국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촘촘한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책은 실행계획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힘을 얻는다. 농축·재처리를 위한 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 관련 시설 구축 로드맵과 재원 확보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연구·개발(R&D)은 심층처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만약 재처리를 추진하기로 한다면, 기존의 R&D 계획에 재처리 관련 기술 확보 및 상용화 계획을 포함시켜 확대 개편해야 한다. 동시에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을 막는 안전조치(Safeguards)와 물리적 방호(Physical Protection) 체계, 국민과 환경을 보호할 안전 규제 체계를 완비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완비는 협상 상대국인 미국에 우리의 높은 핵투명성 확보와 책임 있는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셋째, 농축과 재처리 실행 주체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정책과 계획이 아무리 훌륭해도 실행 조직이 없다면 공염불에 그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농축과 재처리를 실행할 주체가 없다. 정책이 결정되면 한전원자력연료가 농축과 위탁재처리 후 핵연료 제조를 맡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해서는 관련 기관의 역량을 결집한 새로운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실행 주체를 명확히 해야만 실행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단순한 외교 현안을 넘어 우리 원자력 기술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다. 우리가 농축과 재처리라는 ‘날개’를 달려면, 먼저 그 날개를 지탱할 튼튼한 ‘몸’을 갖춰야 한다. 통합된 정책, 구체적 이행계획, 명확한 실행 주체가 바로 그것이다. 내부 준비가 충실히 이루어질 때,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서 비로소 당당히 우리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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