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공 없이 공장 어떻게 돌리나”…트럼프 불법이민 단속에 속타는 미국 기업들

6일(현지시간) 미국 내 사업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류 미비 입국자 또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은 미국 기업들에도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단속으로 잡혀간 서류 미비 이민자들은 대부분 건설 인력에 해당한다. 건설은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따라서 이민자들 없이는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일 미국건설업협회(AGC)는 건설업자의 92%가 자격을 갖춘 인력을 충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응한 기업의 28%는 지난 6개월간 이민당국의 단속 활동으로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기업들의 절반가량(45%)은 인력 부족으로 프로젝트 지연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 같은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이 산업에서 일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으며 이들을 고용했다면 불법인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인력 수급에 있는 것이다.
생산시설이 가동되려면 설비·장비를 설치하고 운용해야 하지만, 미국 내에서 이 같은 숙련 인력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산업계의 설명이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들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미국 공장을 짓는 것을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이민 정책 탓에 협력업체 직원들이 적절한 비자를 발급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인 전자여행허가(ESTA) 제도나 단기 비자(B-1, B-2)를 활용한 근무는 미국 이민당국이 이미 장기 내사를 거쳤을 정도로 미국에 공장을 짓는 국내 기업들에는 관행처럼 이어져온 근무 형태로 꼽힌다. 현실적으로 주재원 비자에 해당하는 L 비자는 본사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에도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들이 받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대기업 협력회사들은 받기가 쉽지 않다.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H1B 비자는 매년 3월에 대상자를 추첨하고, 신청자들의 15% 정도만 당첨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당첨된다 하더라도 그해 10월부터 근무가 가능하다. 이 같은 이유에서 주로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ESTA나 단기 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뒤 업무를 보는 관행이 굳어졌다.
이번에 체포된 인력도 대부분 △미국에 체류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서류 미비 이민자 △ESTA·B1·B2로 입국 후 근로한 한국인 △비자 기한이 만료된 근로자 등 세 부류로 추정된다.
한국이 호주처럼 ‘비자 쿼터’를 확보하지 못한 게 뼈아픈 대목이다. 호주는 200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하면서 1만500개 전문직 비자(E-3) 쿼터를 할당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2012년 미국과 FTA를 발효하면서 이 같은 쿼터를 따로 부여받지 못했다. 특히 최근처럼 한국의 대미 투자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이 같은 대안이 시급하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현재 미국 의회에는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2011년 112회기부터 현 119회기까지 매 회기 발의됐고, 한국인 전문직을 위한 비자(E-4) 1만5000개를 할당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송원석 한인유권자연대(KAGC) 사무총장은 “대미 투자 기업들의 공장 신설 시 필수·필요 인력을 위한 단기 비자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기업들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자는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국토안보수사국(HSI) 특별수사관은 기자회견에서 체포된 475명에 대해 “일부는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고, 일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했으나 취업은 금지된 상태였으며, 다른 일부는 비자가 있었지만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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