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채연 “버티는 게 이긴다? 10년 지나니 이해돼요”

유지혜 기자 2025. 9.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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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채연.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떻게 '잘' 버티느냐가 정말 중요한 거더라고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배우 정채연이 지난 활동을 돌아보며 남긴 한 마디다. 앳된 외모와는 달리, 그는 18세 무렵인 2015년 9월 걸그룹 다이아 멤버로 데뷔해 벌써 10년을 꽉 채워 활동한 베테랑이다.

연예계에 데뷔한 후에도 치열하게 살았다. 데뷔한 이듬해인 2016년에는 Mnet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그룹 아이오아이 멤버로 발탁돼 신드롬 급 인기를 끌었다. 걸그룹 활동을 하는 동시에 배우로도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했다. 2016년 tvN '혼술남녀'를 시작으로 SBS '다시 만난 세계' 등에서 아역을 거쳐 2019년 넷플릭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로 주연으로 우뚝 섰다. 2022년 다이아가 해체된 뒤에는 연기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배우로서, 가수로서 10년을 쉬지 않고 달린 이유에 대해 정채연은 “도전을 마다치 않는 성격 때문인 것 같다”고 돌이켰다. 지난 7일 종영한 JTBC 토일극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이하 '에스콰이어')도 그의 10년을 수놓은 도전 중 하나다. 그는 극 중 율림송무팀신임 변호사강효민 역을 맡아 자신의 첫 법정물이자 전문직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정채연은 최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이 드라마를 통해 이 다음 10년, 20년에도 새로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얻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 정채연. BH엔터테인먼트 제공.
Q. 강효민 캐릭터와 '에스콰이어'를 통해 배운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역할도 역할이지만, 드라마가 많은 생각을 해주게 만들었다. 다양한 시각으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 기회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가 좋은 메시지를 주고, 이 드라마를 보는 분들께 위로도 드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같이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믿었다.”

Q. 강효민과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 되나. 인터뷰를 위해 수첩에 빼곡하게 내용을 정리해온 것을 보면 강효민과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은데.

“수첩에는 내용을 정리해왔다. 촬영을 끝낸 지 두 달 정도 지났고, 매회 에피소드로 진행하는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인물도, 내용도 다 달랐다. 그래서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며칠 전에 급하게 다 정리했다. 극 중 강효민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저도 하나를 시작하면 끝까지 판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사는 편이다. MBTI가 확신의 ISFJ다. 쉴 때는 완벽한 'P'인데, 일 앞에서는 완벽한 'J'다.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는 강효민에게 영향을 받아 'T'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촬영 기간에 MBTI 검사를 하면 ESTJ가 나오더라. 정말 신기했다.”

Q. 신입 변호사인 강효민이 사회초년생으로서 다양한 실수를 겪지 않나. 본인의 사회초년생은 어땠나.

“데뷔했을 시절, 연습생 때는 용기가 없었다기보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막 벗어나서 많은 사람을 처음 접하다 보니 조심스러웠던 경험이 많다. 그때도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는 면모는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당시엔 사람들이 쓰는 화법마저 생소했다. 사람을 대하는 게 어리숙하다 보니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게 어렵기도 했고, 대화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의 초년생은 소심으로 가득한, 마냥 아기였다. 그런 기억을 잘 살려서 사회초년생 캐릭터를 소화했다. 강효민을 보면서는 '오호, 정말 용기 있네' 싶은 면모들이 있었다.”

Q. 첫 법정드라마를 해보니 어떤가.

“전문직, 법률드라마를 처음 해보니까 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 이걸 발판으로 이후 10년, 20년 뒤에도 다른 면모를 보일 수도 있을 거란 자신감이 들었다. 나중에 혹여 또 다른 법률드라마를 했을 때 이 작품이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판타지나 의학드라마처럼 다른 장르를 해도 이번 드라마로 경험한 연기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이번에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으니까 다음에 다른 장르를 하게 되면 감정을 더욱 폭발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많은 장르를 해보지 않았으니 다양한 장르를 할수록 나만의 내공으로 쌓일 거라 생각한다.”

Q. '에스콰이어'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에스콰이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건은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기보다 서로의 입장차가 달라 벌어지는 이야기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양쪽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런 지점이 정말 재미있었다. 7회 치매에 걸린 아내의 안락사 선택을 존중한 남편을 살인죄로 봐야할 지 논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7회와 마지막 회처럼 사랑을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는 회차들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Q. 극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나.

“'에스콰이어'에는 명대사가 정말 많다. 놓치지 않아서 따로 적어 둔 대사도 많다. 13회에 '사랑이 서로 바라보는 거라면, 결혼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거다'라는 말이 있다. 그게 정말 좋더라. 이진욱 선배님께 '어두운 터널에서 혼자 걷는 기분이었는데 손전등 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는 장면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극 중 이진욱이 연기한 윤석훈 변호사에 대한 강효민의 마음은 로맨스일까, 선배를 향한 존경심일까? 배우로서는 어떤 방향이었으면 좋겠나.

“시청자들이 강효민의 감정을 함께 고민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나 또한 이진욱 선배님과 함께 찍는 장면에서 강효민이 윤석훈 변호사를 남자로서 좋아하는 걸까, 선배로서 존경하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사실 한 끗 차이라 본다. 복합적인 마음이라 생각한다. 어느 한 순간에 남자가 되고, 선배가 되고 이런 것 아닐까? 그 한 끗을 누가 넘나드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개인적인 바람은 선배는 선배로 남았으면 한다. 팬은 팬으로 남아야 좋다는 말처럼 멋있는 선배는 선배로 남아야 평생 좋은 점을 배울 수 있지 않겠나.”

배우 정채연. BH엔터테인먼트 제공.
Q. 선배 이진욱은 실제로 어땠나.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은 젤리를 싫어하는데 정채연 씨가 현장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젤리를 나눠주는 걸 보고 친해지고 싶어서 '나도 나도'라며 젤리를 나눠 받았다고 고백하던데.

“오늘까지만 해도 이진욱 선배님이 젤리를 싫어하는 걸 몰랐다. 오늘 알았다. 하하하! 선배님이 젤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늘 엄청 챙겨갔는데 아쉽다. 선배님은 '후배들에게 바보처럼 다가갔다'고 표현하셨지만, 선배님은 실제로도 순수하고 소년미가 있으시다. 정말 순수하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하면 티가 다 나지 않나. 선배님만의 그런 인간적이고 아이 같은 면모가 있어서 (해맑은 모습이)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노력해주신 덕분에 후배로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편하게 현장에서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

Q. 변호사 역을 위해 '이런 것까지 했다'는 게 있나.

“술을 정말 안 마셨다. 전체 리딩이 끝나고 회식을 했는데 그때도 술을 안 마셨다. 제 패턴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했다. 사실 저도 어느 날은 실수할 수 있고, 버벅거릴 수 있지 않나. 그걸 제 탓으로 넘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 그렇게 결과가 나온다면 수긍할 수 있겠는데, 그게 아니면 핑계가 생기니까. 음주는 기억력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 있어서 더욱 술은 피하고, 생활 루틴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책을 읽으니 머리가 맑아지더라. 확실히 대본이 머리에 잘 들어왔다. 이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초반에는 친구들과의 만남도 다 미뤘다. 일단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Q. 도전 의지가 제대로 자극됐나 보다.

“맞다. 원래도 막막하고 새로울 때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제가 하기로 한 거니까. 하기로 했으니까. 그러니 이왕 제대로 하고 싶었다. 이번 드라마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줄줄 써야 하니 그 의미들을 머리에 입력을 해야 했다. 그래서 공부 모먼트가 정말 많았다.”

Q.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많았는데 법정드라마를 선택한 건 변신을 염두에 둔 것인가.

“그동안 로맨스, 청춘물 위주로 대본이 들어온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변신을 해야지'라고 해서 이 장르를 찾은 건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나는 어떤 걸 해야 하나', '다음 건 뭘 해야 하나' 혼자 고민을 하던 차였다. '에스콰이어' 대본을 읽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박미현 작가님을 처음 뵈었을 때 '새로운 시도이다 보니 두려움이 크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서 '설렘으로 바꿔보려 노력하겠다'고 했다. 마음이 다운되어있던 시기에 작가님 글을 읽고 좋았다는 말씀도 드렸다. 나한테는 '에스콰이어'가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느껴진다. '저는 못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배우 정채연으로서 한 발자국을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 드라마다. 시도가 어려울 때 그냥 해보자는 용기를 준 작품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 자신의 성취에 기쁨을 느꼈다.”

Q. 다음엔 어떤 장르를 해보고 싶나.

“피 한번 제대로 튀겨보고 싶다. 하하. 지금까지 청춘물, 로맨스 하면 드라마 질감이 화사한 경우가 많았는데, '에스콰이어'는 톤 자체가 약간 모던하고 현실적이었다. 조명판도 거의 안 댔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톤의 드라마를 많이 해보고 싶다.”

배우 정채연. BH엔터테인먼트 제공.
Q. 쉴 때는 무엇을 하며 쉬고 있나.

“요즘에는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못 봤던 공연도 챙겨보고 있다. 어제는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을 보면서 울었다. 쉴 때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는 편이다. 사람 많은 워터파크도 가고 싶으면 그냥 간다.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 드리면 된다. 편하게 잘 돌아다니는 편이다.”

Q. 쉬지 않고 주연드라마를 내놓고 있다. 나만의 강점을 꼽자면 무엇이 있나.

“이 대답은 제가 일하는 원동력과도 연결된다. 나도 작품이 없었던 시기도 있고, 안 들어오는 시기도 있고, 내가 하고싶은 것과 다른 캐릭터가 들어올 때도 있다. 그럴 때 저는 꽤나 긍정적인 편이다. '그런 가보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렇게 지나고 나서 운명적으로 '에스콰이어'를 만나면 '내가 이걸 만나려고 기다렸나 보다' 싶은 거다.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 생각을 잘 환기하는 편이다. 지금까지는 작품 활동을 감사하게도 잘 이어갔지만, 만약 이후에 공백이 생겨도 '좋은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아 뵐 수 있다면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를 다지는 훈련을 많이 했다. 스스로 조급해서 일을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감사하며 일하면 만족도도 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저만의 '축'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자신을 스스로 많이 돌아보는 스타일이다.”

Q. 가수 활동 예정은 있나.

“음악은 언제든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당장은 예정에 없다.”

Q. 올해 데뷔한 지 10주년이다. 어떤가.


“제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이기도 하고, 어릴 적부터 활동했다. 전에는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라는 말을 잘 이해 못 했다. 딱 10년이 되면서 '잘' 버텨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 일을 오래하고 싶으면 암흑 속에서 버티는 게 아니라, 환한 빛에서 버텨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잘 쉬어야 에너지가 나고,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힘든 시련 안에서 고민하기보다 빨리 털어내고 건강하게 순화시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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