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주한미군 부지 소유권 언급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중 하나는 미국이 한국에 큰 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ownership)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소유권을) 원한다. 임대차 계약(lease)을 없애고, 미국이 엄청난 군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라고도 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부지의 소유권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일단 사실관계부터 따져보자. 주한미군 기지에 대해 미국이 임차료를 내고 있지는 않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2조는 “합중국(미국)은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대한민국 안의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供與·무상제공)” 받는다고 되어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미국이 한국 영토 내와 그 근처에 육·해·공군을 배치할 권리를 한국이 ‘허여(허락)’하고 미합중국이 수락한다고 적는다. 즉 미군이 한국 영토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국이 허락한 것일 뿐, 주한미군 부지가 “더 필요가 없게 되는 때에는 (···)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다(SOFA 제2조). 트럼프 말대로 미국이 부지 소유권을 넘겨받으려면 SOFA를 개정해야 하고, 이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
사실상 정치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선택지를, 트럼프는 왜 주장했을까? 그린란드나 파나마 운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트럼프 개인의 영토에 대한 허세적 관심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래의 기술’로 유명한 트럼프가 그저 허세용으로 꺼낸 말은 아닐 수도 있다. 국제정치 연구자인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해석은 이렇다. “주한미군이 기지를 무상으로 쓰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이 주권을 가진 영토이다 보니 자유롭게 작전을 벌이기에는 제약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 미군을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고, 그중 하나가 미군기지를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과 유사한 법적 지위로 만드는 것일 수 있다. 물론 그런 지위를 획득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무리하고 어렵지만, 미국으로서는 ‘이게 안 되면 군대를 빼겠다’고 압박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 동맹 현대화에 있어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미국이 생각한다는 뜻 아닐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미 관계의 뇌관이자,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관세 협상을 뒤흔들 수도 있는 민감한 쟁점이다(한·미는 아직 명문화된 합의를 하지 않았다). 현재 한국에는 미군 약 2만8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한국은 이 미군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주길 바란다. 그런데 미국의 이해관계는 한국과 꼭 같지만은 않다. 예컨대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이미 동아시아 지역에 보내둔 주한미군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출동시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 입장에서 이는 미·중 전쟁에 원치 않게 휘말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주한미군이 자리를 비운 틈새를 북한이 밀고 들어올 위험도 있다.
미 싱크탱크 “주한미군 1만명으로 줄여야”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외 군사·외교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던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월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그런데 이 문구의 바로 앞 문장은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라고 되어 있다. “당시 한국이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주한미군이 다른 지역에 출동할 경우) 사전 협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려 했으나, 이러면 미국 입장에선 더 이상 ‘전략적으로 유연’한 게 아니게 된다. 결국 양국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나온 타협적 문구가 (앞서의) 모호하고 충돌적인 두 문장이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말이다.

문제는 2006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이 잠재적 패권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하고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패권 하강을 겪은 미국은 ‘계산’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경찰’로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일의 비용과 혜택을 저울질하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온 세계에 이식하려는 비현실적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본토 방어와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편이 더 지속 가능하다는 ‘현실주의’적 입장이 부상했다. 이 흐름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첫 번째 임기 당시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의 군대를 후원하면서 애석하게도 우리의 군대는 소모”시켜왔고, “다른 국가들의 국경을 지켜주면서 우리 자신의 국경은 방어하길 거부”했다고 기존 미국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했다(차태서, 〈30년의 위기〉).
두 번째 임기를 맞은 트럼프는 더욱 순도 높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새 국방정책을 짜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주한미군을 재편해 중국에 집중하도록 하고, 한국이 대북 재래식 방어의 더 큰 부담을 떠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김정섭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2006년 합의보다는 주한미군 출동에 제약을 덜 받는 형태의 (전략적 유연성 관련) 새 합의를 끌어내려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배치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8월9일자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8월24일 한·미 정상회담으로 향하는 전용기 기자간담회에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무작정 버티기만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전략적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미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은 점점 ‘수지가 안 맞는 장사’가 되어가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수석 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이 싱크탱크 ‘국방 우선순위(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과 작성해 지난 7월 공개한 보고서(Aligning global military posture with U.S. interests: 전 세계 군사 태세를 미국의 이익에 맞게 정렬하기)는, 현재 약 2만8500명인 주한미군을 1만명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며 이렇게 쓴다. “한국이 분쟁 시 미군이 역내 다른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자국 기지를 제한 없이 활용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는 합리적이다.”
이미 미국 국방부는 내부적으로 주한미군 일부 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5월23일 보도했다. 약 4500명을 철수시켜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거점으로 재배치하는 안이다. 주한미군은 지상군 2만명, 공군 8000명으로 구성돼 있고, 지상군에는 병력 4500~5000명과 장갑차 300여 대로 구성된 ‘스트라이커 여단’이 포함돼 있다. 이 ‘스트라이커 여단’이 감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한반도에 계속 있는 게 아니라 9개월마다 순환 배치되는 인력들이다. 국립외교원 반길주 교수는 “적어도 영구적인 주한미군 감축은 막아야 한다. 한·미 동맹이 약화되었다는 신호가 되어 자칫 북한에 오판의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반길주 교수는 주한미군 감축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한국 쪽에서 선제적으로 ‘전략적 유연성 2.0’의 구체적 상을 미국 쪽에 제안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전략적 유연성이 반짝 하고 사라질 쟁점이라면 우리가 미리 얘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이 언제 요구할지 타이밍만 보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제를 방치하다가는 미국이 우리 동의 없이도 한국에 배치된 미군을 빼서 다른 곳에 활용할 것이다. 미국은 2006년 합의로도 이미 가능하다고 주장할 것이고, 그 자체는 조약도 협정도 아니어서 구속력이 없다. 결국 미국이 먼저 (한국이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게 해서 미국 요구를 다 수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한국이 먼저 변화된 국제적 환경에 맞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우리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제시함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초점이 북한 억지에서 중국 견제 방향으로 어느 정도 옮겨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적어도 재래식 대북 방어는 한국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도 아직 갖고 있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에, 2012년 4월까지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했다가, 이명박 정부 때 2015년 12월로 미뤘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0월에 ‘시기’가 아닌 ‘조건’이 충족되면 전환하기로 했을 뿐이다. 즉 ‘①군사적 능력 ②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이 처한 ‘동맹의 딜레마’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었나? 언제쯤 충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답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무한정 미룰 일도 아니라고 김정섭 수석연구위원은 말한다. “현재의 연합사령부 체제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시 미국 지상군이 대규모로 증원되어 한·미 양국 군대가 함께 연합작전을 벌인다는 가정하에 세워졌다. 그러나 미국이 달라졌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일부 전력이나 해·공군 위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해선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한국군의 작전통제는 한국이 하면서 미군의 지원을 받는 형태로 군 지휘체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 편이 국군의 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1953년 7월 6·25전쟁 종전협정이 체결될 당시 한국에는 미군 32만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1954년까지 22만여 명이던 주한미군은 이후 5만~6만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닉슨 독트린으로 7사단이 철수하면서 1971년 4만3000명이 되었다. 냉전 이후 1992년 미국 재정적자에 따라 주한미군은 3만6000명 수준으로 줄었고,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또 한 번 감축되어 2008년 이후 2만5000여 명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 방어에 더 집중하기로 한 세상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 달러(약 13조원)로 지금보다 10배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는 주한미군 주둔에 드는 실제 비용보다 몇 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국가들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으로 증액하라고도 요구해왔다(한국 국방비는 올해 GDP 대비 2.3%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방미 때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국방비를 증액하겠다고 공언했다. 단, 구체적 수치는 말하지 않았다. 방위비 분담금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밝혔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의제다. 미국은 계속해서 동맹국이 더 많은 금전적 비용 그리고 군사적 부담을 지길 요청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에는 ‘동맹의 딜레마’라는 개념이 있다. 한 국가가 동맹에 참여할 때 직면하는 두 가지 상반된 위험, 즉 ‘연루(휘말림)’의 딜레마와 ‘방기(버려짐)’의 딜레마다. 클린트 워크 미국 국방대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5월27일)에 한국 버전 동맹의 딜레마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의 두려움은 두 가지다. 미국이 한국을 버리고 북한과 맞서게 하는 것, 또는 미국이 한국을 중국과의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 미국이 북한에서 타이완으로 초점을 옮기면 두 불안을 동시에 건드린다.”
더욱이 트럼프의 미국은 타이완 유사시에 반드시 자신들이 직접 방어한다고 명확히 하지도 않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일부 인정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지킬 뿐 동맹국을 위해 이를 희생할 생각이 점점 옅어지는 듯하다. 한국 일각에서 분출하는 독자적 핵무장론의 배경이자, 한국 정부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려는 맥락이다. 한·미가 상호방위조약으로 동맹을 맺은 지 70년, 미국이 세워놓은 기존 국제 질서를 파괴하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한·미 동맹’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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