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농촌 ‘희생양’…“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반대” 반발 확산

황송민 기자 2025. 9.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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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지역 주민들이 초고압 송전선로와 대규모 개폐소 건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소비해야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사업지역에 포함되는 진안·장수·금산과 같이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농촌지역 곳곳에서도 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송전선로 건설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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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8개 시·군 거쳐 수도권 연결
편익은 도시로, 피해는 농촌이
기존 선로 주변 질환 발생률↑
주민 건강 위협·재산권 침해
“에너지 지역생산·소비 정책 펴고
강제수용 독소조항 폐지해야”
신남섭 ‘신장수~무주영동 송전선로 개폐소 반대 양강면 대책위’ 위원장이 마을 어귀에 걸려 있는 현수막 옆에서 충북 영동을 가로지르는 송전선로와 양강면 개폐소 설치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전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방은 수도권의 식민지가 아닙니다. 농촌 주민들의 삶터와 건강을 짓밟으면서까지 전기를 보내는 게 과연 올바른 정책입니까?”

충북 영동지역 주민들이 초고압 송전선로와 대규모 개폐소 건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로변과 마을 입구에는 “철탑 밑에 너 같으면 살겠냐” “생명을 위협하는 송전탑 개폐소 설치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고, 주민들은 두차례 차량 시위를 벌이며 분노를 표출했다.

영동군 양강면 괴목리 마을 위를 가로지르는 초고압 송전선로.

정부와 한국전력은 영동군 6개 읍·면을 관통하는 345㎸(킬로볼트)급 초고압 송전선로를 설치하고, 양강면에는 대규모 개폐소를 건립하는 ‘신장수~무주영동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호남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기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등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국가 전력망사업의 하나다. 영동뿐 아니라 충남 금산, 전북 장수·진안·무주, 경북 김천, 경남 거창·함양 등 5개도 8개 시·군이 사업지역에 들어간다.

신남섭 ‘신장수∼무주영동 송전선로 개폐소 반대 양강면 대책위’ 위원장(58)은 “과일의 고장으로 유명한 영동이 머지않아 ‘송전선로 거미줄’에 덮일 운명에 처했다”며 “갈수록 농촌인구가 줄고 있는데, 초고압 송전선로까지 들어서면 누가 농촌에 살고 싶어하겠냐”고 목소리를 키웠다.

주민들의 가장 우려하는 점은 건강이다. 영동지역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 곳곳에 초고압 송전선로가 설치됐는데. 해당 지역에서 암·심혈관질환·뇌질환 환자 사례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조용석 양강면 괴목리 이장(63)은 “1990년대부터 송전탑이 가로지른 우리 마을에는 현재 89가구 중 심장병·뇌질환·암 환자가 10명이나 있고, 그동안 사망한 주민도 9명이 되는 등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송전탑 아래 사슴목장에서는 사슴이 자주 유산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했다.

신 위원장도 “송전선로 인근 죽촌리의 한 마을에서는 27가구 중 6가구에서 암 환자가 나온 반면, 700m 떨어진 윗마을은 가구수는 같은데 환자는 단 1명뿐이었다”며 “이처럼 건강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송전선로가 설치된다고 하니 주민들의 불안감이 극심하다”고 밝혔다.

재산권 침해도 주민들의 큰 반발 요인이다. 조 이장은 “송전탑에서 50m 떨어진 곳도 부동산 가치가 하락해 대출받기도 어렵고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사업 추진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 ‘전원개발촉진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승인하면 20개 법률에 따른 각종 인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보고, 토지 강제 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은 “주민 동의 없이도 송전선로를 강제로 밀어붙일 수 있는 법이 존재하는 한 농촌은 항상 피해자가 될 뿐”이라며 “‘전원개발촉진법’의 독소조항을 폐지하고, 주민 동의 절차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로컬푸드와 같은 개념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에너지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그 지역에서 소비해야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환경 파괴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 위원장은 “문제의 핵심은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가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다는 데 있다”며 “에너지와 용수가 풍부한 지방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기업이 이전하면, 송전선로 건설도 줄고 농촌의 희생 없이 지역균형발전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업지역에 포함되는 진안·장수·금산과 같이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농촌지역 곳곳에서도 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송전선로 건설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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