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도암댐 품은 물 3000만 톤, 강릉 '극한 가뭄' 대안될까

박은성 2025. 9. 8. 04: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강릉시와 활용 협의 전해져
아파트 4만5000세대 단수 현실로
"진짜 물 안 나와" 주민들 발 동동
'2차 소방동원령' 장비·인력 늘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2일 강원 평창군 도암댐을 찾아 시설과 수질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환경부 제공

7일 충남·전북 극한 호우에도 극한 가뭄이 이어진 강원 강릉시에 평창군 대관령면 도암댐(저수량 3,000만 톤)이 오봉저수지를 대체할 상수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초 도암댐 도수관로에 저장된 물의 수질을 측정한 환경부는 "정수 처리 시 먹는 물 기준에 부합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전문 기관 의견을 받아 강릉시와 비상 방류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암댐은 평창군에서 정선군, 강릉시 쪽으로 흐르는 송천을 막아 지난 1991년 완공한 유역 변경식 발전소(댐으로 물을 막아 경사가 급한 쪽으로 떨어뜨려 전기를 얻는 방식)다. 완공 10년 만인 2001년 수질 오염 문제로 운영이 중단됐으나, 최근 남대천으로 이어진 방류 구간 터널에 있는 15만4,000톤의 물을 하루 1만 톤씩 강릉으로 흘려보내는 방안이 논의됐다. 지난 2006년 이후 댐 상류 지역의 축산 분뇨 등 오염원 관리로 수질이 좋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강릉에 있는 강원도 제2청사에서 열린 '도암댐 용수 사용 등 강릉 수자원 확보를 위한 긴급 대책회의'에서 도암댐의 물이 강릉시 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정선·영월군 측은 이 같은 비상방류 방안에 이견이 없다는 의견을 강원도에 밝혔다. 주민들도 수질 개선이 입증되는 한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전상걸(63) 정선군 번영회연합 회장은 "수질만 충족한다면 강릉 가뭄을 덜어줄 비상방류를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중장기 발전 방류 재개까지는 추가 수질 조사, 송천에 미치는 영향 등이 완벽히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도청 회의에서는 수질 검증과 관련해 환경부 검증에 도 보건환경연구원이 협력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일부 아파트단지 "밤~새벽 단수 불가피"

극한 가뭄이 계속된 강원 강릉시의 한 아파트에 7일 급수 제한과 생수 배부를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 같은 논의는 결론을 맺지 못했지만 이날도 강릉시민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시가 100톤 이상 저수조(물탱크)를 보유한 아파트 123곳(4만 5,000여 가구)에 정수장 물 공급을 중단하면서 일부 단지에 수돗물이 끊긴 것. 대신 단지 내 저수조에서 물을 공급하되 이마저 바닥나면 급수차를 동원해 수돗물 공급이 끊기지 않게 한다는 시의 설명과 달리, 상당수 아파트는 일부 시간엔 수돗물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시간제 급수에 들어가 주민 불편이 컸다.

강릉 교동택지의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측은 "저수조 용량으로 이틀간 각 세대에 공급할 수 있는데 시에서 나흘 사용을 권고해 밤늦게부터 새벽까지 단수가 불가피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홍제동 아파트 주민 최모(44)씨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 양동이로 물을 받아 놓고 있다"며 "처음 겪는 일이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의 한 주민도 "새벽에 일을 나가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데 물은 언제 채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단수가 현실로 다가오자 지역 맘카페(지역 엄마들의 온라인 모임)에는 물이 부족한 강릉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른바 '식수 난민'이 됐다는 것이다. 생후 6개월 아기 엄마라고 밝힌 글쓴이는 "비 소식도 없고 물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해 아이와 함께 친정인 양양에 가려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아이를 1학기만이라도 인근 지역으로 전학 보낼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오봉저수지 저수율 12.7%

극한 가뭄이 계속된 7일 강원 강릉시의 한 하천에 모인 급수차량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줄지어 물을 퍼가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오봉저수지의 물을 정화하는 홍제정수장에서 나오는 물 사용량의 49%를 소비하는 강릉시내 아파트 단지의 제한 급수를 확대한 이날도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오전 기준 12.7%까지 내려왔다. 강릉시와 재난대응 당국은 오봉저수지 상류 물길을 정비해 물이 더 잘 모이게 하고 급수차 481대, 해군 및 해경 함정 2대, 헬기를 동원해 하루 2만 9,700여 톤의 물을 저수지와 홍제정수장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가뭄에 따른 저수 고갈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소방청은 이날 제2차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대용량 물탱크차량(1만1,000톤급) 20대를 강릉에 추가 투입했다. 이로써 강릉에 투입된 소방 차량은 70대로 늘었다. 국립한국해양대는 아시아 최대 실습선(9,196톤급) 한나라호에 1,000톤의 물을 실어 강릉항으로 급파하기도 했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한 사투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뭄을 해갈할 비 예보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시간제 또는 격일제 급수를 시행할 방침이다.

강릉=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