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겨냥 급습에 충격… 부당한 단속 또 당할까 외출도 안해”
불안감에 휩싸인 260만 美한인사회
“중범죄자 다루듯 연행해 가 분노… 붐비던 마트-식당가 텅텅 비어”
조지아 전날 LA서도 한인 기습 단속… “다른 지역으로 단속 확산될까 우려”

미국에서 한국인 이민자 권익 활동을 펼치는 김갑송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국장은 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공포와 분노가 한인 사회를 휩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4일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에 미 이민 당국이 들이닥쳐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구금하자 동맹국을 상대로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배너 현지에 직원을 긴급 파견해 통역 등 구금된 HL-GA 직원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동맹국 국민을 상대로 깜짝 이민 단속을 강행했다”며 “합법 체류자 신분인 이들을 범죄자처럼 쇠사슬을 채워 연행하는 모습에 분노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특히 최근 미 이민 당국의 단속과 체포가 아시아계 등 비(非)백인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더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표현할 수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단속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 韓 기업 다수 진출한 조지아주에서 발생
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거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서배너), SK온(커머스), 한화큐셀(돌턴)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 여러 연방 기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합동 이민 단속을 펼치자 한인 사회가 느끼는 배신감도 상당하다.
한 교민은 “주말을 앞두고 한국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코스트코와 시내 식당가가 텅텅 비었다”고 했다. 그는 “부당한 단속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외출도 하지 않는 한인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던 지역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조지아주는 미 50개 주 중에서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뉴저지, 일리노이주에 이어 한인 수가 6번째로 많다. 2023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미 전역에는 약 262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시민권자), 영주권자, 유학생, 주재원 등이 거주한다. 이 중 조지아주에는 10만2061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 1000만 명인 조지아주 인구의 1%에 해당한다.
● 다른 지역 한인 사업체도 단속 우려

이날 한인 소유 세차장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나타나 10여 분 만에 라틴계 직원 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교포 사업체들의 많은 수가 라틴계 직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민 당국의 단속이 확대될수록 피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타운이민자근로자연합(KIWA)은 “비인간적이고 갑작스러운 단속이 지역 사회를 극심한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HL-GA에 대한 단속이 예외 없이 거칠고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점도 교포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민 당국이 업무 중이던 한국인 직원들을 마약 사범 같은 중범죄자를 다루듯 케이블타이 수갑을 채우고, 가방을 자세히 수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 또한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체포된 한인은) 불법 체류자로 안다”고 발언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층에게 널리 퍼져 있는 ‘외국인은 범죄자’라는 인종 차별적 인식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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