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사실상 예산권 회수… 나랏빚 치솟아도 견제장치 없어
정부가 7일 고위 당정을 거쳐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는 기획재정부를 나눠 예산, 재정, 장기 전략 수립 기능은 국무총리 산하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경제 정책, 국제 경제, 세제, 공공 기관 업무는 재정경제부(재경부)가 맡는 내용이 담겼다.

재경부는 경제부총리가 지휘하는데, 현재 금융위원회의 금융 정책 기능을 분리해서 맡는다. 기재부처럼 금융위도 쪼개져서 금융위의 감독 기능은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가 맡는다. 이 방안대로 내년 1월 2일 경제·금융 부처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1998년 2월~2008년 2월 10년간 유지된 재경부·기획예산처·금감위 체제가 18년 만에 부활하게 된다. 한편 금융위 산하의 금융감독원도 나뉘어 소비자 보호 기능은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맡는다.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은 모두 금감위의 지휘를 받는다.

◇ “기재부의 나라냐” 질타해온 與
당정이 기재부 쪼개기에 나선 이유는 기재부가 확장 재정 기조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 당시의 대규모 재정 사업을 두고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는 오랜 불만 때문이다. 2021년 1월 정세균 당시 총리가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상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히자, 김용범 당시 기재부 1차관(현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해외 같은 경우 (피해 보상을)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정 총리가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목소리를 높였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기재부가 경제 기획에 더해 재정도 컨트롤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고 했었다.
◇예산권 사실상 대통령실로
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가 예산을 편성하게 될 경우 대통령실이 정부의 예산 편성 준비 과정부터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획예산처 체제였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청와대 정책실·경제수석실·국정기획수석실 등이 예산 편성 과정을 조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당시 재경부 차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기존에는 기재부 관료들이 정치적 예산을 과감히 자르고, 경제부총리와 예산실장이 대통령을 설득할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기획예산처를 아래에 둔 총리가 대통령의 뜻을 어기고 제동을 거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로 내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예산권까지 쥐게 될 경우 나랏빚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금감원도 쪼개기
기재부를 쪼개는 과정에서 재경부의 정책 집행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당정은 금융위의 가계 부채 관리와 기업 구조 조정, 금융 산업 진흥 등 금융 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넘기기로 했다.
그런데 기재부 해체론에서 시작된 경제 부처 조직 개편 논의로 덩달아 수술대에 오른 금융위 관료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금융위는 현재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절반 이상이 정부세종청사의 재경부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한 국장은 “기재부 벌 주려다 우리가 벌 받게 됐다”고 했다. 금융 정책과 감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정책·감독 업무를 놓고 재경부와 금감위가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금융 정책·감독 기능이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융소비자보호원 등으로 분산되면서 금융 회사들은 중복 규제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기재부 관료들은 무덤덤한 분위기다. 금융 정책 기능을 갖게 된 정책·국제경제·세제 등 이른바 기재부 ‘1차관 라인’ 직원들 사이에서는 “예산권 없이 경제 부처들을 총괄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금융이라는 손에 잡히는 정책 수단이 생겨 조직이 활력을 띨 것”이라는 기대가 모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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