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先처리 後보완” 속도전 하듯 강행된 정부 조직 개편

정부,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7일 검찰청을 78년 만에 폐지하는 등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확정해 이달 하순 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예산 기능은 기획재정부에서 분리해 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넘어간다. 산업부가 담당했던 에너지 정책은 환경부로 옮겨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하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로 재편하기로 했다.
검찰청 대신 기소와 수사를 담당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고, 중수청은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되 시행 시기는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 여부와 국가수사위 신설 문제는 일단 법안을 통과시킨 뒤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한다는 ‘선(先)처리, 후(後)보완’ 기조로 밀어붙였다.
이번 개편안은 검찰청 폐지를 비롯해 정부의 근간을 바꾸고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런 중차대한 문제가 충분한 토론과 숙의 절차 없이 처리 시한을 못 박은 채 속도전으로 처리되고 있다. 검찰 개혁만 해도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는 전문적 지식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법안 처리 시한도 9월 25일로 못 박았다. 공청회가 한 차례 열렸지만 반대 의견은 묵살되는 요식 절차에 불과했다.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해 사실상 대통령실이 관리하는 것도 예산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을 우려가 크다. 환경부가 에너지 업무의 소관 부서가 되면 규제가 강화되고 사실상 ‘탈원전 시즌 2’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여당 내 일부 반대마저 무시한 채 강행됐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 출범 10개월이 지나서야 자신들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도 담지 못한 채 정부조직 개편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3개월 만에 정부조직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보완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인데 졸속 우려가 현실로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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