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안전 담보 못해… 김해 확장 재추진해야"

이수빈 기자 2025. 9. 7. 22:2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 입김에 입지 졸속 변경
활주로 침하 발생 위험 높아
최대 30조 예산 투입 비합리적
24시간 운영 수요·경제성 없어
지역 발전 견인 착각 벗어나야
"李정부 '안전 강화' 기조 반해"
노기태 전 부산 강서구청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건설·운영 시 위험성이 큰 가덕도 신공항보다 접근성·입지 안전성·경제성·항공 수요·공사 기간 등 모든 측면에서 앞서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기태 전 부산 강서구청장 심층 인터뷰

"가덕도 신공항은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강조하는 '안전 강화'에 명백히 반하는 공항입니다. 혈세가 더 낭비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원점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노기태(79) 전 부산시 강서구청장이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거듭 주장했다. 15대 국회의원과 부산항만공사 사장을 지낸 노 전 구청장은 지난 2014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당선된 후 2017년부터 민주당 소속으로 강서구청장을 연임했다. 고령 등의 이유로 정치 행보를 그만뒀던 그는 최근 정부와 부산시가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비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이른바 '동남권 신공항'은 그가 강서구청장이던 지난 2016년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 검증 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공항을 최적지로 판단해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그러나 2018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들고나왔으며, 이후 문재인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철회했다. 이듬해 국회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일사천리로 공사가 진행될 것 같았던 가덕도 신공항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암초를 만났다. 4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10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2029년 말까지 부지를 완공하는 조건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6개월 동안 600억 원을 투입해 기술적 검토에 나선 현대건설은 기한 내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사 기간을 84개월에서 108개월로 연장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이를 거부당하자 지난 5월 현대건설은 "지역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업 불참을 통보했다. 새로운 시공사를 찾기 위한 재입찰도 지연되며 공사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직전까지 국토부는 '7대 불가론'을 고수해 왔고, 건설비가 28조 원까지 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업계에서도 역대 최고의 건설 난도로 보고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

노 전 구청장은 "공항 입지가 김해공항 확장에서 가덕도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객관적 데이터와 전문가 의견은 무시됐다. 정치적 고려만으로 타당성 검증 없이 특별법을 통과시키는 등 졸속으로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덕도와 김해공항이 모두 소재한 강서구청장으로 8년간 재직하며 신공항 입지 논의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최근 국내 굴지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신공항 공사계약을 포기한 일을 계기로,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토부와 부산시, 지역구 국회의원이 활주로 위치 변경, 복수 활주로 도입, 해저 연약지반 처리방법 변경 등 기본계획 변경 또는 설계 재검토 움직임을 보이며 혼선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가덕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와 한계를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며, 위험한 곳에 공항을 건설하려 했던 발상의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 전 구청장은 입지, 안전성, 경제성 등 가덕도 신공항이 가진 치명적 한계를 공론화해야 한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입지 조건에 대해 그는 "신공항 예정지 일대(대항 새바지)는 평소 강풍과 높은 파도가 잦으며 태풍의 길목이기도 하다. 수심이 30~40m에 이르고 해저 연약 지반층이 45m로 지반 강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활주로의 3분의 1은 육지에, 나머지는 매립지에 지어지기에 장기적으로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 발생 위험이 크다. 육상과 해상 연약 지반의 지지력 차이가 크면 바다 쪽 활주로가 육지 쪽보다 많이 가라앉아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일본 간사이 공항이 지난 30년간 4m 침하했고, 현재도 연간 5~7㎝씩 가라앉고 있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가덕도의 환경은 간사이 공항보다도 더 취약한 지역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부분도 지적했다. "활주로 1본 설치에만 약 10조 원 이상의 공사비가 들고, 2본 설치 시 총사업비는 약 28조 원 이상 소요가 예측된다. 지반 보강 등 사후관리 비용까지 고려하면 30조 원 이상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새로운 접근 철도와 도로까지 지어야 해 비합리적이다. 예산뿐만 아니라 준공 시기 역시 2035년 이후로 예상된다"고 했다.

공항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는 24시간 운영에 대해 그는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인천국제공항 등 다른 공항도 심야시간대 항공 수요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운영 비용 증가만 불러와 경제성이 없다. 현재 김해공항 운영시간에서(오전 6시~밤 11시) 앞뒤로 1시간씩만 늘리면(오전 5시~밤 12시) 항공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24시간 운영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신공항이 있어야 지역 산업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 김해공항에 미주·유럽 직항이 없는 것은 활주로 길이나 심야 운영 문제가 아니라 부울경 지역 승객 수요가 적어 항공사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항공화물 역시 공항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제품은 반도체 등으로 첨단산업에 해당한다. 이는 수도권에 몰려있기에 인천공항에 화물 수요가 많다. 동남권은 산업 구조상 항공 화물 수요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ADPi 용역 결과 △김해공항 827점 △밀양 677점 △가덕도 571점으로 가덕도가 최하 점수를 받았다며 접근성·입지 안정성·경제성·항공 수요·공사 기간 등 모든 측면에서 앞서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3200m짜리 활주로와 터미널이 신설돼 기존 활주로와 함께 활주로 2본을 가진 대형 국제공항으로 재탄생한다"며 "준공을 가덕도보다 5년 이상 앞당길 수 있고, 연결 교통망 구축을 최소화해 불필요한 예산 소요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지난 2002년 중국 민항기 돗대산 추락사고를 언급하며 "남풍이 불 때 북서 방향으로 신설될 활주로로 착륙하면 돼 돗대산 등 장애물로 인해 안고 있던 이착륙 안전 문제도 해결된다"고 했다. 다만 김해지역 비행기 소음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울산시의회에서 최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계획을 취소하고 김해공항 확장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남도의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입장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경남·울산에서 가덕도 불가론이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치적 이해 득실에 따라 우왕좌왕하지 말고 객관적인 근거에 의한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면 안전을 최우선하는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국정철학을 부정하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고 난 다음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사후약방문이다. 미리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