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공원 버드나무 고사시킨 이 해충, 도심도 위협한다
- 中서 유입 추정 유리알락하늘소
- ‘따뜻해진 겨울’ 탓 급속히 증가
- 생태공원의‘수호자’ 버드나무
- 껍질에 산란·번식해 말려 죽여
- 낙동강 하구 인근 도심에 확산
- 도시 전체 나무 위협하는 상황
- 확실한 방재법도 없어 더 위험
나무 표면을 갉아 먹은 자리에 알을 낳아 그 속을 썩게 만드는 유리알락하늘소. 딱지날개가 유리처럼 매끄럽다고 해서 이름에 ‘유리’가 붙었다. 해충으로 악명 높다. 2014, 2015년께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때만 해도 낙동강 하구의 생태까지 망쳐놓을 줄은 몰랐다.

지난 7월 8일 오후 낙동강 하구 인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 김현우 박사가 한 곳을 가리켰다. 몸길이 3~4㎝로 보이는 검은색 곤충, 유리알락하늘소다. 유리알락하늘소가 제 몸통보다 배가량 긴 더듬이를 움직이며 버드나무 가지에 수도 없이 붙었다. 김 박사는 “낙동강 하구 생태공원 수목의 70% 이상인 버드나무를 말려 죽인다”며 “최근 7년 새 개체수가 폭증했다. 골치 아프다”고 했다.
▮‘구멍 숭숭’ 뚫리는 나무

이날 생태공원 버드나무 굵은 가지마다 주황색 구멍이 빼곡했다. 유리알락하늘소가 나무껍질을 뚫어 알을 낳은 흔적이다. 칼로 나무껍질을 살짝 도려내면 쌀알 같은 알을 찾을 수 있다. 알에서 깬 유충은 부드러운 가지 내부를 파먹으며 성장하고, 번데기 상태로 추운 겨울을 난다. 이후 날이 따뜻해지면 나무껍질에 구멍을 뚫고 나와 번식한다. 그 과정에서 버드나무는 속이 텅 비고 배설물로 가득 차 썩는다. 또 뚫린 구멍 사이로 다른 곤충이 침입해 결국 말라 죽는다.
죽어가는 버드나무 상태는 쉽게 확인됐다. 김 박사가 제법 굵은 가지에 살짝 힘을 주니 맥없이 꺾였다. 유리알락하늘소 유충이 이미 다 갉아 먹었다. 생태공원 산책로엔 밑동만 댕강 남은 버드나무도 있었다. 나무가 완전히 말라 죽어 보행로를 덮치기 전 미리 베어낸 자리다. 급증한 유리알락하늘소를 잡아먹으려 딱따구리가 덩달아 늘었다. 딱따구리가 큰 구멍을 뚫는 바람에 버드나무 고사 속도는 더 빨라졌다.
유리알락하늘소가 낙동강 하구를 습격한 건 2015년이다. 한두 마리가 눈에 띄더니 2018년 이후 매년 여름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지난해 여름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직원 4명이 하구 반경 1㎞ 안에서 2시간 만에 1000여 마리를 손쉽게 채집하기도 했다. 버드나무 한 그루에 적게는 200개, 많게는 800개까지 산란 흔적을 발견했다.
버드나무는 낙동강 하구 생태공원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 물을 좋아해 매년 여름 폭우로 침수되는 생태공원에서도 잘 자란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 뿌리로 하천 변을 붙잡아 침식을 막는다. 수질도 정화한다. 또 물새와 곤충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자 먹이 공급처가 된다. 낙동강 하구 기수역의 생물 다양성에 크게 이바지한다. 결국 버드나무 집단 고사는 낙동강 하구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뜻한 겨울’의 비극
유리알락하늘소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100대 유해 생물’로 지정할 정도로 북미 유럽 중국 등지에서 오랜 골칫거리다. 원래 중국과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던 종이다. 우리나라에선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해 별다른 피해가 보고된 적 없었다. 그러나 최근 10년 새 부산 인천 등 항구와 맞닿은 도시에서 개체수가 급격히 늘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 이승현 연구조교수는 2015~2020년 6년간 전국 유리알락하늘소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부산 등 항구 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한 유리알락하늘소는 자생종이 아닌 중국에서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조교수는 “부산 인천에서 서식하는 유리알락하늘소는 인위적으로 유입된 외래종의 전형적 특성을 보인다. 중국에서 바로 왔을지, 북미와 유럽을 경유했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남방계 곤충 특성상 기후 위기에 따른 겨울 기온 상승과 고온다습한 환경이 번식에 적합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도 유리알락하늘소를 ‘기후 위기 지표종’으로 지정해 예의주시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 유충은 나무껍질 아래에서 성장하고, 성체는 몸에 딱딱한 껍질이 있어 방재가 쉽지 않다. 산란 흔적을 보고 일일이 칼로 파내 알을 제거하거나, 성체가 나무껍질을 뚫고 나올 때 약제나 연기를 뿌려 잡는 수밖에 없다.
▮예측도 안 되는 피해
진짜 큰 문제는 낙동강 하구 생태공원에서 폭증한 유리알락하늘소가 점점 부산 도심으로 서식 영역을 넓히는 상황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을 보면 낙동강 하구와 인접한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강서구 명지시장, 사상구 보훈병원 건물 내부 등 도심에서도 유리알락하늘소가 발견됐다.
‘숲의 파괴자’ 유리알락하늘소에 따른 생태계 피해는 낙동강 하구에서 시작해 머잖아 도시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부산연구원이 낙동강 하구(북·강서·사상·사하)의 28년 치 1, 8월 기온(1997~2024년)을 비교하니, 후기 10년(2015~2024년)이 초기 10년(1997~2006년)보다 0.9도나 높아졌다. 기온이 오를수록 유리알락하늘소가 창궐한다.
김 박사는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약 558만㎡에 달하는 현장을 수년째 관찰해 왔기에 유리알락하늘소 피해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며 “낙동강 하구를 비롯해 우리 생태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에 하루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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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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