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자 압박하더니 대대적 단속…기업들 “어쩌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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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엘지(LG)에너지솔루션(엘지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미국 이민당국의 대규모 체포 작전에 따라 미국 투자를 추진하는 국내 기업들이 딜레마에 맞닥뜨렸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대미 투자를 유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막상 생산 시설을 만들려고 하자 대대적 이민 단속으로 투자를 사실상 방해하고 나선 이중의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 이민당국이 이번 단속을 수개월간 준비했다고 밝힌 점도 투자 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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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완공 목표도 차질 불가피
업계 “상용비자 받으라는 건데
문제는 그 비자 잘 안 내주는 것”
현지 인력은 숙련도 크게 낮아

현대차그룹과 엘지(LG)에너지솔루션(엘지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미국 이민당국의 대규모 체포 작전에 따라 미국 투자를 추진하는 국내 기업들이 딜레마에 맞닥뜨렸다. 이날 정부 교섭으로 구금 노동자들을 석방해 한국으로 귀국시키는 데 합의했지만, 사실상 현지 사업에서 주력 노동자들이 추방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대미 투자를 유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막상 생산 시설을 만들려고 하자 대대적 이민 단속으로 투자를 사실상 방해하고 나선 이중의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이번 단속으로 내년 가동을 목표로 작업을 해온 배터리 공장 건설은 중단됐다. 엘지엔솔은 6일 고객 만남 등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하고, 현재 출장자는 업무 현황 등을 고려해 즉시 귀국하거나 숙소에 대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애초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던 건설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올해 연말을 목표로 완공 작업에 주력하던 주요 설비·기술 관련 숙련 노동자들이 모두 한국으로 송환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작업 중단이 길어지면 이 공장과 붙어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전기차 증산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대규모 사업 차질은 앞서 대미 투자를 강하게 압박하던 미 정부의 태도와 모순되는 모습이다. 고율의 관세를 무기로 삼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한국의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 대미 펀드 조성 약속으로 이어졌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500억달러 규모의 별도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 시설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자 ‘어쩌란 말이냐’는 산업계 볼멘소리가 나온다. 미국 쪽에 노하우가 부족한 첨단 생산 시설, 장비 설치, 인력 교육의 경우 현지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의 한번 참석하려고 해도 상용 비자를 받으라는 식인데, 문제는 그 비자를 잘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하라고 해놓고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자신들의 20년 단속 이력 중 최대라고 밝힌 이런 단속의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런 사업상 어려움이 생산 개시 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반도체의 경우, 생산 개시 뒤 세부 공정 관리의 숙련도에 따라 수율(생산량 가운데 양품의 비율)의 차이가 매우 큰데, 미국에는 그런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 인력의 숙련도나 집중력이 한국 인력에 못 미친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고 지적했다.
미국 이민당국이 이번 단속을 수개월간 준비했다고 밝힌 점도 투자 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작심하고 이런 단속을 이어갈 가능성 때문이다. 트럼프는 3월에 정의선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훌륭한 기업”이라는 말로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발표를 추어올리며 “이는 관세가 효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6일에는 단속에 대해서 “그들(체포자들)은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신들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모순되는 발언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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