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故 김창열 회고전…12월21일까지

박지혜 기자 2025. 9. 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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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창열' 전시 전경

"6·25전쟁 중에 중학교 동창 120명 중 60명이 죽었고, 그 상흔을 총알 맞은 살갗의 구멍이라고 생각하며 물방울을 그렸다. 근원은 거기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故 김창열의 작고 이후 첫 대규모 회고전 '김창열'은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상흔의 기억으로 출발한 그의 근원적 미의식에 주목하며, '물방울'이란 형식 속에 담은 다양한 조형 언어를 새롭게 조명한다.

김창열은 1950년대 앵포르멜(informel·비정형) 운동을 주도하며 1960년대 뉴욕, 파리에서의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에 도달하기 위한 실험을 이어갔다. 1970년대 초에 이르러 마침내 투명한 물방울의 형태에서 완성된 형태의 충만함을 발견한 그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전시의 기획 역시 '상흔–현상–물방울–회귀' 4장으로 구성, 작가의 작업 전환을 따라가도록 했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창열' 전시 작품.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창열' 전시 전경

우선, 1장 '상흔'은 전쟁과 분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앵포르멜 시기의 흐름을 모은다.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김창열은 15세에 홀로 월남하며 해방과 분단, 전쟁이라는 격동기를 거친다. 불안과 혼돈 속 '죽음'과 삶'이란 주제를 필연적으로 내면화 한 계기다.

이후 1950년대 후반 '현대미술가협회' 창립을 주도하며 서구에서 유입된 앵포르멜 미술을 한국에 접목하기 시작한 그는 전쟁에서의 겪었던 '죽음'과 '상흔'을 형상화한 '제사' 시리즈 등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2장 '현상'은 뉴욕과 파리 전환기에 제작된 기하학적·유기적 실험을 묶는다. 뉴욕 체류 시기 주목받지 못한 앵포르멜 이후, 스프레이와 스텐실을 활용한 정제된 화면, 점액질 유사 형상의 변주를 이어가며 '물방울' 이전의 징후를 드러낸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뉴욕 시기 회화·드로잉과 함께, 최초의 물방울 작품으로 알려진 '밤에 일어난 일'(1972)보다 먼저 제작된 1971년 작 물방울 회화 2점도 처음 공개된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창열'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창열' 전시 전경.

3장 '물방울'은 작가의 상징이 된 물방울 회화의 전개를 집중 조명한다. 거친 바탕 위에 맺힌 극사실적 방울에서 얼룩·콜라주로 확장된 형식까지 변화를 따라가며, 1973년 파리 개인전을 기점으로 확립된 조형 언어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실험과 고민, 철학적 성찰 끝에 이뤄낸 '물방울'의 발견은 초창기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던 '구멍'의 이미지와도 연결되며, 그의 오랜 탐구와 예술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그 자체의 의미를 보여준다.

마지막 4장 '회귀'에선 1980년대 본격적으로 문자를 도입, 천자문과 물방울의 결합으로 언어와 이미지의 대응을 탐색한 과정에 주목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대형작 '회귀 SNM93001'도 소장 후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노년기에 접어든 작품들이지만 유년 시절과도 밀접하게 연결되는 작품들은 더 이상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시각적 이미지가 아닌, 삶과 예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실질적 동반자였음을 느끼게 한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창열' 전시 전경.

이 밖에도 8전시실에 마련된 아카이브 '작가의 방: 무슈 구뜨, 김창열'은 작가의 생활과 작업 맥락을 보완하며,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상형시를 모티프로 한 'Il pleut(비가 온다)'(1973), 작업실 풍경과 기록 사진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 김창열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6, 7, 8전시실에서 오는 12월 21일까지 열린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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