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거리에 철 조각 전시한 거장 "발로 차면 아플 것"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5. 9. 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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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거리 한복판에 인간을 똑 닮은 조각이 서 있다.

대신 전시장은 텅 비워 3점의 작품만 설치했고, 거리로 3점의 조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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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
화이트큐브·타데우스로팍서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 열어
"조각은 생각 유도하는 예술"
'몸틀기 IV' 옆에서 포즈를 취하는 안토니 곰리. 화이트큐브

강남 거리 한복판에 인간을 똑 닮은 조각이 서 있다. '몸틀기 IV'는 녹슨 주철 상자를 레고처럼 쌓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외롭게 서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도산대로에 위치한 화이트큐브 서울은 거장의 조각을 과감하게 거리에 설치했다. 대신 전시장은 텅 비워 3점의 작품만 설치했고, 거리로 3점의 조각이 나왔다.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75)의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가 화이트큐브 서울(10월 18일까지)과 타데우스로팍 서울(11월 8일까지)이 공동 기획해 9월 2일부터 각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뮤지엄 산의 개인전과 함께 서울에서도 쌍둥이 전시를 연 곰리는 다시 방한했다.

'곰리 할아버지'는 지난 29일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인이 발로 차려는 걸 목격하면 어떻게 할지 질문을 받고는 재치 있는 답변을 들려줬다. "굉장히 딱딱한 재질이라서 발로 차시면 좀 많이 아프실 것 같은데, 내 작품이 그 사람에게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누구고 내 세계에서 당신은 뭘 하고 있느냐라고." 곰리는 "그저 바위처럼 가져다 놓았을 뿐이다. 조각은 생각하게 하는 구조물이니 새로운 생각을 유도하는 촉매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라고 철학자 같은 답을 들려줬다.

1990년대 광주비엔날레 참여를 위해 처음 한국과 접했던 그는 한국의 역사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당시 한국의 민주주의적인 그 열망이 예술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라는 것을 볼 수가 있었고 또 깊이 감명을 받았다. 한국이 가진 문화적 자긍심, 자신들의 세계를 다시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노력에도 끊임없이 영감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영감이 신안섬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무려 네 개의 전시를 동시에 준비하게 만든 동력이다.

그는 친근하게 거리로 나온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서, 우리가 소중함을 잊기 쉬운 '경험의 가치'를 회복하자고 권유했다. 곰리는 "인공지능에 종속됨으로써 아주 핵심적인 경험을 우리가 잃게 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가 더 큰 생태계의 일부라는 인식을 회복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남동 타데우스로팍에는 전혀 다른 형태의 조각 8점과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조각을 구상하며 그린 검은색의 추상화 같은 인체 드로잉은 완성된 조각 옆에서,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1층 전시장의 'Knotworks' 연작은 신체와 공간의 관계를 지도처럼 시각화한 것으로, 상하수도, 전기회로, 교통망 등 현대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연결망을 연상시킨다.

지하 1층의 3점은 천장에 몸을 직각으로 꺾고서 매달린 인간과 천장에 매달린 인간 등을 형상화했다. 관람객들은 특별히 벽에 머리를 박고 서 있는 작품을 좋아해 사진을 연신 찍고 있었다. 부끄러워 벽으로 숨고 싶어하는 '내향인'의 모습 같다. 곰리는 "인간을 도시에 사는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반추한 결과물"이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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