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정말 미국 조선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을까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2025. 9. 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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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37년까지 군함 400척 발주 계획…K조선 기술력에 기대
조선업은 저임금·고강도 산업…美 노동시장과 정면충돌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우리 정부가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돼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미국 관련 사업의 윤곽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지 조선소 설비 현대화와 방산용 선박 건조에 참여할 예정으로, 서버러스캐피털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은 미국 현지 조선소에 5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업 협력 전용 펀드는 사용처나 자금 조달 방식이 아직 불분명하다. 관건은 직접 투자 규모다. 합의문이 없는 상태여서 향후 미국의 자금 집행 요구가 구체화돼야 알 수 있다. 정부는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국책금융기관이 국내 조선사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고 시설 투자를 할 때 필요한 대출을 해주거나, 국내 조선사가 미국에서 선박 건조나 수리를 맡게 되면 보증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2037년까지 발주 예정 선박 수가 최소 400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13년 만의 동반 흑자…K조선업, 호황기 진입

요즘 국내 조선 업계는 오랜만에 돌아온 호경기를 맞고 있다. 국내 조선업은 2010년대 중반부터 기나긴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 흑자를 달성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0%까지 늘어나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최근의 호황은 세계 무역량이 다시 늘어나면서 글로벌 해운업이 회복세를 보인 데다 친환경 선박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발주된 전체 선박 중 절반 이상이 대체연료 추진 선박이었다. 특히 현재 국내 조선업 호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이다. 국내 조선소는 전 세계 LNG 운반선 수주 340척 중 240척을 확보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초대형 유조선 수주에서도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을 압도한다. 국내 조선사들은 현재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2030년까지는 지금의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미국 정부가 우리 조선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중국 조선업 약진에서 비롯된다. 기술력은 한국이 앞서고 있지만, 현재 세계 조선 시장 패권은 중국이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인도량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시장의 55%를 차지한다. 미국 의회에 올라가 있는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의 목적도 미국 조선업 경쟁력 제고다. 미국이 한국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중국 견제와 해군력 강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조선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선박 건조 능력을 확대했고, 덕분에 해군력도 강화됐다. 중국 군함은 시진핑 주석 임기가 시작된 2013년 이후 100만 톤 넘게 늘었고, 2023년부터는 함정 수에서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이제 미국 해군은 2054년까지 총 3000억 달러를 투입해 295척인 함정을 39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내 조선사는 총 10곳이고, 이 중 군함을 전문으로 건조할 수 있는 곳은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은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가 미국 군함을 만든다고 해도 미국 내 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한국이 미국의 부실 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군함을 건조해 달라는 것이다. 이미 필라델피아에 조선소를 갖고 있는 한화는 미군 군함 건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조선업 재부흥은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조선업이 침체에 빠진 것은 결국 조선업이 선진국형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력 문제가 크다. 조선업은 전형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숙련공 확보가 경쟁력이지만, 지금 미국에서 필요한 숙련공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선진국에서 조선업이 쇠퇴한 이유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유를 제외하면 조선업은 선진국에서 억지로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는 업종이다. 근본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기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이다.

5월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오른쪽)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 두 번째)과 '유콘'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화오션제공

건조비만 5배 수준…현실성 낮은 美 계획

조선업은 경기 순환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수주 물량은 물동량에 의해 결정되고, 세계 경기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대규모 장치산업이어서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선박 교체 시기가 돌아오는 건 적어도 20년이 지나야 한다. 경기를 심하게 타다 보니 조선회사는 걸핏하면 적자다. 오랜 적자를 감수하다가 어쩌다 한 번 돌아오는 호경기에 만회하는 구조다. 국내 조선사들이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를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 조선산업의 생산 능력은 사실상 저임금 외국인 인력으로 유지되고 있다. 반(反)외국인 노동자 정책을 펴는 트럼프 정부의 미국에선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철강 공급도 문제다. 조선업의 핵심은 철강인데, 트럼프는 철강에 대해 관세를 50% 매겼다. 심지어 미국 철강회사들의 가동률은 70% 미만이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건조 비용을 비교하면 미국은 세계 평균의 5배에 달한다. 미국은 한국에서 배를 만드는 비용으로 미국에서도 만들어주기를 바라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조선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조선산업도 장기적으로는 스마트 조선소 도입으로 생산성을 높여 노동 강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로봇 공정, 인공지능(AI)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 등으로 인력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정말 장기 목표일 뿐, 당장 실현 가능한 일은 아니다.

국내 조선업의 이번 상승 사이클은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중국 조선업 제재로 인한 반사적인 수혜에 환경 규제와 노후 선박 교체 수요까지 겹쳤다. 게다가 공급 부족은 심각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선박 건조가 가능한 야드는 289개로, 2010년 대비 약 39% 수준에 불과하다. 오랜만에 호황을 맞은 국내 조선 업계가 미국 함정을 만들고 수리하는 일까지 맡게 된다. 미국 해군의 함정 시장 규모는 신규 함정 건조와 보수, 정비를 합쳐 연간 400억 달러에 가깝다. 기대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우리의 희망은 다르다.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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