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다] ➂ 백령도 냉면, 섬이 지켜온 삶의 맛
백령도에 추억서린 냉면 집 5곳 있어
초겨울에 수확 메밀로 면발 손수 뽑아
백령도 진촌리 '시골 메밀 칼국수집'
면 익히는 시간 '57초'…메밀향 풍부
소 잡뼈 끓여 육수 뽑아 동치미 첨가
매년 5월부터 6월까지 까나리 조업
어민들 잡아 담근 액젓…냉면 풍미 더해


▲섬이 빚은 한 그릇
지난 6월 22일 오후 1시쯤 백령도 진촌리에 있는 '시골메밀칼국수' 집을 찾았다.
예전에는 칼국수를 팔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냉면이 주 메뉴다.
"물냉면 2개 주세요."
손님의 주문에 이곳에서 25년간 음식점을 운영해 온 김창유(60) 대표의 손이 바빠졌다.
주문 즉시 김 대표는 반죽을 손으로 한 움큼 떼어 면 뽑는 기계에 넣었다. 넣자마자 면발이 아래로 쭉쭉 떨어져 물속으로 풍덩 들어갔다.

57초일 때 면이 가장 맛있고, 메밀 향이 가장 풍부하다.
고명은 오이, 달걀 반쪽, 무가 전부다. 얼음도 없다. 하지만 사골 맛이 느껴지는 국물에다 이가 차가울 정도로 시원한 냉면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김창유 대표는 "소 잡뼈를 끓여서 육수를 뽑고요, 동치미도 넣습니다. 아무래도 면도 직접 뽑고 국물도 깔끔해서 육지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 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백령도 냉면이 시원하더라, 맛있다'고 소개하고, 그걸 듣고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 냉면에 감칠맛을 더하는 까나리액젓

어민들의 피와 땀으로 탄생한 까나리액젓은 냉면의 풍미를 더 한다.
김 대표는 "까나리액젓을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특유의 감칠맛이 돌아요. 냉면에 한 숟가락만 넣어도 처음엔 짜다가 먹다 보면 구수한 맛이 나요. 그래서 냉면에 까나리액젓이 없으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밀부터 까나리액젓,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와 무 등 모든 식자재를 백령도 현지에서 직접 구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메밀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는 메밀을 아예 못 심고 있어요. 주민들 나이가 많아지면서 농사짓는 분들이 거의 없거든요.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메밀로 만든 냉면을 맛있게 해드리고 싶은데 농사를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아쉽죠."
점점 사라져가는 메밀밭이 아쉽지만 그 맛을 지키고자 오늘도 면을 뽑는 이들이 있어 이 섬의 여름은 아직 단단히 살아 있다.
/백령도=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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