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선업 부활” 함께 외치는 한미 대통령…왜 ‘마스가’를 원하는 거죠?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5. 9. 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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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미국 해양청이 발주한 국가 안보 다목적 선박(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의 명명식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주 월요일 한국과 미국 대통령은 서로 마주 앉아 경제와 안보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어요. 두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해요. 하지만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양국은 자국에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여전히 치열하게 협상하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 합의를 문서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양국의 협상에서 미국의 가장 큰 무기는 ‘관세’이고,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무기로 여겨지는 건 ‘조선업 경쟁력’이에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력을 잃은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살려내고 싶어 하는데, 그걸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래요.

마스가 프로젝트의 탄생
한국 정부는 이런 점에 주목해 ‘마스가(MASGA)’라는 이름을 붙인 수십조 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어요. 미국 정부는 이게 꽤 마음에 드는 눈치예요. 마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조선업을 뜻하는 ‘쉽빌딩(Shipbuilding)’을 넣어 만든 말이에요. 협상에 활용하기 위해 트럼프가 좋아할 만한 이름을 붙인 거죠.

마스가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미국 현지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한국 정부가 이 투자를 전폭 지원한다는 내용이에요. 배를 잘 만드는 한국 업체들이 꾸준히 미국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기술 지원을 하면, 결국에는 미국에서 배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거예요.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후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조선소를 방문해 “한국 기업인과 근로자들이 허허벌판에 ‘K조선’ 기적을 일궈낸 것처럼 한국과 미국이 힘을 모아 ‘마스가’의 기적을 현실로 빚어내자”고 말했어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조현 외교부 장관,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주지사, 이 대통령,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호영 기자>
이미 한국 조선업체들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위한 채비에 나섰어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보유한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입해 대형 조선소로 키우겠다고 발표했어요. 한화그룹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을 투자하는 단일 프로젝트예요. 지금은 1년에 1척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조선소인데, 생산량을 20척까지 확 늘릴 계획이래요.

HD현대중공업은 계열사인 HD현대미포와 합병을 통해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어요.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는 세계 1위인 HD현대중공업과, 중형 선박 점유율 세계 1위인 HD현대미포를 합병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거예요.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기술을 활용해 HD현대미포의 독(dock·선박건조장)에서 미국을 위한 군함과 전략 상선(전쟁 때는 군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송 선박)을 만들 계획이래요. 합병 후 HD현대미포는 ‘마스가 중심 조선소’가 되는 거죠.

미국은 왜 조선업을 원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해 왔어요. 이유는 명확해요. 조선업 경쟁력이 해양 패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미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의 해군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어요. 여전히 미국 해군이 세계 최강이긴 해도, 미국 입장에선 점점 강해지는 중국의 해군을 견제할 필요성이 존재해요.

그런데 미국은 해군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배를 잘 만들지 못해요.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1940년대 초중반에는 배를 가장 많이 만들어 ‘세계 조선업 1위’였을 정도로 조선업 강국이었지만, 이후로는 다른 산업이 성장하고 조선업 투자를 소홀히 하며 경쟁력을 잃었어요. 노동 임금과 원자재 가격이 비싼 탓에 배를 만드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 경쟁국에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죠.

이런 역사 탓에 지금의 미국은 해군 함정이나 수송용 선박을 충분히 건조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없어요. 미국이 주요 동맹국이자 조선업 강국인 한국과 협력하길 원하는 이유예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지난해(2024년) 세계 민간 선박 건조량 점유율 1위 국가는 중국(53.3%)이었고, 2위가 한국(29.1%)이었어요. 중국은 수주량이 많아 양적으로 1위이고, 한국은 첨단 선박을 많이 수주해 질적으로 1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예요.

미국의 선박 건조량 점유율은 0.1%에 불과했어요. 해상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중국과 협업할 순 없으니, 한국을 파트너로 삼는 게 최선인 거예요. 미국은 앞으로 한국 조선업체들의 선박을 많이 사주고, 대신 미국 현지에서도 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여요. 군사적으로도 이미 동맹인 만큼, 미국 해군 선박의 유지·보수·정비(MRO) 또한 한국 업체에 맡기기 시작했어요.

한미 조선업 협력, 잘 될까?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한국이 가진 산업 경쟁력을 활용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원만히 마치고, 미국과의 대규모 경제 협력에도 나설 수 있다면 ‘마스가 프로젝트’ 구상은 아주 성공적인 전략이 될 거예요. 하지만 조선업 협력 과정에는 생각보다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고 해요. 대표적인 어려움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① 미국 조선업, 너무 망가졌어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 많은 돈을 투자해 선박을 건조한다고 해도, 배를 만들 때 필수적인 수많은 협력업체와 인력을 순식간에 마련하기는 어려워요. 적어도 수백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모여 각종 부품과 원자재를 조달해야 하고, 전문적으로 배를 용접하고 설계할 숙련된 기술자들도 정말 많이 필요하니까요.

미국은 오래전에 조선업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협력업체는 물론 조선업 관련 인력도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상태예요. 장기적으로는 현지에서 업체와 인력을 키우더라도, 당장은 한국에서 데려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에요.

미국 현지 조선소에 많은 돈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한화오션의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국에서 배를 제대로 만들 수 없겠죠. 그렇다고 한국에 있는 협력업체와 인력들을 마구 미국으로 데려가기도 힘들어요. 사실 조선업체들은 한국에서도 이미 생산 인력 부족을 겪고 있거든요.

② 미국 군함은 해외에서 못 만들어

미국에서 조선소를 키우려는 한화오션이 망가진 미국 조선업 탓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한국에서 미국 해군을 위한 함정과 선박을 건조하려는 HD현대중공업은 ‘번스-톨레프슨법(Byrnes-Tollefson Amendment)’이 넘어야 할 벽이에요.

번스-톨레프슨법은 미국 군함이나 주요 구성품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없다고 규정한 법이에요. 이 법이 개정돼야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 기업이 미국의 함정을 한국에서 만들어 팔 수 있어요. 미국 의회에서 미국 군함을 동맹국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되긴 했지만, 쉽게 통과될 분위기는 아니에요.

그래서인지 법 개정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을 통해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 또한 거론된다고 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군함을 한국에서 만드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와요.

과연 한미 경제 협력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른 ‘마스가 프로젝트’는 순항할 수 있을까요? 아직 끝나지 않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마스가를 앞세워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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