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향하는 조선업…“중형 조선사가 더 힘들다”
올 들어 조선 수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행진을 이어가며 본격적인 보릿고개에 접어들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 1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체들도 대형·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2년치 이상의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선별수주 원칙을 이어가는 대형 조선사와 달리, 중·저가 선박 시장에서 중국과 직접 맞붙고 있는 중형 조선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어질 보릿고개를 대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선제적으로 중형 조선사들의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클락슨리서치가 공개한 8월 전세계 선박 수주량을 보면 전 세계에서 수주된 선박은 244만CGT(82척)였다. 지난달 (297만CGT)대비 18%가 감소한 수치로, 전년 동기(693만CGT)로 보면 65%가 감소한 숫자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6.26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0.39포인트 하락했다. 선종별 선가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억5000만달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억2600만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 2억7300만달러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강세가 이어졌다. 중국은 138만CGT(57척, 57%)를 수주했으며, 한국이 56만CGT(8척, 23%)로 뒤를 이었다.
수주 잔량에서도 한국의 경우 1년 전과 비교해 477만CGT가 감소한 반면, 중국은 1360만CGT 늘었다.
전반적인 선박 수주 물량은 중국이 많지만, 수주한 선박의 톤수나 단가 등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앞섰다. 한국이 수주한 배들은 1척당 평균 7만CGT의 대형 선박 위주인 반면, 중국이 수주한 배들은 1척당 2.4만CGT에 불과했다. 한국이 평균적으로 중국보다 2.9배 큰 배들을 수주한 셈이다.
K-조선의 경쟁력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문제는 중형 조선사들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5년 상반기 중형 조선산업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중형조선사의 수주량은 15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작년보다 72.0%나 급감했다.
케이조선이 수주한 중형 탱커 6척이 전부였고,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 등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HD현대 계열사이자 대형조선사로 분류되는 HD현대미포의 중형선 수주량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HD현대미포는 상반기 중형 컨테이너선 16척(30만CGT), 중형 가스선 11척(24만CGT)을 수주했다.
보고서는 상반기 중형 조선사의 수주액이 2억9000만달러(약 4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5% 감소했고, 중형사 수주액이 국내 신조선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약7%)보다 약 6%포인트 떨어진 0.8%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중형사 수주액 비중이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보고서는 "과거 구조조정을 거쳐 대형사 위주로 재편된 국내 조선산업에서 (중형 조선업은) 점차 입지가 위축됐다"면서 "재무적, 구조적 한계로 기술적 변혁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10년 후를 전후로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조선기자재 산업이 건재하고 국내 조선산업의 설계 역량과 생산 역량이 경쟁력이 있는 만큼, 연구·개발(R&D)·인력 양성·자금 등 어려운 부문에서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한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의 육성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대미 협력에 있어서도 미국이 필요한 상선은 대형보다 중소형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해군 함정 역시 중형 도크에서 건조될 수준의 크기를 가지고 있어 중형 조선업이 활용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최근 조선업의 안보적 기능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WTO 보조금 시비에서도 벗어나는 상황을 보이는 만큼 정부의 과감한 지원정책이 마련되고 실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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