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거래로 '북적'···젊은 열기 가득 찬 미술장터

김만선 2025. 9. 7. 14:4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르포-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현장]
갤러리 성장·관객 눈높이 '초점'
국내외서 300여 곳 대거 참여
허달재·이이남 등 지역작가 눈길
나인갤러리, 우병출 작가 선보여
박서보 특별전·정선 작품 '인기'
화랑-작가 협업·젊은 작가 발굴
"서울의 열기 광주로 이어져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키아프 서울' 전시장 입구.
서울 코엑스 '프리즈 서울' 전시장 입구.

국내 최고의 미술 장터인 키아프(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서울과 프리즈(FRIEZE) 서울이 미술 애호가들의 많은 관심 속에 치러졌다.

이번 행사는 세계 최정상 갤러리와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현대 미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의 미술 관계자들은 서울의 뜨거운 미술 열기가 광주 지역까지 전해지기 위해서는 상업화랑이 보다 활성화되고 젊고 개성 있는 작가들이 꾸준히 발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아프 서울' 전시장 모습.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키아프와 프리즈가 열리는 행사장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어 분주한 모습이었다.

관람객들은 갤러리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작품을 촬영하거나 일부는 화랑 관계자로부터 작가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기도 했다. 상당수 작품은 전시작 옆 캡션에 스티커가 붙어 이미 판매가 완료됐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자신이 보고 싶은 작품을 보기 위해 리플릿을 들고 발품을 팔거나 삼삼오오 카페에 앉아 전시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프리즈 서울' 전시장 모습.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은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는 올해 20여 개 국가 175개 갤러리,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는 30여 개 국가 갤러리 120곳이 참여했다. 키아프는 1층 A·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프리즈는 코엑스 3층 C·D홀에서 각각 행사를 가졌다.

올해로 24번째를 맞는 키아프는 키아프는 '공진(Resonance)'을 주제로 선정해 예술의 회복력과 공명의 힘을 통해 미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뜻을 담았다.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프리즈는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에 이어 지난 2022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고 있으며 키아프와 함께 개최하고 있다.
이우환 화백(표갤러리)의 'Correspondence'.

키아프는 회원 화랑 중심으로 운영됨에 따라 국내 관람객과 젊은 층의 참여가 높은 점이 특징이다. 반면 프리즈는 세계 유수 갤러리들이 참여해 국제적 트렌드와 네트워킹에 중점을 두고 있다. 프리즈는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키아프는 질적 성장을 위해 참가 갤러리의 기준을 높였고, 프리즈 서울은 안목이 높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올해 두 아트페어 모두 주목하는 지점은 한국의 근현대미술에 있다.
허달재 작가(이화익갤러리)의 '매화'.

◆지역 작가와 눈에 띄는 작품은

키아프에 화랑과 함께 참여한 광주지역 작가는 허달재(이화익갤러리), 이이남(아트파크), 하루.K(갤러리 팔조), 정성준(아뜰리에 아키), 김25(금산갤러리) 작가 등이다.

남종화의 명맥을 잇는 직헌(直軒) 허달재 작가는 '모란', '매화' 등을 선보였다. 흐드러진 모란과 수백의 매화송이를 품은 가지를 통해 유한한 삶에 대한 작가의 응축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이남 작가(아트파크)의 '생각하는 산수'.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적 정서를 담은 '생각하는 산수'를 내놓았다. 바니타스(Vanitas)는 화려하게 피었다가 금세 시드는 꽃처럼, 생명의 덧없음과 지나간 시간의 공허함을 표현하는 데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의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정성준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주제 아래 자신만의 예술적인 시각을 담아낸 작업을 추구해온 작가다. 전시회에서는 '아이스 커피를 원해 그럼 지구를 식혀야지~', '지구행버스 지금 타면 공짜'를 내놓았다.

자연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과 동양사상에서 나타나는 이상향을 현대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하루.K는 '백악춘효도(그래도 해는 다시 든다)'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정성준 작가(아뜰리에 아키)의 '아이스 커피를 원해 그럼 지구를 식혀야지~'.

김25 작가는 오랫동안 색면추상 작업을 하며 색에 몰두해 온 작품세계를 드러낸 'If thou must love me' 'A Wanderer's song' 등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광주에서 유일하게 참여한 나인갤러리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우병출 작가의 작품을 출품했다. 우 작가는 도시를 대상으로 섬세하고 깊이 있는 터치를 통해 삭막함 대신 서정적이며 따뜻함을 전해준다.

갤러리들의 작품이 전반적으로 서양화에 치중된 가운데 조선시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들고나온 갤러리도 주목을 받았다. 동산방화랑은 겸재(謙齋) 정선(1676~1759)과 현재(玄齋) 심사정(1707~1769), 강세황(1713~1797)의 작품을 내놓았다.
하루.K 작가(갤러리 팔조)의 작품들.

이와 함께 표갤러리와 바지우 등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이우환, 이응노 화백 등의 작품을 선보였고 국제갤러리는 우고 론디노네 등의 해외 작가에 주목했다. 독일 디갤러리, 미국 아트오브더월드갤러리 등 해외 갤러리도 30%가량을 차지했다.

올해 '프리즈'는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권의 갤러리가 대부분을 차지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가고시안이 무라카미 다카시를 내세우고 화이트큐브는 안토니 곰리, 리만머핀은 서도호와 헤르난 바스의 작품을 내걸었다.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에서 도쿄갤러리는 박서보 작가를 내걸었고 한국 갤러리는 가나아트가 오수환, 학고재가 김환기·변월룡·박수근 등을 선보였다.
김25 작가(금산갤러리)의 'If thou must love me' 'A Wanderer's song'.
프리즈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특별전이었다. 올해로 4년째 프리즈 서울의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하는 LG전자는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첨단 기술과 결합해 선보였다. 박 화백의 색채 감각이 OLED TV의 선명한 디스플레이와 AI 기술로 재현되면서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우병출 작가(나인갤러리)의 작품들.

◆행사 성과와 지역의 과제는

올해 키아프에서 가장 큰 성과는 미술시장이 활기를 띨 조짐을 보였다는 데 있다.

갤러리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미술시장의 소비심리가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작품 판매는 물론 주요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관계자와 바이어들의 문의도 지난 행사와 비교해 늘었다는 평이다.
겸재(謙齋) 정선(동산방화랑)의 부아암(왼쪽)과 개구리와 맨드라미.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한 미술인구의 저변 확대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예년에 비해 젊은 미술 애호가들이 늘고 일부는 직접적인 구매로도 이어져 향후 미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개막식에 참석한 것도 한몫을 차지했다. 김 여사는 직접 부스를 둘러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일반인들의 관람 욕구를 자극했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 특별전시장.

반면 서울의 미술시장 열기가 광주까지 전해지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1976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한국화랑협회는 170여 개 갤러리가 소속돼 있고 키아프, 화랑미술제 등을 개최하며 미술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광주는 전남을 포함해 단 두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역의 미술 관계자들은 상업화랑의 부재는 큰 무대에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고 컬렉터와도 연결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작가 역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중앙이나 해외 무대의 진출을 통해 급변하는 미술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고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미니멀아트에서 팝아트로, 다시 팝아트에서 근현대미술로 빠르게 흐름이 바뀌고 있는데 이를 간파하지 못하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응노 화백(바지우)의 'People'.

양승찬 나인갤러리 관장은 "광주의 경우 화랑협회 소속 회원사가 단 두 곳으로,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화랑과 작가가 협업해 동반 성장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이 중앙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면서 "광주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한 만큼 꾸준히 지역에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Copyright © 무등일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