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함 건조를 위한 큰 그림…현대중공업+현대미포 시너지 집중 분석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을 발표했다. 분할 소식은 많지만 이렇게 상장사간 합병은 드문 일이다. 합병의 배경과 투자 관점에서의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 하나마이크론을 살펴보자. 당시 인적분할을 발표했었고, 이 이벤트보다는 기업의 체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29일 하나마이크론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분할을 철회했고, 이에 시장은 화답하며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갑자기 하나마이크론 얘기냐고 반문할 수 있다. 주주들이 하나마이크론 분할을 반대했던 것은 이 분할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수순, 즉 현재 최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HD그룹의 합병 결정도 최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그룹 재편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HD현대미포가 보유한 HD HVS(베트남) 55%,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HD HVS 10%, HD HHP(필리핀) 100%, HD현대비나(두산비나 법인) 지분 100%가 모두 싱가포르 투자법인에 속하게 된다.
구체적인 방식과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는데 구조 개편 후 HD한국조선해양이 싱가포르 투자법인의 60%,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통합법인(이하 통합법인)이 40%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가 35.0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HD현대그룹에서 조선사들을 관리하는 중간지주사다. 그런데 이번 합병으로 HD한국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HD현대의 지분율 변동은 없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최대주주인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지분이 대부분이다. 이는 이번 합병을 통해 오너가에서 특별히 이득을 보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는 것은 이번 합병에 대한 투자 판단을 위해 우리는 순수하게 이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만 판단하면 된다는 얘기가 된다.
HD현대중공업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기업이다. 본사와 자회사를 통해 조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인 100만 톤(t)급 도크를 포함, 총 10기의 드라이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1,000만GT(GT는 선박 내부의 모든 공간을 합친 부피를 의미)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매출액 14.4조원, 영업이익은 7,052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는 매출액 8조원, 영업이익은 9,052억원으로 이미 작년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저가 수주 물량 반영이 끝나고, 해외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본격적으로 이익률이 개선되는 상황이다.
2025년 6월 말 기준 HD현대중공업의 수주잔고는 46조원 수준으로 이미 3년치 수준의 일감을 쌓아놓았다.
HD현대미포는 중형 선박 건조 분야에서 세계 1위인 회사다. 주요 건조 선박으로는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컨테이너운반선, 액화가스운반선, 자동차운반선 등이 있다. HD현대미포는 건조도크가 4개로(380×65m 3개/ 295×76m 1개) 연간 246만GT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미포는 2024년 기준 매출액 4.6조원, 영업이익은 885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는 매출액 2.4조원, 영업이익 1,579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 가까운 성과를 냈다. 조선업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HD현대미포의 2025년 6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2조원으로 역시 3년에 가까운 수주물량이 쌓여 있다.아래 지도는 울산 동구 지역의 지도다. 출발지가 HD현대중공업이고 도착지가 HD현대미포로 염포산을 사이에 두고 차로 11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합병이 이루어진다면 큰 무리 없이 통합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다.

당연히 미국과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데, 그중에서도 미국 군함의 MRO 나아가 미국 군함 수주까지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미국 군함 관련 정비, 수리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MSRA를 획득한 상황이다.
그런데 HD현대중공업이 보유한 도크는 672X95m급을 비롯한 대형도크다. 미국 군함에 비해 큰 규모다. 물론 HD현대중공업의 경우 하나의 도크를 나눠서 여러 척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하기도 하지만 미 군함을 수주할 경우 보안 문제로 한 도크에서 다른 상선을 동시 건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도크 효율이 떨어져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HD현대미포의 도크는 380×65m 3개/ 295×76m 1개로 항공모함을 제외하면 모든 선박을 다룰 수 있는 규모다. 회사측은 합병에 대해 설명하면서 HD현대미포 도크 4개 중 2개는 방산 및 특수선 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하면 HD현대중공업의 MSRA와 군함 건조 인력을 통해 HD현대미포의 도크를 활용하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HD현대미포의 상선 매출이 감소하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HD현대미포의 상선 건조능력은 연 70척 수준인데 현재 45척만 건조하고 있어 여유가 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결국 기존 사업 실적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방산 사업이라는 모멘텀이 붙었다고 보면 된다.

이번 합병을 통해 방산부문의 실적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번스 톨레프슨(Byrnes Tollefson) 법을 통해 미군을 위한 선박과 주요 부품의 외국 조선소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위해 행정명령을 통해 이 법을 일시적으로 완화 또는 회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상원에서는 이 법안의 개정도 논의 중에 있다. 미국에서도 해군력 강화를 위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이는 분명 한국 조선사들에게는 긍정적인 이슈다.
이번 합병은 양사의 시너지에도 긍정적이지만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에 큰 기회를 줄 수 있다. 특히 조선 기자재 업체들의 일감이 확대될 수 있어 조선업 호황 사이클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장우진 GV인베스트먼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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