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이민단속 파장…“동맹에 사전통보 無, 한·미관계 시험대”
WP “관세협상으로 양국 관계 민감한 시점…미국 내 사업 우려 커져”
WSJ “한국 정부와 기업 당황…가까운 동맹에 사전 통보 없었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미국 이민당국이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300명 넘는 한국인들이 현지 시설에 구금된 가운데 한·미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이민단속으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로 "지난 4일에 있었던 근로자 475명의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현장 단속 작전"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에 주목했다.
매체는 양국이 관세 및 투자를 놓고 수개월간 긴장 상태에서 협상을 한 직후 이번 단속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WP는 "한·미 양자 관계는 현재도 진행 중인 관세 협상으로 민감한 국면에 놓여 있다"면서 미국이 관세를 인하하는 대가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점이 협상의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LG와 같은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은 이런 투자 추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이민 단속은 한국 기업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미국 내 사업 운영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긴밀한 안보 동맹 중 하나지만, 관세 협상 속에서 긴장이 유지됐다"면서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은 여전히 무역 합의의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부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체포는 한국 정부와 현대차를 당황하게 했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동맹인 한국 정부에 아무런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차가 지난 3일 '미국 내 월간 판매량이 8월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는 호실적을 발표할 당시에도 미 당국은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발부 받은 상태였다고 짚었다.
WSJ은 이번 단속으로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서 한국계 커뮤니티를 상대로 하는 사업체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이민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총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이 3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한국 정부는 구금된 이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단속 당시 영상에는 쇠사슬로 한국인들의 몸과 손발을 결박한 뒤 버스에 태우는 장면이 담겼다. 미 당국은 헬기와 군용차량 및 무장한 인력을 동원해 한국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했다.
미 당국 관계자는 한국 기업을 겨냥한 단속에 대해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기업을 환영하지만 반드시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시스템을 악용하고 미국의 노동력을 약화시키는 자들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조지아주 남동부 포크스턴에 위치한 ICE 구금시설에 수용돼 있다. 이 곳은 과밀 수용과 열악한 환경 등으로 악명이 높다. 수용된 구금자는 가족을 비롯한 외부와의 연락도 제한된다.

비상이 걸린 한국 정부는 긴급 대책반을 구성하고 사태 수습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속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소속 영사가 이날 오전 9시부터 수감된 한국인들을 접견해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는 면담을 시작했다. 현장대책반 관계자는 "영사 면담에서는 기본적으로 인도적 문제나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고, 미국 측에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전날 미 국무부 차관과 통화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박 차관은 또 양국 신정부 출범 후 첫 정상회담을 통해 형성된 양 정상 간 신뢰관계와 협력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이번 사태가 발생하고 우리 국민의 체포 장면이 공개된 데 대해서도 유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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