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험대 오른 韓·美 관계... 외신 “단속 ‘자승자박’, 제조업 성장 계획과 충돌”

유진우 기자 2025. 9. 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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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 명을 체포한 사건을 두고,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승자박'이라고 평가했다.

악시오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근본 경제 정책에 따르면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며 "이민 단속은 미국에 부족한 노하우를 가진 고숙련 기술자를 소멸시키고 있다. 모든 노동자가 체포된다면 공장을 지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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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온기 식기도 전에 韓기업에 수갑 채워
日 기업도 경계감 확산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 명을 체포한 사건을 두고,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승자박’이라고 평가했다. 제조업 부활을 외치면서 정작 필요한 기술 인력을 내쫓는 모순적인 정책이 한미 동맹 관계는 물론 미국 경제 성장 계획 자체를 위협한다는 비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 백악관에서 만나 경제 협력을 다짐했지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급랭했다.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수십억 달러 투자를 압박해 온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충격을 줬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이번 급습은 미-한 관계를 시험대에 올렸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는 특히 미국이 수갑을 찬 한국인 노동자들 영상을 언론에 공개한 데 대해 “양국 정상 간 신뢰와 협력의 동력이 유지돼야 할 중요한 시점에 발생해 유감스럽다”며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했다.

미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ICE 홈페이지

LG에너지솔루션은 체포된 직원 47명을 포함해 미국 출장 중인 직원들에게 즉시 귀국하거나 숙소에 머물라고 지시했다. 대부분의 미국 출장도 중단했다. 현대차는 체포된 인원 중 직고용 직원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협력업체들의 법규 준수 여부를 자체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장 건설은 즉시 중단됐다.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모순을 지적한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체포는 트럼프 대통령 정책 목표들 사이에 내재된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근본 경제 정책에 따르면 기업들은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며 “이민 단속은 미국에 부족한 노하우를 가진 고숙련 기술자를 소멸시키고 있다. 모든 노동자가 체포된다면 공장을 지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260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강력한 비자 관련 규제가 불러 일으킨 문제라고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아 현지에서 숙련 노동자를 바로 고용할 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고 전했다.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은 크게 어려워졌다. 이후 많은 한국 기업이 단기 상용비자(B-1)나 비자면제프로그램(ESTA)으로 기술 인력을 파견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장면. /ICE 홈페이지

이번 단속은 한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에 보내는 경고장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행정부 단속이 아시아계 등 외국 자본 공장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일본을 포함해 미국에 거점을 둔 외국 기업에서 경계감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건 파장은 미국 내 한인 사회로도 번지고 있다.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물론,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지식인과 전문직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커졌다. 전미한인봉사교육협의회(NAKASEC)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노동자와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공격 일부”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단속을 두고 “그들은 불법 이민자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강경한 이민 정책이 동맹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미국 내 제조업 부활이라는 자신의 핵심 경제 공약 발목을 잡는 ‘자승자박’이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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