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말레이시아 대학에도 밀렸다 '대참사'…도대체 왜? [강경주의 테크X]
쿼카렐리시몬즈 '2025 아시아 대학 순위' 말라야대 12위 서울대 18위
인재유출 '직격탄'

서울대가 대학평가에서 말레이시아 대학에 밀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낮은 처우, 재정난 속에 교수와 연구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구조적 문제가 이같은 참사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국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수직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간섭 없는 과감한 지원과 함께 연구 자율성과 학문적 명예를 지켜줄 근본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말라야대 12위 서울대 18위
7일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 쿼카렐리시몬즈(QS)의 '2025 아시아 대학 순위'에 따르면 서울대는 종합 18위로, 12위의 말레이시아 최고 명문대인 말라야대에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대를 살펴보면 1위 북경대, 2위 홍콩대, 3위 싱가포르국립대, 7위 칭화대, 8위 저장대, 11위 홍콩과기대, 12위 말라야대, 13위 고려대, 15위 KAIST, 18위 서울대, 21위 도쿄대 순이다. 말라야대와 서울대만 비교하면 종합 점수에서 말라야대는 94.8점, 서울대는 91.8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울대가 말라야대에 열세인 평가 항목은 각각 박사 학위 소지자 84.9, 79 국제 연구 네트워크 99.9, 95.6 국내 교환학생 파견 94.3, 40.4 해외 교환학생 수용 99, 78.2 외국인 교원 89.4, 30.5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환학생 파견과 수용에서 열세를 보이며 국제화 평가항목에서 크게 밀렸다. 외국인 교원 확보 평가 항목은 격차 3배에 가까울 정도로 서울대가 말라야대에 비해 우수 교원 확보에서 밀리고 있다고 QS는 평가했다.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높은 대학 평가기관인 QS는 학계 평판, 졸업생 고용도, 연구 영향력, 국제화 수준, 교육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서울대를 포함해 국내 대학들은 특히 산업 수요를 반영한 유연한 교육과정, 공동연구 확대,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의 교수진 구성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말라야대와 가장 격차가 큰 항목인 우수 교원 확보는 서울대의 가장 시급한 문제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국립대 교수 이직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5월까지 서울대에서 56명의 교수가 해외 대학으로 떠났다. 지난해 서울대 전체 교원(2344명)의 2%에 해당한다. 이 중 대다수인 41명은 미국 대학으로 이직했고 나머지는 홍콩, 싱가포르, 일본, 호주, 중국 등으로 향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기준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과학 연구자 중 해외에서 유입된 과학자 비율(2.64%)보다 해외로 나간 과학자 비율(2.85%)이 더 높은 대표적인 '두뇌 수지 적자국'이다.
하지만 17년간 이어진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재정난을 겪는 한국 대학들은 공격적인 교원 유치는커녕 기존 교수들의 월급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2년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 이후 대학교수들의 연봉은 제자리걸음이다. 2012년 기준 1억800만여 원이었던 서울대 정교수 연봉은 2021년 기준 1억2173만 원으로 10년 새 1300만 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대 교수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은 열악한 처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과감한 지원, 연구자 대우 투트랙 절실
세계 최대 규모 직업평가기관 글라스도어에 따르면 1~3년 차 한국 교수의 연봉 중위값은 5만5000달러(약 7600만원)로, 같은 연차의 미국 교수 연봉 중위값인 10만1000달러의 절반에 그쳤다. 지난해 서울대와 KAIST 이공계 교수들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텍사스A&M대, UC샌타바버라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처우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박사급 인재 영입을 노리는 미국 빅테크의 연봉은 비교 불가 수준이다. 글로벌 인재 채용 분석기관 로버트월터스에 따르면 박사급 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오픈AI가 86만5000달러, 앤스로픽 85만달러, 테슬라 78만달러, 아마존 72만달러, 구글브레인(구글 딥러닝팀)이 69만5000달러 등으로 국내 대학 교수보다 5~10배가량 높다.
분야별로 살펴봐도 한국은 특히 인공지능(AI)과 자율 주행 등 첨단 분야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국가별 AI 산업 경쟁력 평가 지표인 미국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한국은 AI 인재(석사 학위 이상) 순유입(유입-유출)이 1만명당 -0.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최하위 수준인 35위다. 국내로 들어온 연구 인력보다 해외로 나간 사람이 더 많은 뜻이다. 유입된 인재가 더 많은 미국(+1.07명), 일본(+0.54명) 등 기술 선진국뿐 아니라 아르헨티나(-0.22명), 그리스(-0.25명) 등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우수 교원을 유치하려는 중국의 전략도 치밀해지고 있다. 중국 헤드헌터들은 한국 연구개발(R&D) 인재가 밀집한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판교, 서울대가 인접한 사당역과 강남 일대에서 수시로 중국으로의 이직을 권유하는 미팅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대에 재직 중인 A교수는 "중국이 투자한 미국 회사로의 이직을 권유했다"며 "꼭 중국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과 미국 동부, 서부 등 원하는 오피스를 고를 수 있다는 등의 제안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글로벌 인재 사냥의 원천은 막대한 자금이다. 중국의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800조원 규모다. 현지에선 내후년께 중국의 국가 R&D가 100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공계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한 중국의 엄청난 자금이 쏠릴 곳은 인재 영입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우리 정부가 아무리 지원을 강화해도 중국의 공세에 당해내기는 무리"라며 "보수보다 학자와 교수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연구 보훈' 개념을 정책에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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