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그 스님, 또 다시 요양원장으로 ②

김현주 2025. 9. 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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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에는 은적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은적사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ㅇㅇ노인요양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요양원에서 남쪽으로 200미터가량 걸어가면 A 건설업체가 있습니다.

세 곳의 연결 고리는 '스님'입니다.

은적사 회주 승려, 성우스님은 ㅇㅇ노인요양원의 설립자입니다. 그는 최근까지도 ㅇㅇ노인요양원의 원장으로 있다가 요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퇴임했습니다. 또, 그는 A 건설업체 실소유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과연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전북 군산시에 은적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은적사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ㅇㅇ노인요양원이 있습니다. 요양원에서 남쪽으로 200미터가량 걸어가면 A 건설업체가 있습니다.

■요양원에서는 '불법 도청-직장 내 괴롭힘' 의혹

'성우스님의 건설업체 차명 소유 의혹'(전편 기사 참고)이 불거진 출발점에는ㅇㅇ노인요양원이 있습니다. 성우스님은 ㅇㅇ노인요양원을 설립한 뒤 2023년부터 원장을 맡았습니다. 우용호 씨는 성우스님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3월부터 부원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건물에 '도청 장치'가 설치돼 있다는 겁니다. 어떤 직원은 "건물 관리 등을 담당하는 간부급 직원이 사무실로 불러서 음성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이미 요양원을 그만둔 일부 직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요양원 복도 천장에는 하얀 천장과 비슷한 색으로,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작고 네모난 물체가 붙어있었습니다. 취재진은 해당 물체를 팔았던 인터넷 쇼핑몰과 연락했습니다. 쇼핑몰 관계자는 해당 제품을 "CCTV에 연결해 쓰는 녹음용 마이크"라고 소개하며 "음성 녹취가 불법이라 지금은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요양원 건물 내부, 천장에 붙어 있는 작고 하얀 물체. 직원들은 이 물체가 ‘불법 도청 장치’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녹음 파일을 직접 들려줬다는 당사자로 지목된 직원은 "증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설치를 지시한 적도 없고, 평소에는 서류 작업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요양원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요양원 측은 불법 도청 의혹에 대해 진상을 조사해달라며 군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군산경찰서를 믿지 못하겠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전주지검은 사건을 전주 완산경찰서에 넘겼고, 완산경찰서는 사건을 군산경찰서로 이송했습니다. 군산경찰서는 불법 도청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양원 측은 "경찰은 녹화 기계가 작동도 안 된다. 뭐 이렇게 이야기는 했다는데 그건 결과 나와봐야 아는 거니까. 녹취기가 작동이 안 된 거고, 그렇다면 그분들(직원)이 주장하는 게 다 허위고 이거는 무고와 명예훼손에 해당이 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던 지난 6월 말, 성우스님은 원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새로운 원장 자리에는 또 다른 승려가 왔습니다.

■ "문제 제기했더니 인사 조치" vs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

지난 7월, 요양원 측은 불법 도청 의혹을 제기한 일부 직원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고 '업무 복귀' 처분을 내렸습니다. 부원장으로 근무하던 우용호 씨도 일반 직원으로 강등됐습니다. 요양원 측은 "부원장은 정식 직함이 아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부원장 채용 공고를 내 새로운 인물을 뽑았습니다.

직원들은 절차상 문제도 제기합니다. "'업무 복귀' 처분을 내리면서 사측이 인사위원회를 열었는데, 당사자는 알지도 못한 채 진행이 됐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요양원 측은 "징계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이기 때문에 당사자 참석이 필요 없었고, 요양원장이 새로 바뀌면서 기존에 잘못된 관행과 행정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 요양서비스노조가 ㅇㅇ요양원에 대한 군산시청의 관리, 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전지현 위원장은 "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상황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고발을 주도한 주체들에 대한 부당 징계"라고 항의했습니다.

건강보험공단과 군산시는 요양원에 대해 요양급여 부정 수급 문제 등을 추가로 파악하고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 받은 고용노동부도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 '위안부 후원금 논란' 그때 그 스님들, 또 다른 사회복지법인 임원으로

그런데 이상합니다. 성우스님은 요양원장으로 일할 자격이 없습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2020년,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 나눔의집에서 후원금 유용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다며 거짓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보조금을 타 냈다는 겁니다. 2023년, 대법원은 당시 나눔의집 시설장으로 있던 안 모 씨에 대해 사기와 보조금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내렸습니다.

2020년 12월 KBS 보도 화면. 당시 경기도는 나눔의집 승려 이사 5명에 대한 해임 명령 처분을 내렸다.


성우스님은 나눔의집과 관련한 각종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이사였습니다. 경기도는 성우스님을 포함한 승려 이사 5명에 대해 해임 명령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이사진에서 경기도를 상대로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수원지법은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법에 따라 이들은 해임된 날로부터 5년 동안 사회복지법인 임원이나 사회복지시설 장으로 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성우스님은 2023년 3월부터 요양원장으로 일했습니다. 성우스님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함께 해임됐던 월우스님은 서울 성북구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이사장으로, 화평스님은 전북 전주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이사장으로 최근까지 일하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퇴임했습니다. 당시 해임된 승려 이사 5명 가운데 3명이 법을 어긴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사회복지법인은 대표이사 등 임원을 새로 정할 때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하면서 결격사유가 없다는 '결격 사유 부존재 각서'를 함께 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관할 지자체는 사실 관계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법인이 제출하는 각서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화평스님의 법인 이사장 등록 과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전주시는 "법인 측이 보고할 때 결격 사유가 없다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했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어떤 지자체에서 처분이 나가면, 해당 지자체에서만 공유가 된다. 다른 지자체로 간다면 처분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 성북구와 군산시도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성북구는 "관련 사항을 서울시에 통보하고 이른 시일 안에 지도·감독을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조계종 측은 "개별 법인에 문의해야 할 사안이고, 종단에서 특별히 입장을 낼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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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자 : 한문현 / 그래픽 : 전현정, 최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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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thiswe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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