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5000, ‘생산적 금융’ 그리고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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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25년 5월 국내 모든 예금취급 금융회사의 예금액(가계+기업)은 2881조6천억원이고, 2025년 3월 말 국내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금 총액(가계+기업)은 4624조7천억원이다.
국가는 은행에, 국민으로부터 예금을 받고 이를 다른 가계·기업에 대출해주는 '금융중개 업무'를 할 권리(영업 허가)를 내주면서 동시에 '안정적 수익'도 보장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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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25년 5월 국내 모든 예금취급 금융회사의 예금액(가계+기업)은 2881조6천억원이고, 2025년 3월 말 국내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금 총액(가계+기업)은 4624조7천억원이다. 2024년 명목 국내총생산액(2556조8천억원, 한은 추산)을 웃돈다. 경제활동 과정에서 가계에 흘러들어간 돈은 주식·채권·펀드 같은 자본시장 위험자산 투자보다는 주로 예금에 몰려 있다. 대출자산도 ‘대출공화국’이라 할 만한 규모다. “부동산·예금에 몰려 있는 돈을 혁신과 부가가치 창출로 돌린다”(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생산적 금융’의 내용이다.
‘생산적’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은행부문 예금·대출과 관련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지수 5000 달성’ 슬로건을 지원하겠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예금과 부동산업종의 돈을 기업금융 및 투자(주식·채권·펀드)로 전환하면 기업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정부든지 경제가 저성장·불황에 빠져 임금소득이 정체·후퇴하면 국민경제 총수요(소비)를 지탱해줄 또 다른 수단으로 흔히 주택·주식가격 상승을 ‘기획’하기 마련이다. 2025년 6·27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해 주택가격을 통제하고 있듯, 정부는 은행 예금·대출도 ‘창구지도’를 통해 돈이 은행 계좌에서 나와 주식·펀드(100조 국민성장펀드 및 미래성장펀드)로 흘러가도록 만들 수 있는 정책·집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주담대 6억원 제한은 제도·법령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은행 대출창구의 자율 규율로 지켜진다. 이는 국가와 은행 사이의 특별한 관계와 성격, 나아가 민간인 주주가 주인이더라도 일반 기업에서와 달리 금융부문에 왜 감독 당국이 존재하는지를 해명해준다(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 촉진 당국이다).
국가는 은행에, 국민으로부터 예금을 받고 이를 다른 가계·기업에 대출해주는 ‘금융중개 업무’를 할 권리(영업 허가)를 내주면서 동시에 ‘안정적 수익’도 보장해준다. 예금이자보다 대출이자를 더 많이 받는 행위(예대금리차)에 대한 허용이 그것이다. 국민이 맡긴 예금을 지켜준다는 명분도 있지만, 산업 및 가계에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경제 혈맥’ 역할을 은행에 요청하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수익성을 보장해주는데다, 1층 영업점 창구에 앉아 있으면 국민들이 스스로 찾아와 예·적금을 맡기고 2층 대출창구에도 개인·기업들이 매일 찾아와 더 많이 대출해주라고 사정하는 것이 은행의 영업활동이다. 실질적인 유효경쟁이 일어나기 어렵다. 사실 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는 시장 영업뿐 아니라, 인허가·영업정지·의무자본규제·경영개선명령 같은 광범한 권한을 가진 정부의 금융정책 권능에 좌우된다. 당국이 대출자산별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면 은행의 영업 행태와 이익은 곧장 변동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일이 가격(대출금리·수수료) 개입·조정 같은 규제·감독만 있는 건 아니다. 당국이 은행에 1조원대 소상공인·취약차주 이자 감면·지원 등 ‘상생금융’을 요구할 때 그 뒤편에서는 예대율이나 자본규제비율 완화 같은 수익성을 높여줄 만한 ‘당근’을 보상으로 함께 제공하기 마련이다. 안정적인 은행 영업실적이 곧 가계·기업 실물경제에 원활한 신용공급(대출)을 보증하는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가계가 소비하고 집을 마련하고 자녀교육비·병원비를 내고 가게 점포를 내려 할 때 필요한 돈을 빌려주는 일도 금융중개 기능의 중요한 축이다. 경기 확장기에 가계대출이 팽창하고 하강기에는 수축하는 ‘경기 순응성’을 줄이고, 금융 자체가 경기순환변동을 일으키거나 증폭하지 않도록 ‘안정적 금융중개’를 조준하는 정책 방향도 필요하다.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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