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대학 학비 대려 부모에 조부모까지 대출받았는데…졸업뒤에도 학자금 빚에 허우적대는 나라 [홍키자의 美쿡]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5. 9. 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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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대학을 간다는 것은 졸업장보다 빚을 얻는 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2024~25학년도 기준 미국 대학의 연간 총교육비용은 주립대학(주내 학생) 2만9910달러(약 4156만원), 사립대학은 무려 6만2990달러(약 8752만원)에 달합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더욱 극명해집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연간 총비용이 사립 795만원, 국공립 43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사립대학 기준으로 무려 10배 이상 비쌉니다. 등록금만 따져봐도 주립대학 1만1610달러(약 1613만원), 사립대학 4만3350달러(약 6023만원)로 한국 대학 등록금의 3~10배 수준입니다.

실제로 많은 미국 대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10만 달러(약 1억3895만원)가 넘는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사회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의 평균 연방 학자금 대출 잔액은 3만9075달러(약 5429만원)에 이릅니다.

부모세대부터 자녀세대까지 관통하는 부채의 악순환
<사진=챗GPT>
문제는 이것이 학생 개인만의 부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Parent PLUS 대출’ 시스템을 통해 부모들은 평균 연간 1만8000달러(약 2501만원)를 대출받으며, 이는 학생 본인의 연방 대출과 합쳐져 평균 7만4415(약 1억340만원)달러의 가족 총부채를 만들어냅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변화입니다. 60세 이상 학자금 대출자 수가 지난 10년간 4배 증가해 28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70% 이상이 자녀나 손자녀의 교육비를 위한 것입니다. 조부모까지 빚을 지는 ‘3세대 부채’가 현실이 됐습니다.

한편 학생들의 현실도 녹록지 않습니다. 전체 대학생의 66%가 재학 중 일을 해야 하며, 저소득층 학생의 25%는 풀타임 근무를 병행합니다.

이들은 시험 기간에도 2~3개의 아르바이트를 멈출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학비 부담 때문에 갭 이어를 택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는데, 이는 평생 소득에서 9만 달러의 손실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나날이 늘어가는 미국 학자금 대출 규모. <출처=뉴욕 연방준비은행>
숫자로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2025년 2분기 기준 미국의 학자금 대출 잔액은 1조6400억달러(약 2279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미국 GDP의 약 6%에 해당하는 규모로, 모기지 다음으로 큰 소비자 부채 시장을 형성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급증하는 연체율입니다. 학자금대출의 90일 이상 연체율이 2024년 4분기 0.8%에서 올해 1분기 8.04%로 무려 10배 폭등했습니다. 이는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을 시작하는 이들이 매달 총 10억~30억 달러를 부채 상환에 돌려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가계 소비에 쓸 수 있는 자금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이에 따라 올해 미국 GDP가 0.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세대별로 보면 35~49세(밀레니얼/X세대)가 6342억달러(약 881조원)로 최대 규모를 차지하고, 25~34세(밀레니얼)가 4976억달러(약 691조원)로 뒤따릅니다.

역설적으로 50~61세(X세대/베이비부머)의 인당 평균 부채액이 4만5138달러(약 6278만원)로 가장 높습니다. 이자 누적과 Parent PLUS 대출의 영향입니다.

미국의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탕감은 합법’이라는 팻말을 들고 미 워싱턴DC 대법원 청사에서 시위하고 있다.
인종별 격차도 심각합니다. 흑인 대출자의 17%, 라티노 대출자의 18%가 연체 상태지만, 백인 대출자는 9%에 그칩니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부채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4년 동안 총 28차례에 걸쳐 500만 명의 채무를 탕감해줬습니다. 금액으로는 1836억달러(약 184조원) 규모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계속 좌절되고 있습니다. 2023년 6월 대법원이 43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학자금 탕감을 6대3으로 기각했고, 이후 SAVE 플랜 등 대안적 방안들도 연방법원에 의해 차례로 막혔습니다.

채권 추심업계만 환호...대학교육은 여전히 투자가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위기 속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금융업계입니다. 학자금 대출은 연간 1400억달러(약 194조원) 규모의 거대 산업이 됐습니다. 연방정부가 전체 학자금 대출의 90%를 보유하지만, 실제 관리와 추심은 민간 업체에 위탁하며 이들은 올해만 20억달러(약 2조799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채권 추심업계에선 “평생 고용이 보장된다”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College Ave Student Loans’ 같은 스타트업들이 4000만달러(약 555억원)의 벤처캐피털을 유치하며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미국 프린스턴대 캠퍼스.
여전히 대학 교육은 투자 가치가 있긴 합니다. 뉴욕 연준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대학 졸업자의 교육 투자 수익률은 12.5%에 달합니다. 대졸자는 고졸자 대비 연간 3만2000달러(약 4446만원)를 더 벌며, 평생 소득 차이는 90만달러(약 12억5055만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25%의 대학 졸업자는 학위의 경제적 가치에 의문을 가질 만큼 낮은 임금의 직장에 취업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결국 1조6000억달러를 넘어선 학자금 부채는 단순한 교육비가 아니라, 미국 사회 전체를 재편하는 거대한 금융 시스템이 됐습니다. 세대를 관통하는 부채 구조, 가족 단위의 경제적 희생, 그리고 이 모든 위기 속에서 번영하는 금융 서비스업이 새로운 현실입니다.

교육이 기본권에서 상품으로, 다시 금융상품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진짜 승자는 교육받는 학생도, 가르치는 대학도 아닌, 이 거대한 부채 시스템을 관리하고 수익화하는 금융업계가 돼 버렸습니다.

미국에 살아봐야 보이는 진짜 미국. 뉴욕특파원 홍성용 기자가 직접 경험하고 해석한 미국의 돈 이야기. “미국 월세는 왜 이렇게 비싸고, 중고차는 어떻게 사며, 프리스쿨은 왜 월세보다 더 비쌀까?” 직접 체험한 미국살이의 모든 것을, 한국인의 시선으로 깊이 있게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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