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신고 없었다면 묻혔다"…초등생 유괴 미수 수사, 경찰 내부도 비판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생 유인 미수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늦장 대응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최초 신고 내용과 실제 범행에 차이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하고 섣불리 '해프닝'으로 치부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찰 내부와 법조계에서도 미성년자 관련 사건임에도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피의자들이 차에 탄 채 말을 건 행위만으로도 유인 미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31~36분 홍은동 일대에서 차에 탄 채 지나가는 초등학생 4명을 유인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초 신고는 지난달 30일 이뤄졌으나 경찰은 CC(폐쇄회로)TV 등 확인 결과 범죄 관련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일 관련 보도가 나오자 당시 판단에 근거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2일 저녁 추가 신고가 접수됐고, 서대문서는 재수사에 착수해 차량 추적을 통해 피의자 3명을 3일 오후부터 차례로 긴급체포했다. 서대문서는 실제 차가 '회색 SUV'였는데 최초 신고가 흰색 승합차로 들어왔기 때문에 첫 수사 때에는 유인 미수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피해아동 진술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당황스러운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기 쉽지 않다"면서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비슷한 시기에 있던 CCTV를 전반적으로 따서 행동을 봐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스쿨존 근처라 CCTV도 많았을 텐데 확인을 더 해서 신속하게 검거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최초 신고가 피해아동 측이 아닌 제3자인 점도 경찰이 면밀한 수사를 벌이지 않은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최초 신고는 유괴 시도 정황을 들은 시민에 의해 이뤄졌다. 경찰 한 관계자는 "부모를 통해 최초 신고가 들어갔다면 적극적으로 수사했을 것 같다"며 "신고가 다른 방향에서 들어가다 보니 신속성이나 경찰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랐을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말을 건 행위에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피의자들은 "장난 삼아 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피의자들이 설령 차에 태우려고 하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귀엽다, 집에 데려다줄게" 등 유인하려는 정황이 있었던 만큼 혐의 입증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법원이 "피의자의 혐의사실, 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일정 정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해 혐의 적용을 두고 공방이 벌어질 여지도 있다.
서정빈 법무법인 소울 변호사는 "미성년자를 유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유혹하는 말을 했을 때 미성년자 유인 실행행위에 착수했다고 볼 수 있다"며 "대상인 미성년자가 그 말을 듣고 반응하지 않았더라도 객관적으로 유인 시도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 미수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의 발언이 실제로 피해아동에게 도달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곽 변호사는 "법리적인 부분이지만 (아이가 듣지 않았다면) 피의자가 혼자 얘기한 게 되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쟁점이 될 수 있다. 허공에 얘기한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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