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과 요양원, 건설업체…연결 고리는 ‘스님’ ①
전북 군산에는 은적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은적사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ㅇㅇ노인요양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요양원에서 남쪽으로 200미터가량 걸어가면 A 건설업체가 있습니다.
세 곳의 연결 고리는 '스님'입니다.
은적사 회주 승려, 성우스님은 ㅇㅇ노인요양원의 설립자입니다. 그는 최근까지도 ㅇㅇ노인요양원의 원장으로 있다가 요양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퇴임했습니다. 또, 그는 A 건설업체 실소유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과연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추적했습니다.

■ '건설업체 대표가 사회복지사?'
지난해 3월, 우용호 씨는 A 건설업체의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20년 넘게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그녀가 갑자기 건설업체 대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자인 우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성우스님 부탁으로 군산에 오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A 건설업체는 사실상 성우스님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모든 계약과 공사, 회계 관리 등을 성우스님이 직접 지시한다"고 증언합니다. 성우스님은 동국대 이사장과 김제 금산사 주지,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상임이사 등을 지낸 조계종 주요 인물입니다.
A 건설업체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봤습니다. 성우스님의 친동생과 그의 남편, 친인척 등이 임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우용호 씨가 1년 만인 지난 3월 사임한 이후 온 신임 대표이사도 성우스님과 인척 관계입니다. 신임 대표이사는 취재진에게 "서울에 살고 있다가, 성우스님의 부탁을 받고 군산에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업체 운영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라고도 했습니다.
KBS는 성우스님과 우용호 씨가 나눈 대화와 통화 녹음도 다수 확보했습니다. 녹음 파일에서 성우스님은 다른 절의 주지인 ㅁㅁ스님을 언급하며 "나를 보고 공사를 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ㅁㅁ주지스님이 A 건설업체에 사찰 관련 공사를 맡겼는데, 그 공사를 본인이 따왔다는 것을 강조한 겁니다. A건설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한 하도급업체 관계자 Q 씨 역시, 성우스님이 직접 자재 변경 등을 요구하는 통화 녹음을 취재진에게 들려줬습니다.
하지만 성우스님은 '건설업체 실소유 의혹'을 전면 부인합니다. "신도들이 운영하는 업체라서 도움을 줬을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A 건설업체 측도 서면을 통해 "성우스님은 건설업체 운영과 전혀 무관하다"며 "성우스님이 사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 차원에서 사찰 공사 관련 조언을 해주는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느 개인의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큰 스님(성우스님)의 명예에 누가 되는 행위를 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습니다.
■ 사찰 공사 도맡은 '스님 실소유 의혹 건설업체'…국고 보조금 '꿀꺽'
전북 김제에 위치한 금산사는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제17교구 본사입니다. 금산사에는 50개가 넘는 말사가 있습니다. A 건설업체는 주로 금산사와 그 말사 관련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A업체에서 현장소장으로 일하던 K 씨는 "A업체가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중계약서 작성과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국고 보조금을 가로챘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10월 공사를 시작한 군산 상주사 불교문화체험관. 다도 체험관과 명상 체험관 등 건물 2개를 지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 30억 원 중 27억 원을 세금으로 보조했습니다. 상주사는 이 공사를 A 건설업체에 맡겼습니다.
하도급업체 관계자 Q 씨는 A업체와의 계약을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석축 공사를 담당한 Q 씨는 계약 뒤, 지나친 자재 변경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거래처를 뚫으려고, 처음부터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맺었다"며 "사실상 회사 이익금과 내 인건비도 포기했다. 계약을 다 맺고 나서 성우스님이 자재 변경을 요구하길래 성우스님한테 가서, 무리한 자재 변경 때문에 적자가 크니 공사비 좀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성우스님이 매우 크게 화를 냈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군산시는 조사를 했습니다. A 건설업체가 부적격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수리 기술자도 제대로 배치하지 않았으며, 도급 내역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점 등을 적발했습니다. 군산시는 공사비 감액 조치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고 전북도에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요청했습니다.

서동완 군산시의원은 "전형적인 갑질 계약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면 부실시공의 우려가 있고 필요 없는 예산을 과도하게 편성하게 돼, 공사업체가 차액을 착복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작 정말 필요한 곳에는 예산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제 금산사 박물관 공사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 공사에 들어간 돈 63억 원 중 60억 원이 지자체 보조금으로 지급됐습니다. K 씨는 "비정상적인 금액으로 공사를 했기 때문에 늘 미안한 마음으로, 하도급업자에게 사과하면서 일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제시는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의혹을 받는 익산 심곡사에 지급된 보조금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한 익산시 역시 전북도에 행정 처분을 요청했습니다. 전북도는 군산시와 익산시의 처분 요청에 따라, A건설업체에 대한 1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지난달 내렸습니다.
■ 사찰 공사로 빼돌린 돈, "스님 비자금으로"
이렇게 모은 돈이 결국은 성우스님에게 흘러갔다고, 우용호 씨는 진술합니다. KBS 취재진이 A건설업체의 통장 거래 내역을 확인했습니다. 급여 명목으로 매달 나가는 돈이 적을 때는 수백만 원, 많을 때는 2천만 원 가까이 됩니다. 지난 2년여 동안 두 달 이상 월급을 준 것으로 기록된 직원은 일용직을 빼고 최소 9명입니다. 특이하게도 월급 지급 방식이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우용호 씨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봤던 직원은 3명뿐이었다고 말합니다.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유령 직원'에게 급여를 준 것처럼 자금 세탁을 했다는 겁니다. 통장 내역에는 우용호 씨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는 기록도 있는데, 정작 우 씨는 건설업체 측에 돈을 빌려준 적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우용호 씨는 "이렇게 모은 돈을 현금화해 스님에게 전달했다"고 털어놓습니다. A 건설업체에서 회계 업무를 맡는 또 다른 직원 황○○ 씨가 돈을 뽑아서 우 씨에게 전달하면, 우 씨가 그 돈을 다시 성우스님에게 배달했다는 겁니다. 우 씨는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회 정도 직접 혹은 금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돈 전달을 했고, 돈 전달은 주로 은적사 내부에서 이뤄졌다"고 기억했습니다. 우 씨는 "A 건설업체 주주로서 받은 배당금 1600만 원도 현금화해 스님에게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성우스님의 돈 일부는, 또 다른 스님에게 흘러갔습니다. 현장소장 K 씨는 지난해 12월 말, 성우스님의 전화를 받고 은적사로 향했습니다. 성우스님은 K 씨에게 가방 하나를 건넸습니다. 가방 안에는 5만 원짜리 현금다발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K 씨는 이렇게 진술합니다.
"'이게 뭡니까?' 그랬더니 1억 원이래요. '황○○는 그동안에 심부름을 많이 했으니까, 요즘은 못 믿고. 당신을 믿는다. 이거를 갖다가 금산사 주지 스님을 주라'고 해서. '어떤 명목인가요?' 그랬더니 '공사 그냥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오고 가야 공사가 되는 거지.' 그래서 더 이상 묻지는 않았습니다."
K 씨는 성우스님의 지시대로, 돈가방을 금산사 주지 스님에게 전했습니다. K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주지 스님이 돈가방을 받으시더니 '혼자 다 먹는 것 아니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에 대해 주지 스님은 "돈을 받기는 했으나, 다시 돌려줬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습니다. 공사를 위한 대가성 자금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성우스님 역시 "돈을 줬지만, 다시 돌려받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관계 기관들 조사·수사 시작
위 내용을 인지한 조계종은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계종 측은 "사건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종헌 종법 위반이 확인된다면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군산시와 김제시, 전북도 등은 행정 처분을 준비 중이거나 결정했습니다. 경찰도 A 건설업체에 대해 수사할 방침입니다.
취재진은 지난 7월부터 전화, 문자, 방문 등을 통해 성우스님에게 사실 관계 확인 등을 위한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공식 인터뷰 요청에 대해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A 건설업체는 폐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요양원 직원 불법 도청 의혹…경찰 수사 착수 (2025.07.23)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11955&ref=A
‘불법 도청 의혹’ 요양원…‘직장 내 괴롭힘’ 주장도 불거져 (2025.07.30)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17911&ref=A
‘직원 불법 도청 의혹’ 요양원…“직원 압박”-“근거 없어” (2025.08.07)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24591&ref=A
‘불법 도청 의혹’ 요양원…건설업체 차명 소유 논란 (2025.08.11)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27161&ref=A
“성우스님 실소유 의혹 건설업체, 보조금 꿀꺽”(2025.08.14)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0535&ref=A
“성우스님 연루 건설업체, 비자금 빼돌려” (2025.08.2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9440&ref=A
사찰 공사로 만든 비자금 어디로?(2025.08.1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2778&ref=A
군산시-건보공단, ‘불법도청 의혹’ 요양원 합동 조사 (2025.08.1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32847&ref=A
후원금 논란 ‘나눔의집’ 승려 이사들, 사회복지법인 임원으로 (2025.09.0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49505&ref=A
(촬영기자 : 한문현 / 그래픽 : 전현정, 최희태)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김현주 기자 (thisweek@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테러범 잡으러갔더니”…대한민국 운명 이렇게 갈렸다 [피고인 윤석열]⑳
- 미국, 한국인 체포영상 공개…수갑 채우고 쇠사슬로 결박 [현장영상]
- 이 대통령 “신속 해결” 지시…외교장관 “필요시 직접 방미”
- 트럼프 “할 일을 한 것”…“장기간 수사로 영장 받아 단속”
- 밤사이 최대 120mm 호우…강릉은 ‘찔끔’
- 사찰과 요양원, 건설업체…연결 고리는 ‘스님’ ①
- ‘흉기 들고 배회’ 하루 2명꼴 검거…‘흉기소지죄’ 100일 간 35명 구속
- 잠 못자면 쉽게 살찐다…“수면부족, 만병의 근원” [건강하십니까]
- 한국은행 “개인택시 줄이자”…벌집 건드린 이유는?
- ‘990원 소금빵’ 슈카 빵집 “영업 중단” [이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