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를 요구할 ‘권리’…이젠 AI 비서가 대신해준다고?[경제뭔데]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고객님, 금리인하요구권 제도에 대해 안내드립니다.”
지난달 18일 기자가 이용 중인 은행에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한 가지 알림을 보내왔습니다. 외부신용평가기관 신용점수가 올랐으니 보유하고 있는 대출계좌의 금리 인하 요구권을 신청하면 수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돈을 빌리는 처지에서 은행에 대출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다고 비판받는 은행이 직접 금리를 깎아준다는데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곧바로 은행 앱을 통해 신청해봤습니다.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0.09%포인트 금리가 인하됐다는 알림이 도착했습니다.
은행 앱에서 ‘금리 인하 요구’ 가능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쪽은 ‘을’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돈을 빌려준 은행에 무언가 요구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렵죠.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처음 돈을 빌릴 때보다 소득이 증가하는 등 채무자의 신용 상태가 좋아진 겁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은행법·보험업법·상호저축은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신용협동조합법이 보장한 권리가 ‘금리 인하 요구권’입니다. 기본적으로 정부나 기관이 금리를 정해놓은 정책성 대출이 아닌, 은행의 개인 신용평가시스템에 따라 금리가 차등 적용되는 대출을 받은 차주는 누구나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은행은 직장·연소득·직위·거래실적 변동 등으로 신용 상태가 이전보다 나아졌는지 평가해 수용 여부를 결정합니다.
신청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은행 영업점에 방문하거나 인터넷뱅킹 또는 은행 앱을 통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용 중인 은행 홈페이지 등에 ‘금리 인하 요구권’을 검색하면 신청 절차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90% 이상 거의 모든 신청은 비대면으로 이뤄집니다. 은행은 차주의 요구를 검토해 10영업일 내 결과를 통보해야 합니다.

은행들은 금리 인하 요구권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을까요? 은행마다 격차가 있습니다. 은행연합회가 최근 공시한 올해 상반기 은행별 금리인하 요구권 운영 실적을 보면, 5대 은행 중 가계대출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수용건수/신청건수)은 NH농협은행(42.9%)이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35.4%)·하나은행(31.0%)·KB국민은행(26.2%)·우리은행(17.7%)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자 감면액 기준으로는 신한은행(57억원)이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35억원)·우리은행(32억원)·KB국민은행(26억원)·NH농협은행(12억원) 순이었네요.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요구권은 고객의 신용 개선 노력이 금융 혜택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제도”라며 “앞으로도 고객 부담을 완화하는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젠 AI 에이전트가 금리 인하 요구를 대신해준다고?
은행 등 금융사들은 2002년 이후 금리 인하 요구권을 자율적으로 시행해왔습니다. 자율에 맡긴 터라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 소비자가 적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죠.
이러한 문제의식이 공론화되면서 2018년 12월 금리 인하 요구권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현재 은행 등은 대출 중인 고객에게 연 2회 금리 인하 요구권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신용도가 높아진 차주에게는 반기 1회 이상 추가 안내가 이뤄집니다.
그러나 금리 인하 요구권 신청건수와 수용률, 이자 감면액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리 인하 요구권 신청건수는 2023년 396만1000건에서 지난해 389만5000건으로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수용률은 같은 기간 35.7%에서 33.7%, 이자 감면액도 3203억원에서 2236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도입된 지 시간이 꽤 됐는데요. 여전히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또 은행별로 모바일앱 신청 편의성이나 금리 인하가 가능한 차주 선별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차주 불만이 컸는데요.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올해 안에 개인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차주를 대신해 금리 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토스’ 이용자가 금리 인하 요구권 대리 신청에 동의하면 토스는 인하 가능성을 검토한 뒤 자동으로 요구권을 행사합니다. 만약 요구권이 수용되지 않으면 그 이유를 파악해 추후 금리 인하에 필요한 사항 등도 자세히 안내합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토스나 카카오, 네이버페이 등에 금리 인하 요구권 신청을 위임한다고 클릭만 해놓으면 AI 에이전트가 나를 대신해 은행과 협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통한 금리 인하 요구권 행사 시 개인과 개인사업자가 연간 최대 1680억원의 대출 이자 부담을 추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대출 있으시다면 오늘 은행 앱에서 한번 조회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7일 석유 최고가격 ↑…휘발유 다시 2000원 넘나
- “감옥서 1㎞ 떨어진 마잉푸 위쪽”···안중근 유해 위치 단서 일본 신문 첫 공개
- [설명할경향]‘쓰봉’ 없이 쓰레기 못 버릴까?···‘종량제 사재기’ 안 해도 됩니다
- [스팟+터뷰] ‘서울시장 출마’ 권영국 “내란에 가려진 차별·불평등 의제 다시 꺼낼 것”
- 경기도서 김문수까지 소환하는 국민의힘…후보 구인난에 이진숙 차출설까지
- [단독] 학교 들어온 ‘AI 상담’ 안전성 검증 부족한데···교육당국 “우린 몰랐다”
- 인천 스토킹 여성살해 유족 “가만히 있다간 또 죽는다···”[보호 조치 비웃는 스토커들]
- ‘왕과 사는 남자’ 1500만 돌파…흥행열풍에 장항준 ‘리바운드’ 재개봉까지
- 이란군 “미 항모 향해 미사일 발사”···갈리바프 “미 움직임 주시 중”
- 19만원에서 1만원으로···‘바떼리 아저씨’가 밀어올린 ‘금양’ 사실상 상폐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