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시대’ 브랜드가 초면인 고객에게 말 거는 법 [브랜드 인사이트]
[브랜드 인사이트]

“인간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이 적극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지적했듯 현대인은 자아를 둘러싼 불안과 욕망 속에 산다.
그 결과 건강한 자아와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한편 ‘자의식 과잉’, ‘자아 비대증’ 같은 반작용도 나타났다. 소비자는 점점 더 나에게 집중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이 변화는 브랜드에 새로운 난제를 안긴다.
개인화된 욕망이 부상하며 메가트렌드는 희미해지고 이 규칙 없는 다양성 속에서 브랜드는 길을 잃는다. 브랜드의 일방적인 메시지는 외면받고 어설프게 고객을 흉내 내는 마케팅은 즉시 간파당한다. 이제 고객과 관계 맺는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매일 수많은 브랜드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현실에서 작은 브랜드는 묻히지 않고 주목받기 위해, 큰 브랜드는 노화와 권태를 극복하고 혁신하기 위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아의 시대’에 브랜드가 초면의 고객에게 말을 건넬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답은 브랜드의 자아와 ‘나’(고객)의 자아가 맞닿는 세 지점, Aspiration(지향)·Affinity(공명)·Aesthetics(취향)에 있다.

1. Aspiration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았는가
오늘날 기능과 효용보다 중시되는 것은 ‘추구미’다. 이는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가치가 아니라 닮고 싶은 삶의 방향성이다. 핵심은 브랜드가 이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담아내느냐다.
예를 들어 백화점 팝업마다 오픈런 행렬을 기록하며 2030 남성들의 ‘헬스장 교복’이 된 짐 웨어 브랜드 압도를 보자. 슬로건 ‘We sell Power, but get Inspiration for free’처럼 압도는 옷이 아닌 ‘힘’을 말하며 운동인들에게 ‘압도하는 순간’을 위한 영감을 준다.
보디빌더인 창립자는 대회를 준비하며 목표를 위해 몰입하고 정진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공유하고 이 가운데 흘리는 눈물과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통해 팬덤과 교감한다. 고객은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압도하는 에너지’가 전해질 때 감동한다. 브랜드가 고객의 이상적인 자기상(自己像)에 닿을 때 팬덤이 탄생한다.
유사한 글로벌 사례로 프리미엄 건강보조제 브랜드 AG1이 있다. 단순한 영양 충족을 넘어 ‘아침 루틴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고 각 분야의 진정성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통해 “아침의 건강한 습관이 하루의 에너지를 좌우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한다. 또한 자기관리와 성장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콘텐츠와 소비자 참여 기반 커뮤니티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인 동기 부여와 결속력을 제공한다.
그 결과 AG1은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연매출 6억 달러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브랜드의 지향점과 고객의 이상이 일치할 때 Aspiration은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된다.
2. Affinity
오늘의 나와 ‘공명’하는가
브랜드가 늘 고고한 철학만 말할 수는 없다. 소비자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긍정하고 공명하는 브랜드에 친밀감을 느낀다. 고객의 정서를 포용할 때 진정한 유대가 형성된다.
짐빔 하이볼 광고가 이를 잘 보여준다. 광고는 늘 긍정적이고 활기찬 모습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냉소적이고 보잘것없는 순간조차 ‘괜찮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그 메시지 속에서 ‘긍정적인 나도, 불완전한 나도 모두 나다’라는 위로를 얻는다. 자아의 양면성을 인정받는 경험이 곧 브랜드와의 친밀감을 강화한다.
영어 학습 앱 ‘스픽’도 같은 원리다. 영어 공부는 본디 성취의 욕망이 기본이나 현실은 늘 목표와 괴리가 있다. 스픽은 다른 서비스처럼 성과만 강조하지 않고 ‘틀려라, 트일 것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실패를 당당하게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시도하는 모습을 강조할 때 소비자는 틀려도 괜찮다는 공감 속에서 브랜드를 신뢰하게 된다.
조금 다른 예시로는 케어푸드 브랜드 뉴케어가 있다. 국민 시트콤을 재현한 최근의 광고 속 우당탕 허술한 가족의 모습에서 소비자는 일상의 자신을 투영한다. ‘온 가족 영양’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오늘의 나’와 닮은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더 나아가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가 원하는 행복한 미래’라는 결말까지 새로 쓰며 소비자에게 감동과 만족을 안겨준다.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어루만질 때 Affinity는 가장 따뜻한 언어가 된다.

3. Aesthetics
나만의 ‘취향’을 표현하는가
요즘 소비자는 세대론과 같은 과도한 유형화에 반감을 보인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취향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미감’이며 이는 곧 정체성의 선언이다. 브랜드의 이미지가 나의 취향을 대변할 때 고객은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탄산으로 새로운 시대를 연 프리바이오틱 탄산음료 브랜드 Poppi가 좋은 사례이다. 살이 찔 것 같아 눈치 보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평범한’(몸에 좋지 않은) 탄산이 아니라 나를 아끼는 사람이 당당하게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팝’한 감각과 트렌디한 ‘핫걸’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핑크 색감과 파티 무드로 당당하고 활기찬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해 소비자는 Poppi를 마실 때 단순히 건강한 탄산을 마시는 것을 넘어 ‘나는 건강을 챙기는 트렌디하고 당당한 사람’이라는 룩(look)을 표현하게 된다.


향 브랜드 그랑핸드는 더 예술적으로 취향을 구현한다. 제품의 향을 문학처럼 묘사해 몰입을 높이며 개인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게 돕는다.
향의 스토리를 극대화하는 음악 플레이리스트와 브랜드 감성과 잘 어울리는 필름 사진을 선정하는 공모전은 브랜드와 고객 공통의 취향을 강화한다.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감각을 확장하는 경험’으로 미적 취향의 깊이를 더한다. 이는 취향이 곧 자아라는 명제를 정교하게 실현한 사례다.
이처럼 브랜드가 감각적 심상으로 고객의 취향을 반영할 때 Aesthetics는 자아 표현의 매개가 된다. 넓은 타깃을 노리는 뭉툭한 전략은 누구에게도 어필하지 못한다. 3초 안에 결정되는 첫인상처럼 날카로운 취향만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결국 ‘고객 중심’이라고 요약하면 진부할 수 있으나 핵심은 고객의 자아를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가다.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에게 끌리지 않듯 브랜드도 자기 과시에 빠지면 외면받는다. 시장 분석, 경쟁사 비교, 강점 개발과 차별화 전략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출발점일 뿐 진정한 성공은 고객의 자아를 만나고 알아가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브랜드의 자아가 뚜렷하면 매력적이지만 자의식 과잉으로 고객을 잊는 순간 피로한 존재가 된다.
따라서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 브랜드는 고객의 자아와 어울리는 매력을 보유했는가, 아니면 고객을 등 돌리게 하는 자아 비대증에 걸렸는가. 그 답을 찾을 때 초면의 고객에게 건네는 첫마디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닌, 관계의 시작이 된다.

곽이레 인터브랜드 책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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