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원 164억 전세사기 '김씨 게이트'…코인까지 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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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164억 원 규모, 임차인 83명, 건물 11채. 최근 경찰이 밝힌 수원 전세사기 사건의 핵심 피의자 30대 여성 김연정 씨에 대한 피해 목록이다. 김 씨는 필리핀에서 붙잡혀 지난 7월 국내로 송환됐고, 이후 김 씨가 숨겨 뒀던 계좌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수사기록과 공소장에 따르면 김 씨가 피해자들의 전세 보증금으로 코인에 손댔다는 기록이 등장했다.

또한 김 씨 계좌에서 유명 연예인 A 씨 계좌로 고액 자금 이동이 발견되면서 "A 씨 계좌의 자금 출처와 용처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A 씨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사업상 중간정산과 대금 배분일 뿐이며, 참고인 조사 요구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무자본 신축부터 해외 도주까지
김 씨는 2021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수원 팔달구와 권선구 일대에서 토지 매입과 대출, 신축을 거쳐 11개 건물에서 83명과 임차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받았다. 보증금은 평균 약 2억 원씩이었다. 2023년 12월 '보증금 미반환' 고소장이 연쇄 접수되자 전담팀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김 씨는 고소 직전 해외로 출국했다. 공범인 정 아무개 씨도 도피했다.
2024년 2월 인터폴 적색수배에 따라 필리핀 마닐라 권역에서 김 씨가 검거됐다. 필리핀 이민국은 "2월 18일 파라냐케 지역 자택에서 김연정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민국은 "한국 정부 요청에 따라 발부한 임무 명령에 근거해 이민국 도주자 수색팀이 체포 작전을 펼쳤다"며 "그녀는 본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송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이민국장은 "출입국 기록 확인 결과 김연정은 2023년 12월 21일 필리핀에 마지막 입국한 후 불법 체류 상태였으며, 이민국 구치소에 수감돼 송환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 검거 소식은 필리핀 이민국 홈페이지에 실명과 함께 머그샷 사진까지 첨부돼 공개됐다. 그의 얼굴을 본 피해자들은 곧 송환될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
하지만 송환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필리핀 검거 후 약 1년 반이 지난 2025년 7월 초에야 김 씨는 국내로 송환됐다. 김 씨는 송환 후 곧바로 구속됐고, 7월 말 기소돼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해외로 도피했던 60대 공범 정 씨도 귀국 과정에서 검거됐다.
보증금은 코인으로 갔나
<우먼센스>가 확인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보증금을 돌려줄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2018년 특별한 자본 없이 자신의 명의 또는 명의수탁자를 구해 토지 등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해 다세대주택을 신축하고, 건물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실행해 자금을 만들었다. 이후 부동산 매매가격과 같거나 높은 가격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임대 보증금을 받아 대출이나 채무 자금을 돌려막으며 건물을 소유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이득을 취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설명돼 있다.
김 씨는 2022년에 접어들면서 갭투자 방식이 아닌 깡통전세로 만들어 보증금을 갚지 않을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는 "2022년 9월 김 씨는 명의만 빌려준 박 아무개 씨를 임차인으로 내세우며 전세 세입자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전세보증금으로 은행 대출금을 변제하지 않고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면서 깡통 주택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변제할 의사가 없었다"고 적혀 있다.

"김 씨는 남은 보증금을 코인 구매, 생활비, 대출이자, 세금 비용 등으로 소비할 생각이었을 뿐 전세가 하락을 대비한 보증금 반환계획을 마련해두지 아니해 보증금을 돌려막기 외에 반환할 방법이 없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적시돼 있기도 하다. 이에 일부 피해자는 "폰지형 사기를 기획한 뒤 코인으로 오르면 갚고, 내리면 도망갈 계획이었다"고 김 씨의 수법을 분석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코인 이체가 곧바로 사기 실행의 법적 구성 요건인 편취 고의가 확정되는 건 아니다. 자금출처와 용처, 손익까지 정밀 추적이 필요하다. 공소장은 검사가 주장하는 단계"라며 공소장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수원 일대 전세사기의 '허브' 역할 의혹
김 씨에게 사기를 당한 B 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개별 임대인들의 사기 사건인 줄 알았는데, 조사를 해보니 수원 일대의 대규모 전세사기범들이 모두 공인중개사 김 씨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피해자들의 자체 조사 결과, 수원에서 60억 원대 전세사기로 구속된 정 아무개 씨, 100억 원대 사기를 친 강 아무개 씨 일당,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명 전세사기 업자 소위 '빌라왕'이 모두 김 씨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정 씨는 공소장에 김 씨의 공범으로 명시돼 있으며, 강 씨의 계좌이체 내역에서도 김 씨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지급한 정황이 발견됐다.
유명 연예인 A 씨 "사업상 정산일 뿐" 주장
피해자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장면은 계좌에서 확인되는 김 씨에서 유명 연예인 A 씨로 향한 고액의 송금이다. 피해자 측은 이를 "리베이트성 자금 이동"으로 의심한다. 반면 A 씨는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A 씨는 <우먼센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연정 씨는 원래 부동산업을 하는 사람이고, 이때 당시에는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그분이 중간에 시행사와 나 사이에 정산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건 전세사기와는 아예 관계가 없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A 씨는 "건물 신축과 임대 프로젝트가 건 단위로 진행되며 자금은 단계별로 집행됐다"며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피해 건으로부터 내 계좌로 돈이 유입됐다면 이미 참고인 조사를 받았거나 법정에 섰을 것"이라고 억울한 심경도 토로했다.
김 씨의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해 A 씨는 수사조차 받은 적도 없다고 한다. A 씨는 "수사기관이 입출금 내역을 보다가 의심이 갈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당연히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아야겠지만 그런 연락조차 없었다"라면서 "피해자분들이 정말 안타깝지만, 잠시 같은 프로젝트를 했다고 해서 나까지 죄인이라고 할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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