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관광지 벗어나...마을 골목길에서 마주한 진짜 ‘제주의 속살’

여행이라 하면 으레 유명 관광지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날의 길은 달랐다. 좁은 마을 골목길을 따라 걷자 어느새 집 앞마당이 미술관이 되고, 삼춘이 내어준 무화과 한 소쿠리가 여행의 선물이 됐다. 할망들이 붓질로 남긴 그림과 해녀의 오래된 지혜가 어우러진 자리에서 비로소 '제주의 속살'을 마주했다.
관광지를 빼곡히 도는 여행이 아닌, 마을 골목과 주민들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여행. 제주시가 '농촌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으로 선보인 로컬여행 브랜드 '솔째기 제주와수다'가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서 제주의 일상을 담은 색다른 여행의 길이 열렸다.
'솔째기 제주와수다'란 '살그머니 제주에 왔다'는 의미의 제주어다. 같은 발음으로 '제주와 이야기를 나눈다'라는 의미도 동시에 담고 있다.


작은 시골 마을의 할머니들은 이미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노인정에서 시작된 작은 모임은 마을 할머니들에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었다.
97세 최고령 작가부터 73세 막내까지,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할머니들의 재기 넘치는 작품은 방문객들의 넋을 빼기에 충분했다. 드라마로 연을 맺은 배우 아이유와 박보검과의 일화는 귀를 사로잡았다.
선흘1리 마을해설사 허계승 할머니의 안내로 탐방객들은 마을 안길을 따라 걸었다. 마치 보물찾기하듯 마을 곳곳에는 할머니들의 작품 전시장이 마련돼 있었다.
가재도구가 널린 창고, 옛 외양간, 바깥채 등이 탈바꿈한 곳이다. "삼춘 어디 갑데강? 구경완 게!" 해설사 할머니를 따라 불쑥 찾아들어간 집에서 여행자들은 관광객이 아닌 동네 손님이 됐다.
미디어에서나 마주하던 할망 작가들을 마주한 참가자들은 책자에 사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촬영하기 바빴다. 할머니는 급히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싱싱한 무화과 한 소쿠리를 내어왔다. 오이고추까지 따주겠다는 것을 한사코 말리는 작은 소동도 벌어졌다.
허 할머니는 "언니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아이처럼 설레는 즐거움으로 다가온다"며 "방문객들도 할머니들의 삶이 묻어난 작품에 감동해 울기도 하며, 마을의 정직하고 깨끗한 풍경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고 자랑했다.


오후에는 조천리 조천리 마을 해설사 김정숙, 강인실씨의 인도를 따라 해안가에 분포된 용천수를 마주했다. 조천리에만 무려 23곳에서 용천수가 솟아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제주 토박이들도 익히 알지 못했다. 바닷가와 맞닿은 곳임에도 용천수는 짜지 않고 간간한 맛이 났다.
푸른 잔디와 바다 풍광이 어우러진 돌담집. 15살에 시작한 물질을 80세까지 이어온 해녀 할머니와의 만남은 특별한 이벤트였다. 올해로 92세인 4.3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악착같이 물질을 해야 했던 옛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냈다. 전복이든 해조류든 작은 건 욕심내지 않았다는 해녀들의 삶의 지혜도 전해졌다.
마을 노인들과의 만남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식혜며, 미숫가루며, 지름떡이며, 마을 곳곳에서 정성껏 내어주는 먹거리는 헛헛함을 채웠다.
팸투어에 동행한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관광지가 아닌 진짜 제주를 봤다"는 소감을 전했다.
제주시 시민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영씨는 "조천읍에서 한 달 살기를 했을 때도 여기저기 다녀보기도 했지만, 새롭게 알게된 핫플레이스나 정보가 다양했다"며 "보통 관광을 하게 되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되기 마련인데, 마을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뵙는 경험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인 '2025년 농촌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솔째기 제주와수다' 프로그램은 제주시 주도로 사업비 2억5000만원을 들여 제주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센터장 문만석)와 제주착한여행사(대표 허순영) 등 지역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