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느낀 씁쓸한 기쁨 [라제기의 슛 & 숏]

라제기 2025. 9. 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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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등을 향해 몰려갔다.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 리도섬의 한 건물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일이다.

박 감독 일행은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베니스를 찾았다.

같은 날 밤 열린 공식상영회에서는 박 감독과 이병헌 등의 인기를 더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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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왼쪽부터)과 염혜란,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박찬욱 감독이 지난달 29일 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어쩔수가없다' 공식상영회에 앞서 레드카펫 위에서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기자들은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등을 향해 몰려갔다. 손에는 펜과 종이가 들려있었다. 그들은 소리를 치며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 리도섬의 한 건물에서 열린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일이다. 박 감독 일행은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베니스를 찾았다.

유명 감독과 배우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라면, 사인을 원하는 이들이 기자들이라면 좀 진기한 볼거리다. 16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을 광경이었다. 박 감독이 2009년 영화 ‘박쥐’로 제62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와 비교해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는 한국 기자들이 다수였고 빈자리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장은 외국 기자들로 가득 찼다.

기자회견장에서의 열기는 약과였다. 같은 날 밤 열린 공식상영회에서는 박 감독과 이병헌 등의 인기를 더 체감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흥행’에 한몫을 한 최고 스타들이라 할 수 있다.

16년 사이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박 감독의 국제적 명성은 더 올라갔고 이병헌의 지명도는 더욱 상승했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성취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소수의 환호를 넘어서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6일 오후(한국시간 7일 새벽) ‘어쩔수가없다’가 수상 낭보를 전하지 못한다고 해도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K무비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씁쓸함이 몰려왔다. 한국 영화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1~6월 극장 매출액은 4,077억 원이다. 지난해(6,103억 원)보다 33.2%(2,024억 원) 줄어든 수치다. 상반기만 따지면 2005년(3,404억 원) 이후 가장 적은 액수다. 여름 시장에서 ‘좀비딸’(4일까지 541만 명)이 흥행하며 숨통이 트였다고는 하나 불황의 터널 속에 여전히 갇혀있다. 2009년만 해도 한국 영화는 적어도 산업적으로는 상승기였다. 2019년까지 극장은 매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극장 매출은 2009년 1조831억 원에서 2019년 1조9,139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어쩔수가없다’는 한국 영화 전성기가 뿜어내는 마지막 빛일지 모른다. 해외에서 각광받는 시점에서 추락하게 된 한국 영화의 상황이 안타깝다. 올해가 한국 영화 황혼기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정책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베니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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