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애 여행지가 어쩌다가…감편·결항에 괌·사이판 날벼락 [여프라이즈]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5. 9. 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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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이 운항을 줄이고 있는 괌 해변.[사진=픽사베이]
괌·사이판. 한때 신혼여행지로 날렸던 곳이, 요즘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 항공이 돌연 운항 중단을 선언하면서지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이번 편은 ‘몰락이냐, 부활이냐’를 놓고 항공사간 한판 도박(?)이 펼쳐지고 있는 ‘괌·사이판’을 뜯어봅니다.

◇ 제주항공 13년만에 중단

괌·사이판의 몰락에 베팅한 쪽은 제주항공과 티웨이다. 아예 항공노선 중단을 선언해 버렸다. 높은 환율과 부담스러운 현지 물가로 관광객 수요가 줄어든 게 이유다.

최근 제주항공은 인천~괌 노선에 대해 운항 중단 결정을 내린 상태다. 13년 만의 중단이다. 기간은 내년 3월28일까지다. 일단 운항 중단 결정만 내린 상태라 일부 항공편은 다니고 있다. 운항을 언제 재개할 지는 미정이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인천~괌 노선 운항에 대해 중단결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제주공항측 설명은 이렇다. 노선 침체와 기업결합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됐다는 것. 현재는 “환불과 함께 타사 항공권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도 일단 운항을 접는다. 10~11월 일부 기간 인천~괌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10월20~11월15일 인천~괌 노선은 운항하지 않는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기간 항공권 예매는 불가능하다.

갑작스럽게 두 항공사가 운항 중단을 선언하면서 여행족들은 멘붕이다. 괌은 인천에서 4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 ‘가장 가까운 미국령’이다. 온화한 기후와 청명한 바다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대표적인 포인트다. 해양 스포츠는 물론 러닝이나 골프, 쇼핑 등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것도 매력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1차적으로는 플랜B 여행지의 약진이다. 괌·사이판을 갈 비용이면 훨씬 더 알차게 즐길, 대체 여행지가 많이 등장했다. 달러 강세에 비싼 현지 물가 영향으로 괌에 대한 선호도도 급락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7월 인천~괌 노선 여객 수는 약 37만8000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66만9000명 대비 반토막이 났다.

사이판의 한 해변. [사진=픽사베이]
사이판도 엇비슷한 분위기다. 한때는 여행사들이 괌 노선과 함께 사이판을 끼워판 적도 많다.

제주항공은 인천사이판 노선을 매일 오전·야간 두 차례 운항하지만, 9월 중순 야간편(7C3217)은 일정 기간 운휴에 돌입한다. 티웨이항공은 오후 10시 30분 출발편을 매일 1회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2년간 유지하던 노선을 지난해 6월부로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제주항공·티웨이·아시아나 등 세 항공사가 주당 7~14편을 운항했지만 지금은 저비용항공사(LCC) 두 곳만 남아 명맥을 잇는 정도다.

◇ “묻고 따블로” 진에어·에어서울

“묻고 따블로 간다”

몰락이 아니다, 오히려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곳은 진에어와 에어서울이다. 묘하게 대한항공 계열 항공사는 긍정적으로, 비(非)대한항공 계열 항공사는 부정적인 꼴이다.

에어서울은 내달 26일부터 인천~괌 노선을 주 7회 일정으로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2022년 11월 해당 노선 운항이 중단된 후 약 3년 만이다.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여행객. [사진=픽사베이]
운항 스케줄은 매일 저녁 7시 30분 인천에서 출발하고, 귀국편은 오전 5시 50분 인천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묻고 따블로 가는 안도 고민중이다. 추후 낮 시간대의 운항 스케줄을 추가해 고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진에어도 이미 레이스에 들어갔다. 지난달부터 인천~괌 노선을 주 7회에서 주 14회 일정으로 증편한 것.

두 회사는 “공급과 수요를 감안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상 이유야 희망을 얘기하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적용한 규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승인하면서 주요 노선에 대해 2019년 공급 좌석의 90% 이상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조건을 맞추려면 대한항공 계열인 진에어와 에어서울은 인천~괌 노선을 늘리거나 운항을 재개할 수 밖에 없다. 패는 엉망이지만 울며 겨자먹기식 베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가 줄면 운항 횟수를 줄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괌 노선의 경우 오히려 운항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공급을 줄였다가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운항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괌 노선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항공사 간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이 문제가 가시화된 것이다”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베팅에 손을 들었다.

공항을 빠르게 걸어가고 있는 여행객. [사진=픽사베이]
◇ 괌·사이판 현지도 비상

괌과 사이판 현지도 비상이다. 현지 관광의 최대 큰손이 한국인이다. 항공편 축소와 결항 여파는 직접적인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괌은 2019년 한국인 방문객이 약 75만 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가 2024년에는 37만 4635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6월에도 2만 7148명에 그쳐 2019년 같은 달 대비 절반에 머물고 있다.

사이판 역시 회계연도 기준 2019년 한국인 방문객이 24만 1776명(전체 외국인의 49.6%)이었지만, 작년에는 17만 8000명에 그쳤다. 한 눈에 봐도 더딘 회복세다. 올해 1월 기준 방문객 수는 전년보다 29% 줄어든 1만 2000명에 그친다.

현지는 손 쓸 도리가 없다. 국내 항공편의 운영 안정화 만을 바라고 있다.

괌 현지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항공편이 안정되면 관광 수요도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괌 관광청 관계자는 “달러 강세가 미주 노선 전반에 부담을 주지만 괌 정부와 관광청이 항공사 지원 예산을 추가 확보해 대응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이어지고 내년에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판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리아나관광청 관계자는 “노선 확대 지원과 함께 목적지 매력을 강화하는 프로모션 등을 꾸준히 펼쳐,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 여프라이즈 = 매일경제신문 신익수 여행전문기자가 전하는 ‘여행 랭킹’ 시리즈물입니다. 억, 소리가 나는 서프라이즈한 여행 랭킹만 콕 집어 소개해 드립니다. 흥미로운 킬링타임이 되셨다면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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